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Trauma (1993) * * 1/2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 Dario Argento

주연
크리스토퍼 라이델....데이빗 파슨즈
Christopher Rydell....David Parsons
아지아 아르젠토....오라 페트레스쿠
Asia Argento....Aura Petrescu
파이퍼 로리....아드리아나 페트레스쿠
Piper Laurie....Adriana Petrescu
프레드릭 포레스트....주드 박사
Frederic Forrest....Dr. Judd
로라 존슨....그레이스 해링턴
Laura Johnson....Grace Harrington
도미니크 세랑....스테판 페트레스쿠
Dominique Serrand....Stefan Petrescu
제임스 루소....트래비스 반장
James Russo....Capt. Travis
아이라 벨그레이드....아니
Ira Belgrade....Arnie
브래드 두리프....로이드 박사
Brad Dourif....Dr. Lloyd
호프 알렉산더-윌리스....린다 퀵
Hope Alexander-Willis....Linda Quirk
샤론 바....힐다 폴크만
Sharon Barr....Hilda Volkman
이자벨 오코너....조지아 잭슨
Isabell O'Connor....Georgia Jackson
코리 가빈....가브리엘 피커링
Cory Garvin....Gabriel Pickering
테리 퍼킨스....피커링 부인
Terry Perkins....Mrs. Pickering
재클린 킴....앨리스
Jacqueline Kim....Alice

오라
이탈리아 지알로 영화들은 단점의 매력이 장점만큼 큰 장르입니다. 팬들이 사랑하는 건 스타일리쉬한 폭력과 초현실적인 설정뿐만이 아니에요. 여기엔 엉터리 영어 더빙, 조악한 대사, 어색한 연기, 말도 안 되는 각본도 포함되어야 합니다. 이탈리아 호러 영화가 발전해오는 동안 이 단점들 역시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쉽게 버릴 수 없는 어떤 것이 된 것이죠.

다리오 아르젠토의 [트라우마]가 재미있는 건, 이 영화가 그런 스타일로서의 단점들을 어느 정도 날려 버렸다는 것입니다. 아르젠토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다보니 어쩔 수 없이 미국화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예를 들어 아르젠토는 이탈리아에서처럼 고블린의 음악을 쓰고 싶어했답니다. 미국 제작자들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다 전통적인 피노 도나지오의 스코어가 사용되었던 거죠. 물론 미국에서 미국 배우들을 써서 만들었으니 어느 버전에서도 입이 완벽하게 안 맞는 엉터리 더빙이 들어갈 자리도 없었고요.

그렇다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일단 [트라우마]가 아주 전통적인 아르젠토 영화라는 사실을 밝혀두어야겠습니다. [딥 레드 2]라고 불러도 될 정도예요. 검은 가죽 장갑을 낀 살인마가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 다니는 설정부터 그렇지요. 이 영화에서는 칼로 찌르는 대신 특수 제작한 살인 도구를 이용해 희생자의 목을 자르고 다니지만요. 정신없이 영화 속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카메라나 화려한 폭력, 섬뜩한 살인마 시점, 논리와 이성을 초월하는 악몽과도 같은 해결책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아르젠토가 이전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목자르기'라는 설정이 아르젠토의 손에 들어가자, 이는 단순히 신체 절단을 넘어섰습니다. 목자르는 기계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진짜로 재미있는 건 단두 행위와 죽음 사이에 약간의 간격을 둔 것이겠지요.

문제는 단점에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든 아르젠토의 영화들은 그 단점까지 사랑스러웠습니다 (적어도 팬들에게는요.)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단점은 그냥 단점입니다. 미국 작가 T.E.D. 클라인이 참여한 각본은 여전히 시시하지만 다른 아르젠토 영화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바보스러운 매력은 없습니다. 파이퍼 로리나 프레드릭 포레스트와 같은 좋은 전문 배우들이 참여하긴 했지만 연기 질은 여전히 나쁘고요. 그냥 나쁜 겁니다. 바보스러운 영어 더빙 없이요. 다른 영화에서라면 그럭저럭 들어줄만 했을 피노 도나지오의 스코어도 이 영화에서는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나마 단점들을 봐줄만하게 만들었던 스타일들이 사라지자 영화는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도 [트라우마]는 이야기할 구석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함 많은 영화 자체를 즐기는 것보다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분석하는 게 더 즐거운 영화지요. 아르젠토는 DVD 인터뷰에서, 얼마 전에 이 영화가 프랑스에서 인기였다고 자랑했는데, 이해가 갑니다.

다른 구경거리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건 열 여섯 살의 깡마른 소녀였던 (거식증 환자 역을 연기하기 위해 엄청 살을 뺐답니다) 아지아 아르젠토겠지요. 연기는 그렇게 대단한 편이 아니지만 예쁘고 기능성도 좋습니다. 가짜 루마니아 악센트로 웅얼거리는 대사는 참 알아듣기 힘들지만요. (05/09/26)

DJUNA


기타등등

엔드 크레딧이 흐를 때 발코니에서 춤추는 여자는 다리아 니콜로디의 딸인 안나입니다. 아지아 아르젠토가 연기한 거식증 주인공의 모델이었고 94년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