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들 (2009) * * *
감독
이재용
주연
윤여정....여정
이미숙....미숙
고현정....현정
최지우....지우
김민희....민희
김옥빈....옥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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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크리스마스 이브. 한국판 [보그]의 특집 화보 촬영을
위해 여섯 명의 여자배우들이 모입니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의
스튜디오 촬영을 준비 중인 윤여정,
[에덴의 동쪽]에서 노역을 연기 중이라 머리가 반백인
이미숙, 어제 [무릎팍 도사] 녹화를 마치고 온 고현정,
[스타의 연인] 촬영 중인 최지우, 해외 화보 촬영을
찍고 돌아와 아직 시차적응이 안 된 상태인
김민희, [박쥐]
촬영을 끝내고 후시 녹음 작업 중인 김옥빈.
원래 화보를 찍을 때도 여자 배우들은 절대 서로 부딪히지 않게
시차를 둔다는 패션계의 불문율이 있다지만 [보그]에서는
이를 무시하고 일을 벌이고 만 거죠. 왜? 이재용이
이들을 주인공으로 영화를 찍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여배우들]의 세계는 진실과 허구가 섞여 있는 [트와일라잇 존]입니다. 종종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처럼 보입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과 스탭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연기합니다. 이들의 경력, 인생, 의견들도 모두 당사자 자신의 것이고요. (그 때문에 이재용은 이 여섯 명의 배우들을 모두 공동각본가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이들이 누군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외국 관객들은 흐름을 따라잡기 조금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이 영화의 촬영장이기도 했던 [보그] 화보 촬영은 2009년 6월 무렵에 있었습니다. 이미숙의 분장, 김옥빈에게 걸려온 송강호의 전화, 촬영장까지 따라온 지우히메의 일본 아줌마 팬들 모두 가짜입니다. 바이크를 타는 김민희는? 대역이죠. 물론 이 영화의 드라마에 긴장감을 심어주는 고현정과 최지우의 싸움도 각본에 따른 것입니다. 그 각본이라는 것이 대사와 행동에 방향만 잡아주는 느슨한 것이라고 해도요.
영화는 흘러가면서 조금씩 장르를 옮겨갑니다. 영화는 처음엔 거의 패션 화보에 대한 다큐멘터리처럼 시작됩니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슬쩍슬쩍 이들의 사생활을 담은 신들이 극영화의 모습으로 삽입돼요. 이러다가 고현정과 최지우의 갈등이 커지면 거의 연속극 멜로드라마처럼 변해가죠. 이 멜로드라마는 곧 여섯 명의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온갖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는 수다의 장으로 변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강호동이 빠진 [무릎팍 도사]를 보는 것 같습니다. 이 흐름 속에서 엄청난 드라마를 찾을 생각을 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런 건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서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엄청난 비밀을 알아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마세요. 역시 그런 건 없습니다. 아무리 사실적으로 보여도 이들은 다섯 대의 카메라와 수많은 스태프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연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통제를 벗어나는 일은 벌어지지 않고 이미지는 끝까지 관리됩니다.
그럼 우리는 이들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걸까요? 캐릭터입니다. 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여섯 명의 인물들은 자연인의 성격과 대중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 업계나 동료들의 평판이 얽혀 만들어진 일종의 합성물이지만 무척 사실적이고 재미있는 존재들입니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다고 했지만, 일단 기둥이 되어줄 간단한 설정이 주어지면 이들은 이를 바탕 삼아 주변 캐릭터들과 흥미진진한 상호작용을 일으킵니다. 물론 이 과정은 평등하지 않습니다. 김옥빈이나 김민희처럼 젊은 배우들은 보다 유명하고 노출된 스캔들도 많은 선배들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못해요. 특히 후반 토크쇼에서는요. 하지만 영화는 이들에게도 캐릭터에 맞는 꼼꼼한 코미디와 사랑스러운 드라마를 심어주고 있고, 이들 역시 처음부터 어느 정도 선배들에게 묻어가는 역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테니 특별히 누군가가 손해를 봤다고는 못 하겠군요.
어지러운 영화입니다. 거의 [클로버필드] 정도의 멀미를 각오하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분주한 잡지사 건물 안을 다섯 대의 카메라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영화니까요. 그게 계속되다 보면 후반부에서는 다들 잠시 몽롱해집니다. 이런 멀미 증상이 주연 배우들이 마시는 샴페인의 대체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요. 물론 진짜 샴페인을 마시는 게 기분은 더 좋겠지만요. 멀미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러는 동안 발생하는 즉흥적인 재즈 연주와 같은 분위기는 매력적입니다. 제 경우 이 영화의 장르 배합에 완전히 동의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드는 사람들도 즐겁게 만들었고, 보는 사람들도 그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을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말할 수 있지요. (09/11/30)
DJUNA
기타등등
배우들은 기자간담회 때 다들 한 잔 한 것처럼 몽롱해보이더군요.
그게 영화의 멀미 효과 때문이었는지, 상영 전에 마셨을 수도 있는
샴페인 때문이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