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앙겔리나 마카로네 Angelina Maccarone

주연
야스민 타바타바이....파리바 타브리지
Jasmin Tabatabai....Fariba Tabrizi
나비드 아크하반....시아막
Navíd Akhavan....Siamak
안네케 킴 사르나우....안네
Anneke Kim Sarnau....Anne
니나 포르브로트....자비네
Nina Vorbrodt....Sabine
히네르크 쇼네만....우베
Hinnerk Schönemann....Uwe
레온 필립 호프만....멜빈
Leon Philipp Hofmann....Melvin

안네와 파리바

[그녀의 비밀]은 이야기하면서 끊임없이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영화의 독특한 설정은 분명 장점이지만 그 설정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 의해 탐구된 뒤거든요. 이건 좀 귀찮은 문제입니다. 아무리 진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도 늘 아류작 취급을 받게 되니 말이에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화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입니다. [그녀의 비밀]도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남자로 변장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줄거리도 비슷합니다. 여자 주인공은 변장하고 머물게 된 작은 마을에서 이성애자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데, 그 여자에겐 원래부터 눈독을 들이던 남자가 있었고...

여기서 다른 건 동기입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의 브랜든 티나는 처음부터 남자가 되고 싶었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 파리바는 그냥 동성애자일 뿐이죠. 파리바가 남자로 변장한 건 독일 정부에서 그 사람의 망명 동기를 믿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행히도 곧 이란으로 다시 끌려가게 된 파리바에게 기회가 찾아옵니다. 같이 망명한 대학생 시아막이 자살을 하고 만 거죠. 파리바는 시아막의 시체를 숨기고 그로 변장해 아이덴티티를 빌립니다.

영화는 훨씬 정치적입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란 정부의 태도, 망명자들에 대한 독일 정부의 태도, 이슬람 이민자들에 대한 일반 독일인들의 태도, 보편적인 호모포비아는 모두 하나씩 도마에 오르고 비판됩니다. 그 때문에 전체적으로 영화는 [소년은 울지 않는다]보다 덜 로맨틱하게 보입니다.

정치적인 입장에 신경 쓰는 동안 드라마가 가벼워진 것일 수도 있을까요? 이유가 무엇이건, 이 영화의 각본엔 몇 가지 빈 구석이 있습니다. 가장 큰 구멍은 파리바가 사랑에 빠진 안네 캐릭터에 있지요. 한 마디로 전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파리바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에서 안네의 반응이 너무 얌전하고 담담해서 저로선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이런 이야기에서 안네는 파리바만큼 주인공 자격이 있고 관객들도 그 사람의 마음을 읽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녀의 비밀]은 힘이 센 영화입니다. 분명한 한계는 있지만 영화가 다루는 설정과 그 설정이 만들어내는 절망감의 힘이 어쩔 수 없이 강한 거죠. 주연배우 야스민 타바타바이 역시 그런 절실한 감정들을 잘 살려내는 편이고요. 전 영화가 약간의 희망을 남겨준 것도 좋았습니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와 같은 컴컴한 영화는 한 번 보는 것으로 족하니 말이에요. (06/04/10)

DJUNA

기타등등

영화를 보면서 떠올린 또 다른 영화는 마리암 샤흐리아르의 [태양의 딸들]입니다. 이 영화도 조금 더 소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