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 (2003) * * *

감독
피터 위어 Peter Weir

주연
러셀 크로우....잭 오브리 선장
Russell Crowe....Capt. Jack Aubrey
폴 베터니....스티븐 마투린 박사
Paul Bettany....Dr. Stephen Maturin
제임스 다시....톰 풀링스
James D'Arcy....Tom Pullings
에드워드 우돌.....윌리엄 모웻
Edward Woodall....William Mowett
맥스 퍼키스....블레이크니
Max Pirkis.... Blakeney
잭 랜들....보일
Jack Randall....Boyle
맥스 베니츠....캘러미
Max Benitz....Calamy
리 잉글바이....홀럼
Lee Ingleby....Hollom
리처드 패츠.....윌리엄슨
Richard Pates....Williamson

잭 오브리
나폴레옹 전쟁처럼 해양소설 작가들의 심장을 쾅쾅 뛰게 하는 소재는 없습니다. 일단 당시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간에 걸친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 수많은 전쟁을 치루어야 했으니 소재는 넘쳐나죠. 게다가 당시는 범선 항해술이 거의 절정에 달했고 아직 지루한 증기선이 이 고풍스러운 예술의 김을 빼놓기 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회상하며 쓸 맛이 난단 말입니다. (특히 그 작가가 영국인이라면 말이죠.) C. S. 포레스터의 호레이쇼 혼블로워와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잭 오브리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것도 그 때문일 겁니다.

피터 위어의 영화 [마스터 앤드 커맨더: 위대한 정복자 Master and Commander: The Far Side of the World]는 패트릭 오브라이언의 해군 함장인 잭 오브리와 그의 친구이며 선의인 스티븐 마투린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시리즈의 10편인 [The Far Side of the World]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Master and Commander]는 오브리/마투린 시리즈의 첫 작품 제목으로 종종 시리즈 제목으로도 쓰이지요.) 하지만 소설을 충실하게 옮기는 대신 와이어는 오브리/마투린 시리즈의 여러 사건들을 적당히 뽑아 이 영화에 밀어넣었습니다. 몇몇 중요 설정도 바뀌었고요. 원작에서는 미국 함정이 적수지만 이 영화에서는 프랑스 함정으로 바뀌었습니다. 위어는 넬슨 제독 당시의 분위기를 내고 싶었다느니 하는 소릴 하지만 진짜 이유는 미국 관객들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어요.

영화의 기둥 줄거리는 아케론이라는 프랑스 상선을 나포하라는 명령을 받은 영국 프리게이트함 서프라이즈의 모험담입니다. 아케론호는 프랑스 정부의 명령에 따라 영국 상선과 포경선들을 노략질하는 반해적선으로, 첫 만남에서 낡은 서프라이즈호에 심각한 손상을 입히고 떠납니다. 영화의 대부분 이야기는 배를 수리하고 아케론호를 추적하는 오브리와 그의 선원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클라이맥스는 이 두 배의 접전을 다루고 있고요.

[백경]이 모비 딕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게 아닌 것처럼, [마스터 앤드 커맨더]도 해전만을 다루고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의 진짜 목표는 해전 자체가 아니라 그를 19세기 초 영국 해군의 생활상과 오브리와 마투린이라는 개성적인 두 인물의 우정과 갈등을 보여주는 것이니까요. 사실 아케론호를 쫓는 서프라이즈호의 모험담도 엄청나게 대단한 이변이 아니라 매일 계속되는 일상에 가까워요. 물론 그 일상은 전쟁과 폭풍 속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험악한 것이긴 하지만요. 그런 면에서 [위대한 정복자]라는 한국어 부제는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이 영화에서 그리는 오브리는 자기 일에 충실하고 능력있는 직업 군인 이상은 아니니 말이에요.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장점은 사실적인 질감입니다.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비교적 소박하지만 영화는 1억 5천만 달러를 투입한 대작답게 이 나무로 만든 작은 세계의 박진감 넘치는 일상을 비슷한 세계를 다룬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보다 훨씬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반의 폭풍 장면과 같은 건 정말 장관이랍니다. 특수 효과를 동원하지 않은 일상의 디테일 역시 흥미진진합니다. 결말의 액션 장면은 비교적 얌전하지만 영화의 의도와 스토리 전개를 전체적으로 고려해보면 그렇게까지 트집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적어도 전 아케론이라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느긋하지만 끈질지게 접근하는 이야기의 흐름이 좋았답니다.

하지만 영화는 어쩔 수 없는 장편 영화의 러닝 타임이라는 제약 속에 갇혀 있습니다. 위어는 당시 계급 묘사에서부터 선원들의 집단 따돌림, 정치와 전쟁에 대한 회의감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지만 2시간 살짝 넘는 러닝타임으로는 그게 좀 어려운 거죠. 결과적으로 영화는 엄청난 물량을 투입하고 와이드스크린으로 찍은 [호레이쇼 혼블로워] 에피소드 한 편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호레이쇼 혼블로워]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충분한 시간 여유가 있지만 이 영화엔 그런 공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덕택에 많은 에피소드들이 영화 속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하고 그냥 튑니다. 재수없는 '요나'로 찍혀 따돌림당하는 사관생도 홀럼의 에피소드가 대표적이죠. 이야기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그걸 여유있게 담기엔 시간 여유가 너무 부족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도 얇고 도식적이 되었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이런 식의 해양모험담 특유의 은근히 도취적인 파시스트적 쾌감과 옛 유럽 문화의 아취, 그리고 러셀 크로우의 폼나는 연기를 품고 있는 흥미로운 구식 모험담입니다. 여전히 미니 시리즈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미 [호레이쇼 혼블로워] 시리즈가 있으니까요. (03/12/03)

DJUNA


기타등등

원작대로 미국 함정을 적군으로 내세웠다면 미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미국이 적국으로 나오는 사극을 본 적이 거의 없어서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