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피터 메닥 Peter Medak

주연
나타샤 헨스트리지....이브
Natasha Henstridge....Eve
마이클 매드슨....프레스 레녹스
Michael Madsen....Press Lenox
마그 헬젠버거....로라 베이커 박사
Marg Helgenberger....Dr. Laura Baker
미켈티 윌리엄슨....데니스 갬블
Mykelti Williamson....Dennis Gamble
조지 준자....카터 버제스 대령
George Dzundza....Colonel Carter Burgess Jr
제임스 크롬웰....로스 상원의원
James Cromwell....Senator Ross
저스틴 라자드....패트릭 로스
Justin Lazard....Patrick Ross

1.

[스피시즈]의 상업적 성공은 상당히 놀랄만한 것이었습니다. 메이저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그 결과가 하찮았을지는 몰라도, 그 정도의 예산과 배우만으로 그만한 성과를 거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작자가 그 명성을 등에 지고 속편을 하나 더 만들 생각을 하는 것도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꼭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만 속편을 가질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스피시즈]와 같은 뻔하디 뻔한 [에일리언] 클론 영화가 어떻게 그런 상업적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요? 아마도 섹스와 죽음이라는 보편적이고 '찐한' 주제가 관객들을 자극했기 때문일 것이며 결정적으로 --솔직해집시다--나타샤 헨스트리지가 많이 벗었기 때문이겠지요.

흠, 여기까지 생각이 닿고 나니, [스피시즈 2]라는 영화가 아주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 생각해봅시다. 상식적인 수준의 속편이 의도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것은 같은 주인공이 전편에서 했던 행동에 약간의 변화를 주어서 다시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속편을 보러가는 관객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스피시즈]라는 영화의 속편이 보여주어야 할 것은 나타샤 헨스트리지의 누드와 그 사람이 저지르는 적당한 살육+섹스입니다.

하지만 [스피시즈 2]는 그것들을 모두 비껴갑니다. 대신 화성에서 감염된 남자 우주인을 새로운 악역으로 등장시킵니다. 성전환 버전으로 다시 한 번 해보자? 아이디어 자체만 순수하게 따진다면 나쁠 것도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전편을 과대평가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전편이 나름대로 성공한 것은 결코 그 아이디어나 아이디어의 꾸밈새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작가도 그걸 무시할 수 없었는지 실의 클론인 이브를 만들어내 나타샤 헨스트리지를 계속 등장시킵니다.

그럼 된 것 아니냐고요? 천만에요. 이런 이야기의 중심은 살육을 저지르는 쪽이어야 합니다. 그 결과 저스틴 라자드가 연기하는 우주비행사 패트릭 로스가 이야기의 중심에 오고 영화는 '이브'를 어떻게 등장시켜야 할 지 몰라 정신없이 헤매고 말지요. 그렇다고 해서 패트릭 로스라는 캐릭터한테 전편의 실이 그랬던 것과 같은 관객 흡입력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상당히 난감하다고 해야겠습니다!

그러니 이 영화의 제작진이 마케팅 부서와 충돌을 일으켰다고 해도 조금도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포스터나 스틸들을 보세요. 저스틴 라자드의 모습이 어디 보입니까? 모두 헨스트리지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있지요. 스틸만 믿고 영화관에 들어간 사람들은 이 배우가 영화 끝나기 전에야 간신히 한 번 벗을 뿐이라는 걸 알고 분명 실망을 금치 못할 것입니다, 하하하!

교훈: 아무리 싸구려 영화라도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우선 알고 영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2.

영화에는 수많은 섹스 신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 섹스신들은 모두 재미가 없는데, 그 중 관객들이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인물과 연결되어 있는 섹스 신은 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역시 잔혹한 장면도 꽤 많이 나오는데, 모두 짜증 유발 장치 이상은 아닙니다. 그것도 한 번 나온 짜증나는 장면이 상황을 아주 약간만 바꾸어 끝도 없이 되풀이 되니 미칠 지경이죠.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두 외계괴물의 섹스+결투 장면은 너무 어두컴컴한 곳에서 진행되어서 도대체 뭘 봤는지도 알 수 없군요.

저스틴 라자드는 재미없습니다. 나타샤 헨스트리지의 연기 실력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지만 그래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생긴 배우죠. 제임스 크롬웰은 그냥 나와 죽습니다.

3.

그래도 괜히 아쉬움이 남는데, 그건 이 소재로 훨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데도 겁먹은 제작자가 무시해버린 것 같기 때문입니다. 애당초부터 [스피시즈] 자체가 아쉬움을 팍팍 풍기는 영화였으니 속편이 보완할 여지도 있었을 겁니다. 예를 들어 로라와 이브의 의사 모녀 관계를 조금만 발전시켜도 훨씬 그럴싸한 영화가 되지 않았겠어요? 이브의 자기 탐구 과정도 충분히 발전시킬 수 있는 주제였고요. (98/06/04)

D&P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부분은 도입부의 화성탐사 장면입니다. 세 우주인을 화성까지 태워 보냈는데, 하는 짓이 겨우 깃발 꽂고 흙파고 돌아오는 게 전부라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가장 말도 안되는 건 그 통신 장면입니다. 이 친구들, 글쎄 화성에서 휴스턴과 실시간 통신을 한답니다! 빛이 1초에 30만 킬로미터밖에 가지 못한다는 것은 헐리웃에선 상식이 아닌 모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