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에드워드 드미트릭 Edward Dmytryk

주연
데보라 카....사라 마일즈
Deborah Kerr....Sarah Miles
밴 존슨....모리스 벤드릭스
Van Johnson....Maurice Bendrix
존 밀즈....앨버트 파키스
John Mills....Albert Parkis
피터 쿠싱....헨리 마일즈
Peter Cushing....Henry Miles
마이클 굿라이프....스마이스
Michael Goodliffe....Smythe
스티븐 머레이....크롬턴 신부
Stephen Murray....Father Crompton
찰스 골드너....새비지
Charles Goldner....Savage
노라 스윈번....버트램 부인
Nora Swinburne....Mrs. Bertram

모리스와 사라

전에 닐 조던의 [사랑의 종말]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레이엄 그린의 소설을 각색할 때 원작이 갖춘 통속적인 설정과 이야기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이야기했지요. 에드워드 드미트릭의 [사랑의 종말]도 그런 함정에 빠진 또다른 영화입니다.

책 속의 이야기를 특별히 바꾸지 않고 전달했다는 측면에서 드미트릭의 버전은 조던의 영화보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닐 조던 버전의 추가된 러브 신이나 역할 전환과 같은 건 없습니다. 책 속에서 사라 마일즈와 모리스 벤드릭스에게 일어난 일들은 모두 영화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의 구성을 완전히 바꾸어버렸습니다. 모리스 벤드릭스가 사립탐정을 고용하면서 시작되는 원작의 구조는 이 영화엔 없습니다. 모든 것들이 연대기 순으로 진행되지요. 사라와 모리스가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 후반에 삽입되어 지금까지의 미스터리를 설명하는 사라의 일기 정도가 이 연대기식 진행을 깨뜨리는 유일한 일탈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모리스 벤드릭스의 경험을 연대기 순으로 따라가는 영화의 구조를 생각해보면 대단한 일탈이라고 할 수 없죠.

이런 식의 각색은 이 영화의 단점을 대표합니다. 한마디로 너무 자상하고 친절한 것이죠. 영화는 어린이용 명작 축약본처럼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친절하게 풀어줍니다. 혹시나 멍청한 관객들이 이해 못할까봐요.

그러는 동안 영화는 서서히 유치해져갑니다. 사랑과 종교에 대한 그레이엄 그린의 매서운 관점과 벤드릭스의 냉소주의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애국심과 50년대식 감상주의로 대체됩니다. 그러는 동안 강렬한 감정과 통속적인 설정이 위태로운 균형을 이루고 있던 힘있는 이야기가 통속적인 연애담과 진부한 설교로 추락하는 거예요.

배우들도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습니다. 데보카 카는 좋은 배우입니다.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그랬던 것처럼 불륜이라는 설정을 상상외로 잘 다루는 배우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힘이 없습니다. 아마 상대역인 밴 존슨 때문이 아닐까요? 그는 벤드릭스의 강렬한 감정을 담을만한 그릇이 못됩니다. 그냥 흐릿하고 안전하기만 해요. 이런 배우를 앞에 두고 사라 마일즈를 연기한다면 당연히 맥이 풀릴 겁니다.

드미트릭과 조던의 버전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나을까요? 조던 쪽이 낫습니다. 여전히 각색은 맘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줄리안 무어, 레이프 파인즈, 스티븐 리라는 세 배우들의 불꽃같은 연기를 볼 수 있으니까요. 드미트릭의 버전은 모든 면에서 그냥 싱겁기만 합니다. 보고있으면 소금이라도 꺼내 치고 싶어요. (04/02/17)

DJUNA

기타등등

드미트릭의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당시 소설의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오히려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를 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