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크리스틴 제프스 Christine Jeffs

주연
에이미 애덤스....로즈
Amy Adams....Rose
에밀리 블런트....노라
Emily Blunt....Norah
앨런 아킨....조
Alan Arkin....Joe
제이슨 스페백....오스카
Jason Spevack....Oscar
스티븐 잰....맥
Steve Zahn....Mac
메리 린 라지스쿱....린
Mary Lynn Rajskub....Lynn
클리프튼 콜린스 주니어....윈스턴
Clifton Collins Jr.....Winston

노라와 로즈

[선샤인 클리닝]은 범죄현장 청소업자들을 다룬 최초의 영화는 아닙니다. 제가 아는 영화만 해도 96년에 만들어진 [Curdled]라는 작품이 있지요. 하지만 이 직업을 선댄스식 가족영화에 대입시킨 영화는 아마 [선샤인 클리닝]이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 영화의 코미디는 범죄현장 청소라는 다소 끔찍한 직업을 가슴 따뜻해지는 가족극과 부조리하게 연결시키는 과정에서 발생합니다.

그럼 영화가 그리는 가족극은 무엇일까요? 일반적인 미국식 틴에이저 로맨스의 성인용 속편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예쁘고 인기 많고 쿼터백과 데이트도 하던 치어리더가 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요? 잘 되는 사람들도 있겠죠.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로즈는 그렇게 운이 좋지 않습니다. 지금은 형사인 쿼터백 애인 맥은 로즈를 임신시켜 아들까지 낳게 해놓고 다른 여자랑 결혼해 버렸어요. 로즈는 지금은 혼자서 청소 서비스 회사에서 일하며 공인중개사가 되기 위해 밤마다 열심히 학원에 다니긴 하는데, 도대체 언제 일이 풀릴지요.

이 때 로즈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여전히 로즈와 바람을 피우고 있는 맥이 범죄현장 청소를 제안한 것이죠. 아들 학비를 벌기 위해 백수인 동생 노라와 함께 엉겁결에 일을 시작한 로즈는 천천히 일에 대해 배우기 시작하고 그러는 동안 지금까지 잃어버렸던 자존심을 찾기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는 보기보다 이치에 맞습니다. 아무리 끔찍하고 더러운 직업이라고 해도 그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겐 당연한 일상이죠. 그 일상이 가슴 따뜻한 가족 드라마의 재료라고 해서 이상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썩 좋은 블랙 코미디의 재료가 될 수도 있지요. 그 블랙 코미디에 에이미 애덤스와 에밀리 블런트, 앨런 아킨을 캐스팅했다면 더욱 그렇지요.

하지만 [선샤인 클리닝]은 그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진짜로 좋은 드라마나 코미디가 될 수 있는 재료들이 굴러다니는데 영화는 이 재료들을 너무 손쉽게 생각해요. 범죄현장 청소라는 소재는 몇몇 직업적 디테일을 제외하면 그냥 평범하게만 활용되고 있고, 두 자매의 갈등도 흔해 빠진 폭발과 봉합으로 대충 처리해버립니다. 종종 감상주의와 상징이 지나쳐서 들쩍지근하다는 느낌이 들고요. 영화가 끝날 무렵엔 모든 게 대충 마무리되긴 하는데, 과연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한 것인지 확신이 안 서는군요.

여전히 배우들은 좋고, 영화는 따뜻합니다. 하지만 [선샤인 클리닝]의 아이디어와 설정은 극장용 영화보다 텔레비전 시리즈에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캐릭터가 숨 쉴 수 있고 소재를 살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필요해요. 영화는 끝날 때까지 자신이 이 재료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아요. (09/08/18)

DJUNA

기타등등

[미스 리틀 선샤인]의 제작자가 만든 작품이죠. 이 두 작품엔 괴상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선샤인'이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가는 콩가루 집안 영화죠. 게다가 [미스 리틀 선샤인]에는 올리브라는 딸이, [선샤인 클리닝]에는 오스카라는 아들이 나오는데, 제작자 피터 사라프에게는 올리브와 오스카라는 아들이 있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