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주연
지넷 맥도널드....헬렌 마라 백작부인
Jeanette MacDonald....Countess Helene Mara
잭 부캐넌....루돌프 팔리에르 백작
Jack Buchanan....Count Rudolph Falliere
클로드 올리스터....오토 폰 사이벤하임 공작
Claud Allister....Duke Otto Von Seibenheim
자주 피츠....베르타
Zasu Pitts....Bertha
타일러 브룩....아르망
Tyler Brooke....Armand
존 로쉬....폴
John Roche....Paul

헬렌과 루돌프

무일푼인 헬렌 마라 백작부인은 돈은 많지만 늙고 멍청한 오토 폰 사이벤하임 공작과 결혼하기 직전에 속옷 차림으로 달아납니다. 한밑천 잡기 위해 몬테 카를로에 도착한 헬렌에게 푹 빠져 버린 건 바람둥이 귀족인 루돌프 팔리에르 백작이었죠. 정상적인 방법으로 헬렌에게 접근하는 게 불가능해지자 그는 미용사로 위장해 헬렌의 호텔방으로 잠입합니다.

[몬테 카를로]는 에른스트 루비치의 두 번째 장편 유성 영화이고 두 번째 뮤지컬입니다. 첫 번째 영화인 [러브 퍼레이드]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지넷 맥도널드가 이 영화에서도 주연을 맡고 있죠. 맥도널드는 이 영화에서 유명한 'Beyond the Blue Horizon'을 부르는데, 나중에 이 곡은 맥도널드의 주제가처럼 이 사람 뒤를 쫓아다녔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고전적인 유럽식 코미디 설정을 빌려오고 있습니다. 귀족인 주인공이 하층 계급의 사람과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봤더니 그 사람도 귀족이어서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는 식이죠. [몬테 카를로]엔 음모와 계략의 코미디가 계급 사회가 빚어내는 비극적 로맨스의 설정과 섞여 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두 주인공의 아이러니컬한 역학 관계일 겁니다. 루돌프는 같은 귀족으로서 헬렌에게 접근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몸을 굽히고 하인 계급으로 행세하자 사정은 완전히 바뀝니다. 헬렌에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멋대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조종할 수도 있게 된 거죠. 이 영화의 가장 분명한 매력은 이 상하가 바뀐 관계가 만들어내는 약간 SM적인 쾌락에 있습니다.

[몬테 카를로]는 그렇게 인기있는 루비치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러브 퍼레이드]나 [메리 위도우]의 화려한 매력이 부족하고 스토리도 충분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지 못한 듯한 느낌을 줍니다. 유명한 'Beyond the Blue Horizon' 장면을 제외하면 아직 뮤지컬의 실험도 미진했고요.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의 관객들이 툭하면 음모꾼처럼 킥킥거리고 지나칠 정도로 영리하게 구는 루돌프 역의 존 부캐넌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관객들이 다 그랬던 건 아니겠지요. 제 앞자리에 앉은 여자분은 그런 그가 너무 귀여웠던 모양이니까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몬테 카를로]가 여전히 발랄한 루비치식 유머로 가득 찬 유쾌한 영화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느긋하게 앉아 루비치가 야비한 유머와 뻔뻔스러운 에로티시즘을 반죽해 내놓은 이 디저트를 즐기는 것도 좋은 경험이죠. (04/12/15)

DJUNA

기타등등

부캐넌은 이 영화를 끝으로 할리우드를 떠나 나중에 [악대차]를 통해 대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않았답니다. 전 솔직히 [몬테 카를로]의 부캐넌과 [악대차]의 부캐넌을 연결시키는 게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