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로틴 트래지디 La Veuve de Saint-Pierre (2000) * * * 1/2

감독
파트리스 르콩트 Patrice Leconte

주연
줄리에트 비노쉬....폴린 (마담 라)
Juliette Binoche....Pauline (Madame La)
다니엘 오퇴이유....장 (대위)
Daniel Auteuil....Jean (The Captain)
에밀 쿠스투리카....닐 오귀스트
Emir Kusturica....Neel Auguste
필립 마냥....베노
Philippe Magnan....Venot
기슬랑 트랭블레....셰바쉬
Ghyslain Tremblay....Chevassus

폴린과 장
[La Veuve de Saint-Pierre]는 프랑스령 캐나다의 작은 섬에서 1850년에 일어난 실화를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실화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영화 그대로였다면 당시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스캔들이었을 겁니다.

어떤 이야기냐고요? 생 피에르라는 작은 섬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닐과 로이라는 술취한 두 선원이 순전히 술집에서 만난 중년 남자가 뚱뚱한 건지 아니면 덩치가 있는 건지 알아보기 위해 칼로 푹푹 찌르다가 결국 죽여버린 거죠. 칼을 휘두른 닐은 사형선고를 받고 로이는 중노동형에 처해지지만 교도소로 옮겨지는 동안 로이는 마차 전복 사고로 죽고 맙니다.

여기서부터 상황은 재미있어집니다. 일단 닐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기는 했지만, 워낙 작고 뒤쳐진 식민지 마을이라 단두대도 없고 형리도 없습니다. 식민지 정부에서는 본국에 단두대를 요청하고 한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그동안 '마담 라'라는 별명으로 알려진 교도소 담당 장교의 아내가 사형수에게 관심을 보입니다. 모든 사람들은 개화될 수 있다고 믿는 마담 라는 닐에게 정원일을 시키고 글을 가르칩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엉뚱하게 흘러가고 말았습니다. 마담 라가 닐을 동네 곳곳에 끌고다니며 일을 시키는 동안 그의 인기가 이상할 정도로 올라간 거죠. 그의 명성은 그가 한 여자의 생명을 구했을 때 절정에 달하고 심지어 그는 그 동안 눈이 맞은 동네 과부와 결혼까지 합니다. 간신히 단두대가 생 피에르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닐의 사형을 막기 위해 부두 앞에서 항의 시위까지 합니다. 정부에서는 난리가 났죠. 어떻게든 이 사형수의 목을 잘라야 법과 정부의 권위가 서니까 말입니다.

르콩트는 이 엉뚱한 이야기를 통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 걸까요? 얼핏봐서는 사형제도에 대한 비판 같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주인공 마담 라의 논리는 현대 사형폐지론자의 논리와 많은 면에서 일치합니다. 만약에 우리가 사형수를 새 사람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다면 그 바뀐 사람을 사형시키는 것이 옳은 일일 수 있을까요? 영화는 꽤 진지하게 이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결코 위장용 커버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르콩트가 설교조로 사형폐지론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우리는 조금 넓게 이 주제를 고찰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생각해보죠. 닐의 사형집행이 그렇게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건 단순히 생 피에르의 사람들이 맘씨가 좋아서가 아닙니다. 워낙 동네가 작다보니 지금까지 국가라는 거대한 자동 기계가 당연히 해줄 줄 알았던 일들을 스스로 해야했기 때문이죠. 이는 국가와 제도의 비인간성을 입증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런 제도에 얼마나 의지하고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그런 자동 기계적인 몰인정함이 정말로 필요하기 때문이죠.

마담 라의 논리에도 재미있는 패러독스가 있습니다. 닐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선량한 인물로 다시 태어난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전히 그가 사형 선고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죽음을 선고받고 남은 나날이 얼마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의 심경도 변화한 셈이지요. 그를 새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마담 라와의 만남 역시 사형선고가 아니었으면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이런 자잘한 생각들로 이야기를 끝도 없이 끌 수도 있겠지만, [La Veuve de Saint-Pierre]는 사실 사형제도에 대한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겉보기엔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핵심은 다른 데 있어요.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영화는 파트리스 르콩트의 다른 영화들이 그렇듯 조금 이상한 러브 스토리입니다. 이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은 지금까지 제가 거의 언급하지도 않은 마담 라의 남편인 대위입니다.

이 이야기는 삼각관계 러브스토리일까요? 마담 라는 남몰래 사형수 닐에게 성적으로 끌리고 있었을까요? 동네 소문에 따르면 마담 라는 '독특한' 사람들에게 끌리는 성격이라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꼭 그런 이야기로 끌고 갈 필요는 없을 겁니다. 마담 라가 닐에게 성적으로 끌리지 않았다고 해도 그 사람의 행동은 충분히 설명 가능합니다. 끔찍한 사형수를 근사한 새 사람으로 만들어내는 동안 마담 라가 느꼈을 성취욕은 대단한 것이었을 겁니다. 꼭 성적인 것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굉장한 열정이 내포된 행동임은 분명하죠. 마담 라가 닐의 사형집행에 그처럼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것도 당연합니다. 자기 창조물이 파괴되는 걸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여간 이 상황에서 대위가 취한 행동은 남편이라는 남자가 할 행동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대위는 자기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면서도 아내의 그 열정적인 자선을 적극적으로 돕습니다. 심지어 분명히 느끼고 있을 질투심까지 무작정 억누르면서요. 영화가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동안 대위가 보여주는 순수한 숭배와 헌신으로 가득한 사랑은 감동적이지만 매우 르콩트답게 기괴하기도 합니다. 르콩트에게 진정한 사랑이란 늘 당사자의 붕괴를 몰고오는 감정인 모양입니다. 그리고 아마 그 붕괴의 순간이 사랑의 절정인가봐요.

줄리에트 비노쉬와 다니엘 오퇴이유라는 좋은 배우들이 없었다면 그 독특한 사랑 이야기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겠지요. 특히 오퇴이유의 섬세한 연기는 특별히 시선을 끌려고 발버둥치지도 않으면서 대위의 독특한 열정을 완벽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닐 역을 맡은 에밀 쿠스투리카의 거칠지만 강렬한 연기도 인상적입니다. 이 사람은 배우일로 나서도 되겠어요. (01/05/25)

DJUNA


기타등등

[La Veuve de Saint-Pierre]라는 제목의 중의적 의미는 불어권에서만 통합니다. La Veuve는 단두대의 별명이라고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