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게일린 프레스턴 Gaylene Preston

주연
레이첼 블레이크....멜라니
Rachael Blake....Melanie
샘 닐....남자
Sam Neill....The Man
조엘 토벡....빌
Joel Tobeck....Bill

샘 닐과 레이첼 블레이크

피시 앤 칩스 가게에서 일하는 멜라니는 어느 날 술집에서 괜찮게 생긴 매너 좋은 남자를 만납니다. 하지만 맘에 드는 남자와 하룻밤을 즐기려던 멜라니의 계획은 다음 날 아침 흔들리는 보트에서 깨어나면서 완전히 망가져버리죠. 남자가 살고 있는 외딴 섬의 오두막에 끌려가는 동안, 멜라니는 이 괜찮은 남자가 사실은 망상에 사로잡힌 미치광이 납치범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전형적인 [콜렉터]식 도입부죠? 하지만 이 영화는 납치범과 피해자의 관계를 조금 더 복잡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멜라니가 탈출하려다 남자를 칼로 찌른 뒤부터는 둘의 역학 관계가 완전히 바뀌어버리니까 말이에요. 슬슬 기형적인 로맨스로 변해가던 이들의 이야기는 세번째 캐릭터인 빌이 섬을 찾아오면서 방해를 받습니다.

[완전한 타인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입니다. 아주 불쾌한 종류의 로맨스지요. 이 영화에서 로맨스는 친밀한 두 사람의 상호작용이 아니라 정상적인 삶에서 고립된 외로운 사람들이 자기 머리 속에서 만들어내는 집착과 기만의 게임입니다. 더 기분나쁜 건 이들의 집착이 대상까지 감염시킨다는 것이죠. 남자가 멜라니에 대해 품고 있는 로맨틱한 환상은 나중에 멜라니가 남자에 대해 품게 되는 기형적 환상과 특별히 다르지 않습니다.

따지고 보면 영화는 로맨스라는 것이 순수해질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정상성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입증하려한 것인지도 모릅니다. 멜라니는 외딴 섬 안에 고립된 채 자신의 납치범이었던 남자를 자신의 판타지로 완벽하게 개조한 바로 그 순간에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행복감을 체험합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행복감은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성격의 것이 아니었지만 말이에요.

영화가 이 정신나간 설정에 충분한 내용을 담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겁니다. 특히 멜라니가 너무나도 완벽하게 현실과 환상을 통합시키는 결말은요. 하지만 그런 안정된 분위기가 잡아내는 야유조의 아이러니가 멜로드라마틱한 파국보다 더 내용과 잘 맞을 수도 있겠지요.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습니다. 가장 유명한 배우는 샘 닐이지만 이 영화에서 진짜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쪽은 멜라니역의 레이첼 블레이크입니다. 촬영감독 알런 볼린저가 근사하게 잡아낸 황량한 남부 뉴질랜드의 풍경은 이 영화의 불쾌한 로맨스를 효과적으로 잡아냅니다. [완전한 타인들]은 해외 아트 하우스 관객들이 뉴질랜드 영화에 기대하는 불길한 축축함을 거의 모범적으로 구현하는 영화입니다. 그 때문에 이 영화의 불길하고 괴팍한 느낌이 오히려 안전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04/06/28)

DJUNA

기타등등

[데드 캄]에서 미치광이 살인범 때문에 요트 안에 갇혀 쩔쩔매던 샘 닐의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은 이 영화의 설정을 아이러니컬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