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스테판 아발로스 Stefan Avalos
랜스 와일러 Lance Weiler

주연
데이빗 비어드....데이빗 리
David Beard....David Leigh
짐 슈어드....제임스 L. 슈어드
Jim Seward....James "Jim" L. Suerd
스테판 아발로스....스티븐 아브카스트
Stefan Avalos....Steven Avkast
랜스 와일러....로커스 윌러
Lance Weiler....Locus Wheeler
라인 클래버스....라인 클라킨
Rein Clabbers....Rein Clackin
미셸 풀라스키....미셸 모나크
Michele Pulaski....Michelle Monarch

(결말의 스포일러가 절반쯤 있습니다.)

사실 또는 허구?

[블레어 윗치]냐, [마지막 방송]이냐. 1999년엔 이게 대단한 논쟁 주제였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가짜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빌린 호러 영화들이 만들어져 공개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요.

일차적인 승자는 [블레어 윗치]였습니다. 선댄스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배급사도 괜찮은 걸 잡았으며 흥행 성적과 비평 성과도 좋았죠. 하지만 그 역풍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영화가 자신의 트릭을 모두 공개한 뒤로는요. 그리고 그 역풍의 일부는 오늘 다룰 [마지막 방송]이었어요. 나름 어부지리를 취한 것이겠죠. [블레어 윗치]가 아니었다면 배급되기도 쉽지 않았던 영화이니 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블레어 윗치]에 나쁜 감정을 가질 이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블레어 윗치]와 [마지막 방송]을 일대일로 비교하는 건 의미있는 일일까요? 글쎄요. 일단 이 두 작품들은 경쟁적으로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모방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접근법의 차이는 흥미로워요. 한번쯤 비교해봐도 괜찮을 정도로요.

[마지막 방송]의 내용은 다음과 같아요. 1995년 겨울, 저지 데블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사실 또는 허구?]라는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나온 네 명의 남자들이 뉴 저지의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다 두 명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고 한 명은 실종되고 살아남은 한 명은 살인죄로 체포되지요. 2년 뒤, 데이빗 리라는 영화감독이 과연 그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듭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건 이후 발견된 테이프와 필름으로만 구성된 [블레어 윗치]와는 달리, [마지막 방송]은 보다 정통적인 다큐멘터리의 접근법을 취하고 있습니다. 데이빗 리는 영화 내내 나레이터로 등장해 사건을 설명하고 인터뷰에 주석을 달고 결정적인 증거인 비디오 테이프들을 분석하고 마지막엔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건 현장에 뛰어듭니다. 그 최종 결과는 [그것이 알고 싶다]와 [가늘고 푸른 선]의 중간쯤에 위치합니다. 적어도 결말 직전까지는요.

솔직히 말하자면 [마지막 방송]의 이야기는 [블레어 윗치]만큼 흥미롭게 짜여져 있지 않습니다. 캐릭터의 묘사나 그들의 동기, 사건의 흐름은 산만한 편이고 종종 지나치게 인공적입니다. 편집이나 영상효과가 지나치게 많이 삽입되어 보는 재미도 떨어지고요.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90년대식으로 촌스럽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게 진상이 밝혀지는 결말부분에서 뒤바뀝니다. 그 진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겠어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내용이 아니라 형식입니다. 지금까지 시치미 뚝 떼고 다큐멘터리인 척 하던 영화는 갑자기 가면을 벗습니다. 화면 비율이 바뀌고, 카메라는 갑자기 제3자가 되고, 그 뒤에 이어지는 사건은 허구가 되는 것이죠. 그러는 동안 우리가 지금까지 다큐멘터리, 또는 조작된 모큐멘터리로 감상하던 영화 자체가 허구의 액자 속으로 들어갑니다.

이 결말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엔 이건 굉장히 생산적인 결말이에요. 일단 다소 억지스러웠던 몇몇 설정들은 이 결말로 인해 해결됩니다. 더 좋은 건 이 결말을 통해 영화가 할 말이 더 많아지고 주제가 강화된다는 것이죠. [마지막 방송]은 [블레어 윗치]보다 더 정직하고 유머가 풍부하며 자신이 다루는 매체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전 여전히 [블레어 윗치]가 [마지막 방송]보다 더 나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방송]엔 [블레어 윗치]가 가진 소름끼치는 영화적 순수성이나 드라마의 힘은 없습니다. [블레어 윗치] 쪽이 연기도 더 좋고요. 하지만 흐릿한 테이프의 영상이 가져다주는 불쾌한 흥분은 은근히 자극적이며, 영화의 주제도 곱씹어볼만 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마지막 방송]이 [블레어 윗치]보다 먼저 나왔다고요! (06/10/10)

DJUNA

기타등등

스테판 아발로스와 랜스 와일러는 그 뒤에 각각 [The Ghosts of Edendale]과 [Head Trauma]라는 비디오 호러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둘 다 예고편이 DVD에 수록되어 있는데, [The Ghosts of Edendale]은 그 뻔뻔스러운 비디오 화질이 오히려 구미를 당기게 하더군요. 아직은 볼 생각이 들지 않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