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올리버 히르쉬비겔 Oliver Hirschbiegel

주연
니콜 키드먼....캐롤 베넬
Nicole Kidman....Carol Bennell
대니얼 크레이그....벤 드리스콜
Daniel Craig....Ben Driscoll
제레미 노덤....터커 카우프먼
Jeremy Northam....Tucker Kaufman
잭슨 본드....올리버
Jackson Bond....Oliver
제프리 라이트....스티븐 갈리아노 박사
Jeffrey Wright....Dr. Stephen Galeano
베로니카 카트라이트....웬디 렝크
Veronica Cartwright....Wendy Lenk
조셉 섬머....헨릭 벨리첵 박사
Josef Sommer....Dr. Henryk Belicec
실리아 웨스턴....루드밀라 벨리첵
Celia Weston....Ludmilla Belicec
로저 리스....요리시
Roger Rees....Yorish
에릭 벤자민....진
Eric Benjamin....Gene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캐롤

지금까지 [신체 약탈자의 습격] 영화들은 자기 일을 썩 잘 해 왔습니다. 맨 처음 두 편은 할리우드 SF 영화의 고전이고, 이전만큼의 인기는 얻지 못했어도 세 번째 나온 아벨 페라라의 영화도 좋았죠. 하지만 이 기록은 올리버 히르쉬비겔의 네 번째 영화에서 무참하게 깨집니다. 감독 탓일까요? 모르겠어요. 개봉판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간 버전이니까요. 히르쉬비겔의 버전이 맘에 안 든 워너에서는 워쇼스키 형제를 고용해 각본을 거의 다시 쓰게 했고 그걸 제임스 맥티그가 연출해 재촬영했답니다. 히르쉬비겔의 오리지널이 더 나았을까요? 보기 전에는 모를 일이죠.

이번 영화에서는 무대가 워싱턴입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정계 인사들이 몰려있는 곳이죠. 21세기 이후 가뜩이나 심난해진 국제 정세에 대해 한 마디 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정신과의사 캐롤이 만나고 다니는 사람들도 한 목소리 낼 수 있는 높은 양반들이고요. 외계인의 영향력도 훨씬 큽니다. 잠시나마 전세계를 움직이고 변화시키기까지 해요.

외계생물의 생활사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는 거대한 외계콩깍지라는 공식을 그대로 유지했지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스페이스 셔틀에 묻어온 외계 미생물입니다. 인간의 몸 속으로 들어가 램 수면 상태로 만든 뒤 DNA를 조작하지요. 저도 외계콩깍지가 그렇게까지 설득력있는 설정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되니 좀 심심하군요. 원본이 파괴되고 복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만들어내는 으스스한 서스펜스도 사라지고요.

서스펜스/호러로서 [인베이젼]은 실망스럽습니다. 이 영화가 관객들을 자극하기 위해 사용하는 건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린 차로 시내를 질주하는 카체이스 같은 것들이에요. 니콜과 다른 스턴트 더블이 이 때문에 다치기도 했다지만 별 성과는 없습니다. 카체이스 액션은 [신체 약탈자의 습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장치거든요.

나머지 부분들은 더 시시합니다. [신체 약탈자] 이야기가 매력적인 건 이 설정이 굉장히 암담하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생기없는 복제물로 변하고 그들은 지구를 정복하지요. 어쩌다 그들을 저지한다고 해도 외계 콩깍지에게 먹힌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 건 마찬가지고. 그런데 이 영화에서는 외계생물들을 저지하고 감염된 사람들을 되돌리며 지구를 지킬 수 있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건 완벽하게 성공하지요. 심심하지 않나요?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외계생물들을 바라보는 태도입니다. 이들은 짧은 정복기간 동안 정말로 지구를 전쟁도, 살인도, 강간도 없는 유토피아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건 잠시 동안이나마 성공하지요. 이라크 사태도, 북핵 사태도 모두 이성적으로 해결되고 세계는 우리가 꿈만 간신히 꿨던 세계 평화에 접근합니다. 그러다 다시 외계인들이 퇴치되자 우리는 다시 이전처럼 어리석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짐승으로 돌아가는 거예요. 이전 영화들은 외계생물들의 입장을 이렇게 성실하게 변호해준 적이 없었죠. 올리버 히르쉬비겔의 원래 버전이 이 접근법을 어떻게 살렸는지 궁금하군요. 지금 버전은 그냥 좋은 기회를 날려버린 것 같습니다. (07/09/12)

DJUNA

기타등등

두 번째 영화인 카우프먼 버전에 대한 인용이 많더군요. 베로니카 카트라이트가 조연으로 출연하기도 하고 벨리첵이라는 이름의 체코 외교관 부부가 나오며 제레미 노덤 캐릭터의 이름은 '카우프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