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닉 윌링 Nick Willing

주연
토비 스티븐즈....찰스 캐슬
Toby Stephens....Charles Castle
에밀리 우프....린다
Emily Woof....Linda
프랜시스 바버....비어트리스 템플턴
Frances Barber....Beatrice Templeton
벤 킹즐리....템플턴 목사
Ben Kingsley....Reverend Templeton
한나 볼드....클라라 템플턴
Hannah Bould....Clara Templeton
미리엄 그랜트....안나 템플턴
Miriam Grant....Ana Templeton
레이첼 셸리....안느-마리
Rachel Shelley....Anne-Marie
필립 데이비스....로이
Philip Davis....Roy
에드워드 하드윅....아서 코난 도일 경
Edward Hardwicke....Sir Arthur Conan Doyle

닉 윌링의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1997년에 나온 두 편의 요정 영화들 중 하나입니다. 다른 영화는 찰스 스터리지의 [페어리 테일]이었지요.

우연이었을까요? [포토그래핑 페어리즈]의 원작 소설을 쓴 스티브 질란지에 따르면 아니라고 합니다. [페어리 테일]의 영화사가 질란지의 각본을 거절한 다음 같은 소재를 다룬 PG 등급의 가족 영화를 따로 만들었다는 거예요.

속사정이야 어떻건, 이 둘을 비교하는 것은 꽤 재미있습니다. 비슷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영화치고는 접근법이나 스타일이 너무나도 다르니까요. [페어리 테일]이 따뜻하고 온화한 가족 영화라면,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어둡고 음산한 성인용 영화입니다.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페어리 테일]처럼 코팅리 요정 사건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호한 태도로 요정 사건 자체를 다루었던 [페어리 테일]과는 달리,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화끈한 픽션을 섞어서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코팅리 요정 사진은 의심할 여지 없이 가짜입니다. 주인공인 사진사 찰스 캐슬은 영화 도입부에 나타나 자상하게 그 사진이 가짜인 이유를 설명하지요 (재미있게도 [페어리 테일]에서는 그가 나열한 증거의 일부가, 그 사진들이 진짜라는 증거로 사용되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요정은? 영화는 "있다"라고 말합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 찰스 캐슬은 신혼 여행 때 아내를 사고사로 잃은 사진사입니다. 그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군대에서 그의 부하로 일했던 로이와 함께 런던에서 사진 조작을 특기로 내세우는 초상 사진관을 열고 있습니다. 그의 취미는 당시 유행했던 '심령 사진'의 조작을 폭로하는 것입니다. 해리 후디니의 사진사 버전이랄까요.

그가 코팅리 요정 사건이 가짜라는 것을 증명한 바로 그 다음날, 비어트리스 템플턴이라는 여성이 자기가 찍은 요정 사진을 들고 찾아옵니다. 사진을 분석하는 동안 캐슬은 이 사진이 평범한 가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되죠. 비어트리스 템플턴이 사는 시골 마을을 찾아간 그는 그녀의 목사 남편과 요정의 비밀을 알고 있는 그들의 두 딸 안나와 클라라를 만납니다. 그는 서서히 신비스러운 요정들의 세계에 빨려들어가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인 비극이었습니다.

[페어리 테일]과는 달리,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어두운 이야기입니다. [페어리 테일]의 요정들은 사람들에게 현실의 어두움을 극복할 수 있는 행복과 위안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포토그래핑 페어리즈]의 요정들은 사람들을 죽음에 대한 매혹으로 이끕니다. [페어리 테일]과는 달리 이 영화에서는 사람들이 요정 때문에 정말로 죽습니다.

영화는 요정에 대한 집착을 마약 중독과 같은 위험한 도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마약 비슷한 것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 영화에선 요정을 보기 위해서 신비한 꽃을 먹어야 합니다. 꽃은 허버트 조지 웰즈의 소설에 나오는 신경가속제처럼 아주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들을 볼 수 있게 합니다. 영화의 설명에 따르면 요정들이 안보이는 이유는 그들이 너무 빨리 움직이기 때문이죠.) 요정들도 작은 피터팬과 같았던 [페어리 테일]의 요정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그들은 밀랍인형처럼 작고 창백한 나체의 사람들로 차갑고 으스스한 에로티시즘을 발산합니다. 그들은 공격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위험합니다.

때때로 그들은 옛 이교의 신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템플턴 목사가 이들에게 그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진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템플턴 목사와 요정들의 '대결'은 초기 기독교와 토착 종교들의 싸움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럴 법도 해요. 요정들이 암시하는 다른 세계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별 상관이 없으니까요. 그러기엔 지나치게 육체적이고 감각적이지요. 캐슬이 자기가 찍은 사진들을 들고 코난 도일 경의 집을 방문하는 에피소드를 보세요. 캐슬은 코난 도일에게 죽은 아내와의 재회를 보장하지만 그가 약속하는 것은 일련의 관능적인 감각들입니다.

[포토그래핑 페어리즈]의 탐미주의는 네크로필리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주인공이 빠진 함정은 죽음과 성이 결합한 축축한 세계입니다. 결코 건전한 곳은 아니지요! 물론 [포토그래핑 페어리즈] 역시 '건전한'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별다른 설교 없이 우리가 얼마나 쉽게 과거의 망집에 빠질 수 있는지, 왜 우리가 그런 것들에 그렇게 쉽게 매혹되는지 보여줍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이런 이야기를 아주 유려하게 풀어내지는 못합니다. 초짜 감독의 한계 때문일 수도 있겠죠. 영화의 편집은 종종 거칠며 몇몇 부분은 지나치게 야심을 부린 듯합니다. 캐슬의 마지막 자기 변론은 너무 설명적이라서 없는 편이 더 나았고 결말도 좀 위태위태합니다.

그러나 [포토그래핑 페어리즈]는 여전히 많은 것들을 담고 있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영국 영화들이 장기로 내세우는 세기초의 섬세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에게도 좋은 작품이겠고요. (00/05/10)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의 주연 배우는 토비 스티븐즈는 매기 스미스의 아들입니다. 하지만 엄마를 별로 닮은 것 같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