툼 레이더 Tomb Raider (2001) * *

감독
사이먼 웨스트 Simon West

주연
안젤리나 졸리....레이디 라라 크로프트
Angelina Jolie....Lady Lara Croft
이인 글렌....맨프레드 파웰
Iain Glen....Manfred Powell
존 보이트....로드 리처드 크로프트
Jon Voight....Lord Richard Croft
다니엘 크레이그....알렉스 크로스
Daniel Craig....Alex Cross
노아 테일러....브라이스
Noah Taylor....Bryce
레슬리 필립스....윌슨
Leslie Phillips....Wilson
크리스 배리....힐러리
Chris Barrie....Hillary
줄리안 린드-터트....미스터 핌스
Julian Rhind-Tutt....Mr. Pimms

1.

라라 크로프트
태양계의 행성이 일직선에 놓이기 시작하던 날, 우리의 주인공 라라 크로프트는 아버지가 저택에 숨겨놓은 이상한 시계를 발견합니다. 시계 안에서 정체불명의 조각을 발견한 라라는 그 정체에 관해 수소문하다 '광명파'라는 이름의 비밀 조직이 이를 이용해 세계를 정복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는 걸 알게 되지요. '광명파'에 의해 아버지의 유품을 강탈당한 라라는 캄보디아와 베니스, 아이슬랜드를 오가며 인류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입니다.

2.

[툼 레이더]는 두 명의 스타에 의해 움직여지는 영화입니다. 한 명은 비디오 게임계의 여왕이나 다름 없는 라라 크로프트이며, 다른 한 명은 막 할리우드의 신성으로 떠오르는 안젤리나 졸리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이 두 사람의 스타성을 실험하는 시험대나 다름 없었지요. 따지고 보면 두 사람 모두 영화계에서는 아직 신인이니 말입니다.

결과는? 나쁜 입소문에도 불구하고 첫주 흥행 성적은 아주 좋았습니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로는 최고이며, 비디오 게임을 원작으로 한 액션 영화로도 최고입니다. 영화의 내용이야 어찌 되었건, 수많은 관객들이 안젤리나 졸리/라라 크로프트라는 이름만으로도 영화관을 찾는다는 게 증명되었습니다. 졸리는 두 편의 [툼 레이더] 영화를 더 만들겠다고 계약했고요. 모두에게 잘 된 일이었죠.

3.

[툼 레이더]에서 중요한 것은 이치에 닿는 스토리가 아닙니다. 어떻게든 라라 크로프트를 액션의 중앙에 몰아넣고 신나게 쏴부수게 하는 게 먼저죠. 관객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도 그것이고 말입니다.

원작이 비디오 게임이기 때문에 스토리는 더욱 약해집니다. 꼭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 원작의 영화는 게임의 기본 구조를 그대로 흉내내려고 하니까요. 일련의 액션들이 중간중간을 이어주는 설명 장면으로 연결된 구조말입니다.

그러나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치에 닿는 스토리가 아니라고 해서 꼭 흥미롭지 않는 스토리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액션 위주의 영화라고 해서 흥미로운 스토리가 없으라는 법은 없죠. [툼 레이더]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레이더스]와 같은 영화를 보세요. 세계 이곳 저곳을 오가는 액션 주인공의 활약이 중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토리와 유머가 무시되는 건 아니죠.

[툼 레이더]에는 그런 적절한 조화가 없습니다. 스토리가 너무 약해서 액션을 받쳐주지도 못해요. '광명파'는 존재가 너무 약하고 그들의 의도 역시 희미해서 충분한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후반부에 라라가 벌이는 액션의 동기가 되는 알렉스와 라라의 관계도 너무 흐리멍덩해서 설득력이 없습니다.

액션은 액션으로서만 존재할 수 없습니다. 비디오 게임이 아닌 한, 어떻게든 관객들이 주인공에 감정 이입을 해야 하고 주인공의 동기를 자신의 것으로 여겨야만 합니다. [툼 레이더]가 약한 것도 그런 게 없기 때문일 겁니다.

4.

그러나 아무리 스토리에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해도 안젤리나 졸리가 스크린 앞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가끔 줄에 매달려 번지 발레를 하고 날아가는 오토바이 위에서 총질을 하고 원숭이 신상과 격투를 벌이고 악당과 주먹질을 해대는 걸 보는 건 즐겁습니다. 아직 반쯤은 미국 억양에 덮여 있다가 톡톡 튀어나오는 영국식 억양도 괜히 사람을 흥분하게 만드는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제 시간이 낭비되지는 않았습니다. 더 잘 만든 영화였으면 좋았겠지만 제가 보려고 했던 것은 대충 이런 것이었으니까요.

그에 비하면 다른 배우들의 존재는 희미한데, 그게 그 사람들 일이니 꼭 잘못은 아니지요. 그래도 노아 테일러 팬들은 라라의 조수 브라이스로 나온 그를 보고 즐거웠을 겁니다. 다음에는 역이 좀 컸으면 좋겠네요. 아버지로 나온 존 보이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공연은 그들의 사생활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겐 꽤 흥미로운 구경거리였을 거고요.

5.

이미 속편이 계획에 들어갔답니다. 워낙 첫 영화가 평이 안 좋았으니 다음에 만들 때는 분발 좀 하겠지요. 전 아직도 속편에 기대를 걸고 싶습니다. 이미 졸리가 있는데, 제대로 된 스토리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가 아니겠어요? (01/07/03)

DJUNA


기타등등

라라가 저택에서 번지 발레를 하고 있을 때 흘러나오는 바흐의 피아노 콘체르토를 누가 연주했는지 아세요? 이대의 장혜원 교수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