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찰스 가드 Charles Guard
토머스 가드 Thomas Guard

주연
에밀리 브라우닝....안나
Emily Browning....Anna
에어리얼 케벨....알렉스
Arielle Kebbel....Alex
데이빗 스트래세언....스티븐
David Strathairn....Steven
엘리자베스 뱅크스....레이첼
Elizabeth Banks....Rachael
마이야 메이서....엄마
Maya Massar....Mom
케빈 맥널티....에머리 보안관
Kevin McNulty....Sheriff Emery
제시 모스....매트
Jesse Moss....Matt
딘 폴 깁슨....실버링 박사
Dean Paul Gibson....Dr. Silberling

안나와 알렉스

[안나와 알렉스 - 두 자매 이야기]를 [장화, 홍련]과 일대일로 비교하며 누가 좋은가를 평가하는 건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장화, 홍련]의 리메이크 영화이긴 하지만 원작을 그대로 모방하는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영화거든요. 영화는 기본적인 스토리를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분위기도, 내용도, 결말도, 캐릭터도 다르고 심지어 장르도 다릅니다. 원작의 열성팬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이건 나쁜 태도가 아니라고 봅니다. 이미 [장화, 홍련]이라는 영화가 존재하는데 그 복제판을 다시 만들 필요는 없지요. 같은 스토리를 따른 전혀 다른 영화로 보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비교를 안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리메이크의 숙명이죠. 한국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할리우드 영화라면 더욱 당기기 마련이고. 아무리 저렇게 말을 해도 비교를 통해 리뷰를 쓸 수밖에 없어요. 적어도 저는 그렇습니다.

우선 사건이 벌어지는 무대부터가 다릅니다. [장화, 홍련]의 세계는 동화 속의 공간처럼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의 세계는 그냥 우리가 알고 있는 현대 미국의 일부입니다. 집은 그냥 보통 집이고 아이들은 그냥 보통 아이들이에요. 병원도 그냥 병원이고요. 이런 이야기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더 쉽게 먹힐 겁니다. 그 쪽에서는 정신상담과 정신분석이 일상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그 때문에 분위기 역시 참 일상적입니다. 시작부터 뭔가 엄청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장화, 홍련]과는 달리 [안나와 알렉스]는 일상을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이건 효과적인 반전의 일부가 됩니다.

영화는 장르도 다릅니다. [장화, 홍련]은 기본적으로 호러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는 유령이나 악몽과 같은 호러 요소들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장르에서는 될 수 있는 한 벗어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만들려는 것은 앞뒤가 비교적 딱딱 맞아떨어지는 심리 스릴러 영화예요. 당연히 원작의 꿈의 논리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 영화에서 기대할 수 있는 건 흩어진 블록들을 조립해 하나의 모양으로 완성하는 다소 건조한 쾌락입니다. 당연히 공포도 없습니다. 호러 장면이 몇 개 나오기는 하는데, 그것들은 별 재미가 없어요. 특히 원작에서는 최고의 장면이었던 긴 머리 귀신 장면은 너무 조악해서 민망할 정도입니다.

멜로드라마도 사라졌습니다. [장화, 홍련]은 시작부터 끝까지 감정으로 넘쳐나는 영화였습니다. 사랑과 증오를 빼면 남는 게 없었죠. 하지만 [안나와 알렉스]는 캐릭터들에 거의 감정이입을 하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을 극도로 학대하면서도 그들의 내면에 몰입했던 원작과는 달리 이 리메이크 영화는 종종 너무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들과 거리를 둡니다. 원작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였던 죄의식 역시 심판자의 단호함으로 대체되었고요. 역시 스릴러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였다고 봅니다.

그럼 스릴러 영화로는 어떨까? 객관적인 평가는 어렵습니다. 전 이미 원작을 알고 있으니 이들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관객은 아니죠. 하지만 스토리 전개는 썩 그럴싸하고 새로 놓은 반전도 비교적 잘 짜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말이 돼요. 감정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결말 이후가 좀 안티 클라이막스이고 원작보다 훨씬 소품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런 영화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습니다. 단지 호러 팬들에게는 실망스럽겠지요. 이런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은 대부분 호러 팬들일 텐데, 장르팬들의 기대를 사정없이 배반하고 있으니까요.

배우들을 보면 전체적인 앙상블이나 연기 테크닉은 원작보다 더 낫습니다. 더 노련하고 유려하지요. 하지만 이들의 연기가 원작의 배우들보다 낫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신인이었던 임수정이나 막 배우로서 자신을 발견했던 염정아는 거칠고 모가 나 있어도 온몸의 진을 짜내는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냥 전문 배우들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해냈다는 느낌 이상은 없습니다. 이 역시 나쁘지는 않은데, 원작과 비교하면 조금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음악은 원작이 훨씬 더 좋습니다. 이 분야에서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 영화를 능가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인데, 여기서는 비교적 쉽게 결판이 납니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이었던 이병우의 음악에 비교하면 크리스토퍼 영의 음악은 진부하고 흐릿하면서도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있지도 않은 공포를 불러일으키려고 기를 쓰는 몇몇 음악들은 딱할 정도고요. (09/04/02)

DJUNA

기타등등

오리지널의 임수정이 그랬던 것처럼, 에밀리 브라우닝도 만만치 않은 동안이죠. 누가 이 아가씨를 스무 살로 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