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자의 비애 3

* 오늘부터 며칠간 여름휴가입니다. 다들 8월쯤 가는것 같은데 메피스토는 이제 갑니다.

사실 간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여름휴가기간동안 집에 짱박혀서 선풍기 바람 쐬다가 친구-사람들 만나러 돌아다닐 예정이라.

돌아다님의 정의는 대중교통수단 이용해서 1~2시간 안쪽의 거리를 당일치기로 간다쯤 됩니다. 귀가시간은 마법이 풀리는 12시 안쪽. 

설혹 1박을 할 일이 있다해도 모든 편의시설과 깨끗한 숙박시설이 구비된 도시!



* 휴가기간 동안 어디가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듣습니다. 다들 어디로 많이 간다고합니다. 

산과 들과 강과 바다와 해외와 다른 행성을 가는건 전혀 취향에 없습니다. 

저에겐 어떠한 재미도 느끼지 못하는, 그저 지치는 일정일 뿐이니까요. 


이런 이야길 하면 왜 그렇게 재미없게 사냐는 이야길 듣습니다. 열에 여섯 일곱명은 이렇게 얘길합니다.

예전부터 메피스토를 향한 여행얘기가 불편하게 느껴지던 이유였죠. 

사실 메피스토가 재미없는 인간인건 맞지만 재미없다고 놀리는건 참을 수가 없거든요.

진짜 재미가 없는걸 어쩌란 말입니까. 

그나마 집에서 쉬는걸 "그래 그게 진짜 쉬는거지"라고 얘기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어찌나 반갑던지. 


허나 재미없음을 논하는 사람들은 메피스토의 취향보다는 그저 메피스토가 차가 없어서 여행에 맛을 들이지 않아서라고 얘기합니다. 

이럴땐 정말이지 울컥합니다. 아니...차가 아니라 옵티머스 프라임을 몰고 다니거나 레드 드래곤을 타고 다닐 수 있어도 싫다니까!



* 얼마전 소개팅도 그랬습니다. 이런 메피스토의 성향을 아는 친구가 신신당부하더군요. 꼭 여행 좋아한다고 얘기하라고. 

덧붙여 애니와 게임, 독서가 취미라는 이야기따위는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팔자에도 없는 거짓말을 해야했습니다. 메피스토는 거짓말을 선호하지 않습니다. 정확히말해 어떤 경로로건 들킬 거짓말을 선호하지 않는것이죠.

어쨌든, 제 의지는 한 20%나 반영될까 말까했던 여행;친구들에게 개끌려가듯 갔던 여행지 얘길하며 시간을 보내야했습니다. 

허나 자연스럽지 못했을테죠. 메피스토는 연기에 서툽니다. 


최근 했던......아니, 사실 그동안 했던 소개팅 모두 지인들의 이야기에 '여행좋아함'을 꼭 얘기하라고 하더군요. 

소개팅 자리에서 여행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건 일종에 멋이나 쿨함의 상징인걸까요. 

아니면 우연찮게도 상대방들이 죄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던 걸까요.



* 아. 여행과는 무관하지만, 치과도 가야합니다. 진료 예약을 잡아놨으니 조만간 가야죠. 

마음같아선 듀게인분들에게 잘하는 치과를 추천받고 싶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출퇴근길에 위치한 치과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비용이... OTL.

    • 그냥 주변에 여행을 좋아하(는 걸 강요하)는 지인이 많은 건 아닌가요? 저도 출장은 일이라 다닙니다만 즐거움을 위해 여행하는 일이 별로 없는데 주변에선 뭐 너는 지금 외국에 사니까 굳이 여행 안해도 되지 않니, 이렇게 최소한 겉으론 끄덕여 주거든요.

    • loving rabbit/


      아마 그럴겁니다. 사실 이 글은 여행자체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가 아니라 그저 취존받지 못하는 사람의 징징거림에 더 가깝습니다. 

    • 최근 했던......아니, 사실 그동안 했던 소개팅 모두 지인들의 이야기에 '여행좋아함'을 꼭 얘기하라고 하더군요.

      소개팅 자리에서 여행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건 일종에 멋이나 쿨함의 상징인걸까요


      전 정말 이런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여행은 둘째치고 소개팅에서 무슨 얘기를 하라거나 무슨 얘기를 하지말라는 충고 자체를 안들어봤어요.

      진짜 신기하네요
      • 자기 자신에 대해 그냥 얘기하면 충분한데 여행이 어쩌저쩌구..그게 오히려 막힌 사고라고 생각해요
    • 내가 현재 있는곳을 벗어나고싶은 생각을 항상 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인가봅니당
      • 어디까지나 제 인상이지만, 휴가때마다 멀리멀리 여행가는 건 미국 사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더라고요. 저는 쉴 시간이 나면 그저 빈둥빈둥하고 싶은데 멀리까지 여행가는 에너지는 부러워요;

        • 저는 여행 자체는 막상 가면 좋은데 계획 짜는게 너무너무 피곤해요
    • 안타깝지만 실제로 저런 인식이 팽배한건 맞는거 같아요. 왜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만 봐도, 후반부에 월터가 써놓은 프로필이 점점 판타스틱(...)해질수록 데이팅사이트에서 미친듯한 구애를 받았잖습니까.




      사실 여행을 자주다닌다는건 최소한 한국에서는 어느정도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된다는 얘기고(없는거 쪼개고 쪼개서 가는 경우가 더 많다할지라도), 여행을 많이 다녔으면 각지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테니 지루하지는 않은 사람이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죠. 어느정도 이성(특히 여성)에게 어필하는 부분인건 맞는거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여행안다니는 사람을 '재미없는 놈'정도로 치부하는건 저도 못마땅합니다만....

