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셰리 나울란 Cherie Nowlan

주연
리처드 록스버그....가이 제이미슨
Richard Roxburgh....Guy Jamieson
케이트 블란쳇.....리지
Cate Blanchett....Lizzie
프랜시스 오코너....제니
Frances O'Connor....Jenny
린든 윌킨슨....파피
Linden Wilkinson....Poppy
존 가든....오하라 박사
John Gaden....Dr. O'Hara
제네비에브 무이....제이미슨 부인
Genevieve Mooy....Mrs. Jamieson
마이클 로스....제이미슨 씨
Michael Ross....Mr. Jamieson

(중반에 결말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리지, 가이, 제니

우리의 남자 주인공 가이는 예쁘고 능력있고 영리하고 집안도 좋은 여자 친구 리지와 막 결혼했습니다. 늘 순진하게 진실한 사랑을 찾아 헤매던 가이를 지켜보아왔던 친구들에겐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올만한 일이죠. 하지만 결혼식 파티가 진행되는 동안 그의 머리는 옛 애인 제니와의 동거 생활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찹니다. 과연 그가 옳은 선택을 한 것일까요?

[그 남자, 리지를 만나다]는 양갈래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 [인생극장]입니다. 영화는 다소 가식적이지만 안정된 미래를 보장해주는 현실과, 위태로운 감정 파탄으로 가득 차 있었고 이미 실패로 끝난 과거를 번갈아 보여주면서 무엇이 진실한 행복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지나칠 정도로 분명한 주제이고... 실제로 바로 그게 이 작품의 결정적인 단점입니다. 감독과 작가가 쥐고 있는 패가 모두 노출되어 있어서 너무 뻔하다는 거죠. 분명한 컨셉은 종종 작품에 해가 됩니다. 그 분명함 때문에 종종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할 이야기가 컨셉에 종속되어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고요. 예를 들어 타이틀롤이라고 할 수 있는 리지와 그 사람의 가족들은 제시와 대조를 이루기 위해 지나칠 정도로 간략화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영화는 특별히 깊이 있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가이의 결혼 기념일 회상은 그를 특별한 결론으로 끌어가지도 않습니다. 그 동안 그 사람이 더 깊이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 수도 없어요. 그는 그냥 잠시 혼란스러워하다가 곧 순응하고 인생의 예정된 길을 따라갑니다. 자연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뭔가 좀 싱겁죠.

영화는 해답을 던지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정서적 중심은 어쩔 수 없이 제니와 가이에게 기웁니다. 적어도 그들의 관계가 훨씬 재미있고 드라마틱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일련의 회상으로 짜여진 영화의 구성은 다소 단속적인 과거 이야기들에 주석을 달고 재배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겠어요.

아마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진짜 가치는, 지금은 국제적인 배우들이 된 세 오스트레일리아 연기자들의 과거 모습을 보여준다는 데 있을 겁니다. 저예산 동네 영화지만 리처드 록스버그, 케이트 블란쳇, 프랜시스 오코너라는 캐스팅은 지금 와서 보면 굉장히 비싸보이잖아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들의 가치는 현재의 위치와 꼭 비례하지는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거물은 케이트 블란쳇이고, 그 사람은 언제나처럼 자신의 유쾌한 매력을 잔뜩 살린 연기를 보여주지만, 이 영화에서 그 사람이 연기한 리지는 그렇게 연기할 구석이 많지 않거든요. 오히려 가장 빛나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는 프랜시스 오코너입니다. 그 사람의 장기인 생기 발랄한 괴팍함이 제니라는 정신없는 캐릭터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니까요. 리처드 록스버그는... 그가 연기한 가이는 [물랑 루즈]에서 그가 연기한 캐리커처와는 정반대되는 인물입니다. 아직도 로맨스와 진실한 사랑을 믿는 얌전하고 섬세한 남자지요. 그리고 록스버그는 그 역의 섬세함을 상당히 잘 살립니다. 믿음이 가요. (02/08/14)

DJUNA

기타등등

가족 영화 채널 방영작이지만 필름스에는 자료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