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류승완

주연
정두홍....정태수
류승완....유석환
이범수....장필호
정석용....유동환
안길강....오왕재
김서형....장미란
이주실....석완모
김병옥....청년회장
조덕현....조사장
김기천....살수
김효선....여비서
서지오....서팀장
구자훈....구팀장
임준일....임팀장
온주완....십대태수
정우....십대왕재
김시후....십대석환
김동영....십대필호
박영서....십대동환

석환과 태수

류승완의 [짝패]에서 감독의 야심은 완성된 영화의 야심부족과 연결됩니다. 괴상한 말처럼 보이지만 사실이에요. 류승완의 목적은 6,70년대에 유행했던 싸나이 영화 장르의 전형성에 충실한 정통 액션 영화를 만드는 것이었을 테니 말이죠. 고로 이야기와 설정이 전형적일수록 그가 몇 십 년 동안 꾸어왔던 꿈에 더 충실한 영화가 되는 것입니다. 심지어 그와 액션 감독 정두홍은 직접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했으니 말 다했죠. 이 영화는 미니 버전 [킹콩]입니다.

영화의 이야기는... 뻔합니다. 서울에서 형사노릇을 하던 태수는 어린 시절 친구가 살해당하자 범인을 잡으러 고향 온성에 내려옵니다. 역시 동네 친구였던 석환과 이리 저리 쑤시고 다니던 그는 사건의 배후에 옛 친구이고 조직의 두목인 필호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처음엔 그도 법적으로 해결하려 했죠. 하지만 필호가 세게 나가자, 태수와 석환은 복수를 위해 일당백의 대결에 나섭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짝패]에서 이야기의 독창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60년대 한국 액션 영화나 홍콩 무술 영화의 설정처럼 보이는 이 구닥다리 이야기를 적절하게 21세기 한국에 이식하고 설득력 있는 액션의 배경을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각본은 상당히 좋아요. 빠르고 군더더기 없으며 중요한 캐릭터들은 모두 설득력이 있습니다. 특히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소악당인 필호의 묘사는요. 물론 디테일까지 물고 늘어지면 미심쩍은 구석이 하나씩 발견되긴 하지만 이 영화의 세계는 실제 세계가 아닙니다. 액션 영화에만 존재하는 장르 세계지요.

나머지는 모두 스타일입니다. 사거리 한가운데에서 주인공들이 불량청소년들과 한판 붙는 중반 액션이나 한중일의 세 가지 스타일이 순서대로 총동원되는 마지막 액션도 볼만하지만, 그것만 기대하고 갈 필요는 없어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글부글 끓고 있고 영화적 재치와 구식 아시아 액션 영화들에 대한 애정이 넘칩니다. 그렇다고 불필요한 감상주의로 액션과 드라마를 망치는 일도 없고요. [짝패]는 기름기가 쫙 빠진 날씬한 영화입니다.

그렇다고 진부한 이야기가 덜 진부해지는 건 아닙니다. 빠르고 짧은 영화지만 후반부에선 좀 늘어지는 경향이 있고 마지막 액션에서도 에너지와 아이디어가 조금 더 필요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짝패]는 즐거운 오락물입니다. 여러분이, 류승완이 이 영화의 모델로 삼았던 옛날 액션 영화의 팬이라면 더욱 그렇겠죠. (06/05/09)

DJUNA

기타등등

[액션배우 정맑음]의 모델인 김효선의 정통 액션을 이 영화에서 처음 봤습니다. 정두홍은 배우 실력이 다 나오지 않았다고 많이 아쉬워하더라고요. 그래도 은근히 카리스마가 강해서 눈에 확 들어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