      • 오호... 영화를 봐야겠어요
    • 이것하고 비슷한 맥락인데 저는 온 세상 사람들이 전부 식도락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 피곤해질 떄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저에게 음식은 정말 그냥 배가 고파서 먹는것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무슨 어디가 맛집이니 요리를 할줄 알아야되고 여기를 가면 이걸 꼭 먹어야되고.... 여행도 '먹으러 간다'는 식의 식도락 여행도 꽤 있잖아요?




      뭐 본인이 그렇게 사는거야 상관없지만 먹는것이 인생에서 차지하는 기쁨이 정말 손톱만큼도 없는 저로서는 이런 화제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면 '먹는걸 안좋아하다니 넌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는 식의 리액션이 옵니다. 뭐 요즘은 게임하는 재미로 산다고 나름 받아치는 레파토리도 생겼지만요-_-;;

    • 비행기 타기까지가 참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리조트에 짱박혀서 뒹굴거리다 보면 정말 행복해져요. 여행지 특유의 사람들의 친절함도 좋고요.

    • 리홍/

      대충 대화패턴이 이렇습니다.

      주선자 : 소개팅때 무슨 얘기하세요
      메피스토 : 뭐 사는 얘기 좀 하고 일 얘기 살짝하다가 취미같은거 얘기하죠
      주선자 : 메피스토씨 취미가 뭔데요?
      메피스토 : 책좋아하고 게임이랑 영화, 애니 좋아해요.
      주선자 : 절대 그렇게 얘기하지 마시고요 여행이나 운동 좋아한다고 하세요

      대충 이런식이지용.  
      • 충분히 이미지 매이킹이 된다고 봅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하면
        쿨하고, 뭐든 척척 알아서 할 것 같고(리드해줄 것 같고 의지가 되고),
        낮선 사람과도 잘 조우한다, 그럼 털털하고 사교성이 좋아 인맥도 좋고, 사람 많이 만나면 술도 잘 마실 것 같고...
        뭐 이런저런 매핑이 가능해지네요.

      • 주선자가 왜 그런걸;

        제가 책 영화 미드 만화책 좋아하는 사람인데 그것때문에 소개팅 실패한적 없어요. 그런말 신경쓰지마세요
    • 사실 여행은 그야말로 여행인 거고, 쉬는 건 집에서 쉬는 거죠.
      남 여가시간 활용을 여행 가니마니 하는 건 이상한 거라 봅니다. 추천해줄 수도 있지만 답답해 할 필요는 없죠.


      자기네들이 돈, 시간 등등 드는 비용을 충당하는 것도 아니면서....

    • 리홍/


      이정도 선에선 주선자의 선의로 받아줘야겠죠. 기분이 거시기해지는건 사실이지만. 



    • 사실과 다른 말로 환심을 사는게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렇게 해서 잘 되더라도 관계를 지속시키는 데에 어려움이 있을 것 같지만, 여행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 좋아하는 사람보다 생기있고 활발해 보이기는 하죠. 실제로도 에너지 레벨이 높은 사람이 많지 않을까요? 어쨌든 첫 만남에서 게임보다는 여행이나 운동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호감을 사기 쉬운 건 틀림없다고 봅니다. 

    • 안타깝습니다..



      저런 남성분과 사귀거나/결혼하거나 하면 여자분은 정말 즐거운 여행을 혼자 또는 다른 친구들과도 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결혼후 가족과 함께 하는 여행.. 은근 비용의 압박으로 하고싶어도 못하는분들 많습니다..



      듀게의 여성분들 줄을 서보심이..



      일단 저부터...읭??



      (저는 이번주 토요일 새벽뱅기 타고 제주도로 슝~~~ 예정 ㅎㅎㅎ)

    • 여행을 좋아한다고 특별히 플러스가 될 건 없습니다.


      미드 이야기만으로 한 시간 재밌게 보낼 수 있고요. 


      하지만 꼭 멀리 여행을 안 가더라도 쉬는 날 집에 계속 짱박혀 있는 사람이 매우 재미 없어 보이기는 합니다. 


      그냥 제 취향입니다만..  저로서는 좀 호감이 안 가는 타입인 게 사실이네요. 


      근데 본인 취향이니까 너 왜 그렇게 재미 없게 사냐고는 안 해요.


      여행 안 좋아하면 좋은 점도 있죠. 여행=돈이니.. ;; 



    • 저두 여행 그닥 안 좋아하는데 옵티머스 프라임 탈 수 있다면 그건 좀 땡기네요ㅎ

      • 옵티머스 프라임 이나 레드드래곤이라면 저도 줄
    • 저도 여행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어요. 그리고 지금 집에서 뒹굴거리며 휴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전에는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이 뭐가 잘 못된 것인가 고민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제 성향이려니 합니다. 재미없게 보이겠지만 전 이게 제일 재밌는걸요. 


      그런데 연말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는게 함정... ㅠㅠ


      저질 체력이고 비행기 멀미가 너무 심해서 여행가도 숙소에서 그냥 뒹굴거리게 될까봐 걱정이에요. 


      소개팅에서 여행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은 저도 동감입니다. 거짓말로 저 자신을 포장하고 싶지 않네요. 

    • 옵티머스 프라임과 드래곤은 아니지만, 포털 정도면 어떻습니까? 장거리 이동이 꼭 여행의 모든 요소는 아니고 낯설음도 있고 특정인과 함께 지내야할 며칠도 있고 말이죠. 뭐 순간이동이 가능해진 세계에서도 시간당 이동이 여행의 참맛이라고 일부러 하는 사람들도 있겠습니다만, 그들이 다수라 상상하긴 어렵고 현인류는 메피스토님이 싫어하는걸 싫어하면서도 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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