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우발도 라고나 Ubaldo Ragona
시드니 살코우 Sidney Salkow

주연
빈센트 프라이스....로버트 모건 박사
Vincent Price....Dr. Robert Morgan
프랑카 베토이아....루스 콜린스
Franca Bettoia....Ruth Collins
엠마 다니엘리....버지니아 모건
Emma Danieli....Virginia Morgan
자코모 로시-스튜어트....벤 코트먼
Giacomo Rossi-Stuart....Ben Cortman
움베르토 라오....머서 박사
Umberto Raho....Dr. Mercer
크리스티 코틀랜드....캐시 모건
Christi Courtland....Kathy Morgan

로버트 모건

지금까지 리처드 매서슨의 [나는 전설이다]는 세 번 영화로 각색되었죠. 가장 처음에 만들어진 영화는 오늘 다룰 [지구 최후의 인간]이고 두 번째가 찰턴 헤스턴이 나오는 [오메가 맨], 마지막이 윌 스미스가 주연인 [나는 전설이다]입니다. 이 세 편의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고르라고 시킨다면 전 별 생각없이 [지구 최후의 인간]을 고를 겁니다. 이 영화가 아주 좋은 작품이 아니라는 건 유감이에요.

다른 각색물과 비교했을 때 [지구 최후의 인간]의 가장 큰 장점은 원작에 충실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최종 각본에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원작자 리처드 매서슨이 직접 각색 작업을 했고, 스토리도 원작과 가장 가까워요. 후반부의 묘사가 조금 달짝지근하긴 하지만 그래도 원작 이야기의 흐름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뱀파이어들의 세계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이 오히려 괴물이 되어 버리는 아이러니를 제대로 그린 작품은 이 영화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미국 작품인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탈리아에서 만들었습니다. 원래 해머사에서 제작하려 했던 영화지만 검열에 걸려서 미국 제작자가 이탈리아 파트너를 찾은 거죠. 그 때문에 이탈리아 영화 특유의 단점들이 보입니다. 일단 영어권 배우가 빈센트 프라이스밖에 없기 때문에 영어 후시 녹음이 튀죠. 입이 안 맞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사운드가 생기없게 들리고 연기가 조금씩 어긋나는 겁니다. 하긴 이걸 매력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죠.

척 봐도 B급 냄새가 나는 영화입니다. 용케 인간들이 다 죽어나간 텅빈 도시를 그럴싸하게 그려내긴 했어요. 하지만 그래도 싼 맛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죠. 문제는 이게 감독의 창의력으로 충분히 커버되지 못한다는 겁니다. 로버트 모건이 무덤에서 돌아온 죽은 아내와 대면하는 장면은 공을 어느 정도 들여도 괜찮지 않습니까?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스토리 따라가기에만 급급합니다. 모건의 집에 들어가려고 발버둥치는 뱀파이어들도 그냥 심심해요. 조금만 더 분발했다면 4년 일찍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던 영화인데 말이죠.

그래도 여전히 이 영화는 가장 좋은 [나는 전설이다] 각색물입니다. 특유의 거창한 나레이션과 오버 액팅으로 영화를 이끌어가는 빈센트 프라이스 역시 찰턴 헤스턴과 윌 스미스를 넘어서고 있고요. 전 아직도 이 영화가 해머에서 제작되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지 궁금합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그 쪽이 더 어울렸을 것 같으니 말이죠. (08/09/08)

DJUNA

기타등등

이 영화에서 각본가 크레딧에 올라와 있는 로간 스완슨은 리처드 매서슨의 필명이죠. 일종의 앨런 스미시 이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원래는 크레딧에서 빠지려고 했는데, 그럼 돈을 받을 수 없어서 가명을 썼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