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드미 Jonathan Demme

주연
덴젤 워싱턴....벤 마코
Denzel Washington....Ben Marco
리에브 슈라이버....레이몬드 쇼
Liev Schreiber....Raymond Shaw
메릴 스트립....엘레노어 쇼
Meryl Streep....Eleanor Shaw
존 보이트....토머스 조던 상원의원
Jon Voight ....Senator Thomas Jordan
베라 파미가....조이슬린 조던
Vera Farmiga....Jocelyne Jordan
킴벌리 엘리스....로지
Kimberly Elise....Rosie
제프리 라이트....알 멜빈
Jeffrey Wright....Al Melvin
사이먼 맥버니....아티커스 노일
Simon McBurney....Atticus Noyle
브루노 간츠....델프
Bruno Ganz....Delp
딘 스톡웰....마크 위팅
Dean Stockwell....Mark Whiting
폴 라자....길레스피
Paul Lazar....Gillespie
젤리코 이바넥....본 유틀리
Zeljko Ivanek....Vaughn Utly
미겔 페레....가렛 대령
Miguel Ferrer....Colonel Garret
테드 레바인....하워드 대령
Ted Levine....Colonel Howard

레이몬드 쇼와 벤 마코

[맨츄리안 캔디데이트]의 공식 원작은 냉전시대에 쓰여진 리처드 콘돈의 동명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정말로 콘돈의 소설을 각색한 건 아닙니다. 그보다는 같은 소설을 각색한 존 프랑켄하이머의 1962년 영화를 21세기 초 미국의 현상황에 맞게 업데이트시킨 것에 가깝지요.

원작과 1962년 영화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국 군인들이 공산국가의 심리학자들에 의해 세뇌되는 것으로 시작되지만 2004년 버전은 걸프 전에 참전한 미국 군인들이 납치되어 세뇌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물론 냉전시대는 끝났으니 이 영화의 악당들은 다국적 군수업체와 그에 동조하는 미국 정치가들이죠.

왕년의 걸작을 리메이크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지만, 드미에겐 완벽한 논리가 서 있습니다. 드미가 영화를 만든 21세기 초의 미국은 콘돈의 소설이 쓰여진 50년대 말의 미국만큼이나 요란한 정치적 히스테리 상태에 빠져 있으니까요. 이 경우 냉전시대의 정치적 히스테리를 다룬 원작을 업데이트시키는 건 그 자체가 적극적인 정치적 선언일 수 있습니다.

현대 관객들에게 드미의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는 프랑켄하이머의 영화보다 훨씬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이 영화엔 공산당 스파이도 없고, 황화론도 없으며, 한국인인 척하는 헨리 실바도 없습니다. 군수업체와 정계의 유착관계, 미국 선거 제도에 대한 야유와 같은 드미의 주제들은 9/11 이후 훨씬 가깝게 와닿습니다.

영화는 더 이치에 맞고 빠른 서스펜스물이기도 합니다. 원작에서는 방향을 잃고 방황하는 듯 했던 이야기들은 거의 대부분 이치에 맞게 설명됩니다. 콘돈의 소설이나 프랑켄하이머의 영화를 이미 접한 관객들을 위해 드미는 막판의 클라이맥스를 살짝 바꾸어주는 서비스를 하기도 합니다.

덴젤 워싱턴, 리에브 슈라이버, 메릴 스트립도 프랭크 시내트라, 로렌스 하비, 앤젤라 랜즈버리에 눌리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판 메데아와 같던 아이슬린 부인을 사악한 미국 정치가들의 캐리커처인 엘레노어 쇼로 변형시킨 메릴 스트립은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드미의 영화는 프랑켄하이머의 영화에 비해 심심합니다. 너무 멀끔하고 잘 짜여져 있다는 느낌이 들죠. 프랑켄하이머의 영화는 늘 드러난 이야기 이상을 품고 있었습니다. 불협화음처럼 드러난 액션과 조금씩 어긋나는 스타일은 이야기가 마무리지어진 뒤에도 불쾌한 뒷맛을 남겼고 조금씩 편집이 덜 된 듯한 여벌 이야기들은 오히려 캐릭터의 힘을 더해주었습니다. 드미의 영화는 그런 숨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노골적인 냉전시대의 스릴러 형식을 취했으면서 당시의 히스테리아에 대한 근사한 기술로 존재할 수 있었던 프랑켄하이머의 영화와는 달리 장르의 완벽한 해결책 안에 갇힌 드미의 영화는 지나치게 안전하게 느껴집니다. (05/03/18)

DJUNA

기타등등

다들 메릴 스트립이 힐러리 클린턴을 흉내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스트립 자신은 그런 짐작들을 부인했다고 합니다. 오히려 스트립이 모방한 건 콘돌리자 라이스와 같은 공화당 정치가들이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