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프레스턴 스터지스 Preston Sturges

주연
클로데트 콜베르....제럴딘 '제리' 제퍼스
Claudette Colbert....Geraldine 'Gerry' Jeffers
조엘 맥크리....톰 제퍼스
Joel McCrea....Tom Jeffers
메리 애스터....센티밀리아 공주
Mary Astor....The Princess Centimillia
루디 발리....존 D. 해컨새커 3세
Rudy Vallee....John D. Hackensacker III
시그 아르노....토토
Sig Arno....Toto
로버트 더들리....위니 킹
Robert Dudley....Wienie King

톰과 제리

주제나 소재면에서 [팜 비치 스토리]는 [The Awful Truth]와 닮았습니다. 둘 다 이혼하거나 이혼하려는 커플이 어쩔 수 없는 운명과 사랑의 힘에 밀려 재결합한다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두 연인이 영화의 주제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고 서로의 품에 뛰어드는 [The Awful Truth]와는 달리 [팜 비치 스토리]는 그 결말에 대해 살짝 냉소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는 5년 동안 그럭저럭 결혼 생활을 이어오던 커플이 결국 파경을 맞으면서 시작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경제적인 사정이 나빠진 거죠. 발명가인 남편 톰은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그걸 구체화할 능력도, 집세를 낼 돈도 없습니다. 사치가 몸에 밴 아내 제리는 더 이상 그 상황을 견뎌낼 수 없고요. 모두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제리는 이혼하기 위해 팜비치로 떠나고 톰도 그 뒤를 따릅니다. 그러다가 부부는 그들을 남매라고 생각하는 백만장자와 그의 누나를 만나게 되지요.

형식적인 면에서 [팜 비치 스토리]는 순수한 스크루볼 코미디입니다. 괴상하고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사람들이 그만큼이나 괴상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 온갖 소동을 겪는다는 거죠. 그러는 동안 배우들은 비정상적으로 날카로운 위트로 도배된 대사들을 읊어대고요.

그러나 [팜 비치 스토리]의 이야기는 설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살짝 냉소적인 미소를 흘리며 몇 발짝 뒷걸음질치고 있습니다. 더 현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군요. 영화는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나긴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사랑만으로 결혼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으니까요. 사랑도 중요하지만 돈도 그만큼 중요해요.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된다고 해도 두 사람의 성적매력이나 욕망, 누가 역학관계에서 우위에 있는가도 중요합니다. 아무리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해도 이들이 앞으로도 완벽한 평형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법은 없죠.

불평등한 캐스팅 때문에 이 느낌은 더욱 강합니다. 이 영화에서 배우들의 무게는 여자 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져 있어요. 주연인 클로데트 콜베르와 남자 밝히는 부자집 공주님 역인 메리 애스터는 매력적이고 위트와 카리스마가 넘칩니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 역의 조엘 맥크리는 멀끔하게 잘 생겼을 뿐, 케리 그랜트의 개성이나 매력은 부족하죠. 따라서 관객들은 실제로 그와 '재미없는 백만장자'역의 루디 발리를 양손에 놓고 저울질을 하게 됩니다. 솔직히 저였다면 정말로 발리에게 갈 수도 있었어요. 섹스 어필은 조금 떨어질지 모르지만 꽤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람이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돈 많은 남자라는 것도 플러스고요.

[팜 비치 스토리]는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설리번 여행기]처럼 심각한 의도를 담은 작품은 아닙니다. 오히려 존 L. 설리번이 수용소에서 빠져나온 뒤 만들었을 법한 가벼운 작품이지요. 이 영화의 막나가는 코미디가 그처럼 빛을 발하는 건 스터지스가 [설리번 여행기]를 통해 죄의식을 어느 정도 덜었기 때문일까요? (05/07/05)

DJUNA

기타등등

오프닝 크레딧의 줄거리를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그 자체로 영화 하나를 더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