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널 The Terminal (2004) * * *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주연
톰 행크스....빅토르 나보르스키
Tom Hanks....Viktor Navorski
캐서린 지타-존스....아멜리아 워렌
Catherine Zeta-Jones....Amelia Warren
스탠리 투치....프랭크 딕슨
Stanley Tucci....Frank Dixon
치 맥브라이드....조 멀로이
Chi McBride....Joe Mulroy
디에고 루나....엔리케 크루스
Diego Luna....Enrique Cruz
배리 샤바카 헨리....레이 서먼
Barry Shabaka Henley....Ray Thurman
쿠마르 팔라나....굽타 라잔
Kumar Pallana....Gupta Rajan
조이 살다나....토레스
Zoe Saldana....Torres
에디 존스.....살착
Eddie Jones....Salchak
마이클 누리....맥스
Michael Nouri....Max

아멜리아와 빅토르
스티븐 스필버그의 [터미널]은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라는 이란 남자의 실화에 바탕을 두고 있는 영화입니다.유학을 마치고 1976년에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왕정 반대 시위 경력 때문에 추방됩니다. 그는 필사적으로 망명지를 찾아 헤맸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88년 샤를 드골 공항에 주저 앉고 말았죠. 1999년 프랑스 정부는 그에게 망명자 신분을 주기로 결정했지만 이번엔 그가 거부했고 스필버그가 [터미널]을 만들면서 준 저작권료 30만 달러를 받은 뒤에도 여전히 공항에서 살고 있다는군요.

처절하다면 처절하고 어처구니없다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죠. 장 폴 사르트르가 살아있었다면 적당히 설정을 바꾸어 희곡으로 만들었을 법한 이야기가 아닌가요? 하지만 프랑스 실존주의의 유행은 오래 전에 지나간 터라 나세리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할리우드로 넘어갔습니다. 물론 그 과정 중 수십 년 동안 공항과 관료체제를 상대로 싸우다 공항에 주저앉아 버린 정치 망명객의 고통은 사라집니다.

[터미널]의 주인공 빅토르 나보르스키는 메르한 카리미 나세리보다 단순하지만 이해하기 더 어려운 남자입니다. 가상의 동구 유럽 국가 크라코지아에서 뉴욕으로 날아온 그는 고국이 쿠데타에 휩싸이자 JFK 공항 안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공항 보안 담당자인 프랭크 딕슨은 어떻게든 편법으로 그를 쫓아버리려고 하지만 나보르스키는 관료주의의 함정에 빠지기엔 너무나도 단순하고 솔직한 사람입니다. 결국 나보르스키는 딕슨의 감시 하에 9개월이나 되는 긴 시간 동안 JFK 공항 안에 갇혀 지내게 됩니다. 영어를 배우고 직장을 찾고 친구가 된 공항 직원들을 위해 큐피드 노릇을 해주고 유부남과 바람을 피우는 스튜어디스 아멜리아 워렌과 사랑에 빠지면서요.

[터미널]은 4,50년대에 나왔을 법한 구식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킵니다. 조금은 프랭크 카프라를 닮고 조금은 프레스턴 스터지스를 닮았지만 전체적으로 훨씬 나른하고 편안하며 감상적인 영화지요. 스필버그에게서 이런 영화가 나왔다고 놀랄 건 없습니다. 그가 이런 구식 멜로드라마 장르에 도전한 게 처음은 아니니까요([올웨이즈] 기억 하세요?) 아마 마지막도 아닐 거예요. 그는 늘 이런 식의 클래식 스튜디오 시대의 영화들에 매료되어 왔으니까요. [멋진 인생]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들 중 하나잖아요.

나보르스키 역시 현실보다는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반은 무슈 윌로를, 반은 [Being There]의 챈스를 닮은 이 남자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 앞에 자기 자신을 분명히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나보르스키의 내면이 아니라 그의 독특하고 이질적인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입니다. 나보르스키는 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고 신경을 긁으면서 그들에게 행동의 동기가 되어줍니다.

허구보다 놀라운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터미널]은 전적으로 허구의 산물입니다. 스필버그는 이 코미디를 만들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할리우드 장르의 눈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와 캐서린 지타-존스와 같은 최근 배우들이 나오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보다보면 지직거리는 옛날 할리우드 영화들을 몇 편씩 몰아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그 때문이에요. [터미널]은 영화광의 회고조의 손길로 재현된 코미디입니다. 아마도 스필버그는 자기 식의 프레스턴 스터지스의 영화를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가 던진 다음 말은 어딘지 모르게 [설리번 여행기]의 느낌이 나지 않나요? "지금은 좀 더 웃을 필요가 있는 시기이다.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들은 어려운 시기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래야만 한다."

다행히도 그런 감상적인 회고조의 느낌은 아주 공허하지만은 않습니다. 반대로 최근 영화들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독특한 느낌을 [터미널]이라는 영화에 부여하지요. [터미널]은 깊이나 무게는 없지만 우아하고 단정하며 살짝 우울한 뒷맛을 남기는 코미디입니다. 영화가 주는 정서적 영향력은 값싼 샴페인의 뒷맛처럼 쉽게 사라져버리는 것이긴 해도 혀끝에 남아있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영화가 우리에게 전달하는 즐거움은 나쁘지 않습니다. (04/08/18)

DJUNA


기타등등

톰 행크스가 나보르스키 역을 잘하긴 했지만 (그의 히트작 [포레스트 검프]가 어느 정도 연상되더군요) 영어에 서툰 외국 배우를 기용했다면 더 괜찮았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행크스는 외국의 공항에 갇힌 사람치고는 너무 편안하고 친숙해보여요. 하긴 그런 편안한 느낌 때문에 기용된 것이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