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주연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던
Clint Eastwood....Frankie Dunn
힐러리 스웽크....매기 피츠제럴드
Hilary Swank....Maggie Fitzgerald
모건 프리먼....에디 스크랩-아이언 뒤프리
Morgan Freeman....Eddie Scrap-Iron Dupris
제이 바루셀....데인저 바치
Jay Baruchel....Danger Barch
마이크 콜터....빅 윌리 리틀
Mike Colter....Big Willie Little
루시아 리커....빌리 더 블루 베어
Lucia Rijker....Billie 'The Blue Bear'
브라이언 오번....호박 신부
Brian O'Byrne....Father Horvak
앤소니 매키....쇼렐 베리
Anthony Mackie....Shawrelle Berry
마고 마틴데일....얼린 피츠제럴드
Margo Martindale....Earline Fitzgerald
브루스 맥비티....미키 맥
Bruce MacVittie....Mickey Mack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프랭키와 매기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원작자는 제리 보이드라는 권투 트레이너 겸 지혈사 cut man입니다. 보이드는 권투 일을 하면서 40년간 글을 써왔지만 69살이 될 때까지 단 한 편도 팔지 못했다고 합니다. 70살이 되어서야 그는 F.X. 툴이라는 필명으로 단편집 [Rope Burns : Stories From the Corner]을 출간해 호평을 받았지만, 책을 낸지 얼마 되지 않아 사망했습니다. 당연히 그는 그의 단편들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의해 영화화되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아쉽고 슬픈 이야기지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Rope Burns]에서 두 편의 단편을 취해 하나로 합친 작품입니다. [Million $$$ Baby]에서는 트레이너 겸 지혈사인 프랭키 던과 여자 권투 선수 매기 피츠제럴드의 메인 스토리를 취했고, [Frozen Water]에서는 데인저 바치와 쇼렐 베리의 이야기를 가져온 거죠. 툴의 단편집에서 두 작품은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각색가 폴 해기스는 [Frozen Water]의 나레이터 스크랩을 프랭키 던의 옛 권투선수 친구로 만들어 두 이야기를 하나로 합치고 있습니다.

프랭키 던과 매기 피츠제럴드의 이야기는 소박하지만 장엄한 비극입니다. 늙은 트레이너 프랭키 던은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자길 권투선수로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매기 피츠제럴드를 받아들여 일급 선수로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매기는 타이틀매치 전에서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목을 다쳐 전신마비에 빠지고 말죠. 더 이상 살 이유를 잃어버린 매기는 죽길 바라고 안락사를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프랭키는 그 때문에 심각한 딜레마에 빠집니다.

주로 배경으로 사용되는 데인저 버치와 쇼렐 베리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희극입니다. 데인저 버치는 재능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텍사스 출신의 얼뜨기 권투지망생이고 쇼렐 배리는 툭하면 그를 구박하는 같은 체육관 권투선수입니다. 후반부에 접어들면 쇼렐의 계략에 빠진 데인저 버치는 그와 이길 가망이 없는 일대일 대결을 벌이게 되지요.

기본적으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인간의 고상함과 위엄에 대한 예찬입니다. 남부의 빈궁한 시골에서 자라나 권투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대도시로 온 매기와 데인저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모두 '영웅들'입니다. 재능있는 매기는 그 꿈을 거의 이루었고 무능력한 멍청이인 데인저는 평생을 가도 못 이루겠지만, 성공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두 사람들이 넘어설 수 없을 것처럼 보이는 거대한 무언가와 맞서 싸우는 투사들이라는 것이죠. 매기와 데인저의 이야기는 그 때문에 같은 주제에 대한 정반대의 접근법들처럼 보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이스트우드의 강한 우파적 감수성이 묻어 있습니다. 이스트우드는 매기와 같은 고상한 영혼의 투사들을 찬양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의 천박함과 저열함에 대해서는 그만큼이나 가차없습니다. 생활 보조금과 딸이 보내주는 돈에만 의존해 살다가 나중엔 딸의 재산을 몽땅 빼앗기 위해 혈안이 되는 매기의 백인 쓰레기 가족 묘사는 좀 심했다 싶을 정도죠. 툴의 원작에서도 그들은 그렇게까지 저열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전신마비가 된 딸을 방치해두고 디즈니랜드에 놀러가는 건 마찬가지였다지만요.

이 불평등적인 접근법은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비극을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 영화의 진짜 비극은 재능있는 권투선수가 부당한 사고로 전신마비에 걸렸다는 게 아닙니다. 한 늙은 투사가 자신의 영혼에 걸맞는 누군가를 간신히 찾아냈는데, 그 동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 그 사람을 자신에게서 영원히 빼앗아가는 행위라는 거죠. 이들의 비극은 일상의 평범한 가치에 의해 희석되지 않기 때문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팔을 잘라내는 듯한 끔찍한 고통으로 남습니다.

데니스 르헤인의 굵직한 장편 소설을 영화화한 이스트우드의 전작 [미스틱 리버]와는 달리,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단순한 영화입니다. 툴의 원작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이 영화의 원작이 단편(들)이라는 건 비교적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두 이야기들은 모두 단순하고 직선적입니다. 캐릭터들은 매력적이지만 개성적이라기보다는 원형적 인물이고요. 아마 이스트우드에게는 [미스틱 리버]보다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의 두 단편들이 훨씬 편한 재료였을 겁니다. 복잡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재배치하고 요약하는 것보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단순한 이야기를 침착하게 늘어놓는 쪽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니까요.

감독 이스트우드는 언제나처럼 겸손합니다. 그는 스콜세지처럼 현란한 테크닉을 과시하는 대신 자신이 조심스럽게 선정한 좋은 배우들과 능력있는 스텝들을 믿고 그들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포용합니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기름기없이 날씬한 영화입니다. 자잘한 장식이 없기 때문에(심지어 스포츠 영화의 의무일 법한 스포츠 자체의 스펙터클도 제거되어 있죠) 드라마와 배우들의 연기가 더 강한 힘을 얻죠. 비판가들은 노골적인 멜로드라마의 도식적 장치를 비난할 수도 있겠지만 그걸 다 인정한다고 해도 이 영화가 주는 정서적 힘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할 것만 하는 게 가장 좋은 성과를 낼 때가 있죠. [밀리언 달러 베이비]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05/03/14)

DJUNA

기타등등

이스트우드의 딸인 모건 이스트우드가 대사 없는 엑스트라로 잠시 나옵니다. 예뻐요. 극적 필요성이 있는 장면은 아니었으니 순전히 예쁜 딸 자랑하느라 넣은 게 분명합니다. 이 할아버지, 은근히 팔불출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