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D.J. 카루소 D.J. Caruso

주연
안젤리나 졸리....일리아나
Angelina Jolie....Illeana
이단 호크....코스타
Ethan Hawke....Costa
지나 롤랜즈....애셔 부인
Gena Rowlands....Mrs. Asher
올리비에 마르티네스....파케트
Olivier Martinez....Paquette
체키 카리오....르클레르
Tchéky Karyo....Leclair
장-위그 앙글라르.....듀발
Jean-Hugues Anglade....Duval
키퍼 서덜랜드....하트
Kiefer Sutherland....Hart

일리아나

[테이킹 라이브즈]는 우연히 길동무가 된 두 틴에이저 소년들의 모습을 담으면서 시작됩니다. 푼돈을 털어 산 낡은 중고차의 타이어가 터지자 소년 중 한 명이 타이어를 바꾸러 차 밖으로 나가죠. 그 때 다른 소년이 묻습니다. "너, 나랑 키가 같지?" 그 즉흥적인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다른 소년은 타이어를 갈던 친구를 질주하는 차 앞으로 밀어버립니다.

아마, [테이킹 라이브즈]의 도입부는 영화 전체를 통해 가장 인상적인 장면일 겁니다. 거의 발랄하기까지 한 즉흥적인 행동이지만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다른 한 명을 미치광이 연쇄살인마로 만드는 순간이죠. 그 때문에 이후 장면들은 조금 내리막길처럼 느껴집니다.

그래도 시작은 좋습니다. 몬트리올에서 살인마의 희생자가 발견되고 거의 동시에 마지막 살인을 목격한 증인과 살인마의 어머니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진전되지요. 결국 우리의 주인공인 FBI 프로파일러 일리아나 스코트가 캐나다 경찰과 협조하기 위해 몬트리올로 파견되고 남의 인생을 훔쳐사는 살인마인 마틴 애셔의 정체가 밝혀집니다. 문제는 그 살인마가 지금은 누구냐는 것이죠.

[테이킹 라이브즈]는 [양들의 침묵] 이후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연쇄살인마 장르의 최신작입니다. 한 동안 이 장르도 뜸했으니 그렇게까지 뻔한 기획처럼 보이지는 않는군요. 게다가 이 영화의 살인마 마틴 애셔는 상당히 독창적인 인물이거든요. 몬트리올이라는 배경 역시 기존의 할리우드 연쇄 살인마 영화와는 다른 배경을 제공해주기도 하고요. 물론 괜찮은 프랑스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핑계를 제공해주기도 했지요. (대부분 낭비되었습니다만 그거야 다들 각오한 일입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이단 호크 역시 자신들의 개성에 비교적 잘 맞거나 효과적으로 어긋나는 캐릭터들을 연기했고요.

그러나 [테이킹 라이브즈]에서 좋은 건 설정과 재료들 뿐입니다. 정작 영화는 그것들을 제대로 발전시키지는 못했어요. 이야기는 중간 정도는 갑니다. 적당한 미스터리와 서스펜스가 있고, 배우들의 호흡도 괜찮게 맞는 편이고, 퀘벡의 컴컴한 분위기도 그럴싸하죠. 그러나 그 뿐이에요.

가장 큰 문제점은 미스터리의 힘이 약하다는 것입니다. 관객들이 이 영화의 진상을 알아차리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다른 데로 흐를 구석이 별로 없는 걸요. 영화는 몇몇 스토리 도구를 이용해서 관객들의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는 시도도 해보지만 그것도 잘 먹히지 않습니다. 가짜 단서가 너무나도 속이 보이거든요. 혹시 잠시 속는 관객들이 있었다고 해도 진상을 들으면 실망부터 할 겁니다.

영화는 애셔와 일리아나의 캐릭터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애셔의 '남의 인생 훔치기'는 기대했던 것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못하는데, 그건 영화가 그 동기를 설명해주는 것으로 만족하고 나머지는 서스펜스 도구로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리아나 역시 중반 이후 픽션 속의 여자 탐정들이 툭하면 말려드는 따분한 공식 속에 빠져들고요. 이런 도식성 때문에 이들이 대결하는 마지막 장면은 그냥 억지처럼 느껴집니다.

아쉬워요. 마틴 애셔는 여전히 썩 좋은 살인마이니 말입니다. 이 친구는 이보다 더 나은 스토리에 출연할 자격이 있었어요. 차라리 애셔와 상대하는 주인공을 비슷한 나이 또래의 남자로 했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둘의 대결이 더 의미 있었을지도 모르죠. (04/04/13)

DJUNA

기타등등

아까 낭비된 프랑스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꼭 프랑스 배우들만 낭비된 건 아니죠. 의도적이긴 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