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10 22:58
두어 주 전에 산지에서 직접 배송되는 야채를 한묶음 받았습니다.
취나물 봉지에 아주 조그만 달팽이가 들어 있더라고요.
취나물 이파리에 붙은 걸 버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뒀는데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제법 귀여워요.
마침 굴러다니는 테이크아웃용 커피잔이 있어서 넣어줬습니다. 달팽이는 물을 좋아한다고 들어서 물도 좀 뿌려주고.
그리고 하루에 두 세 번 물을 뿌려주고 며칠에 한번씩 풀을 새로 갈아주면서 계속 두고 지켜봤습니다.
이게 처음 발견했을 때 찍은 사진. 꽤 귀여웁죠.
이것은 일주일쯤 뒤에 찍은 사진. 이걸로는 큰 차이가 안 느껴지시겠지만 보면 제법 1.5배쯤 컸어요.
언젠가는 늦잠을 자느라 풀이 좀 시들한데 신경을 못 써줬어요. 그랬더니 삐쳐서 그랬나 이놈이 도망을 간 겁니다.
(커피 컵이 뚜껑 없이 컵만 있는 거라 위는 그냥 뚫려 있어요)
온 부엌을 뒤져서 오븐 아래서 찾았습니다. 멍청한 놈. 멀리 도망가지도 못할 거면서.
그래도 미안해서 그 뒤로 좋아하는 상추도 넣어주고 했는데
보름이 좀 넘은 오늘 두번째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이번에는 싱크대 쑥 봉지 위에 올라가 있더군요. 쑥 냄새가 좋아서 그랬나. 히히.
아무래도 적당한 케이지를 만들어줘야 할 것 같은데
달팽이라, 얼핏 듣기로 달팽이를 키우는 사람도 있다고 하던데 제 주변에는 없는 것 같고
인터넷을 무작위로 뒤져봐도 막연해서 혹시나 하고 듀게에 왔습니다.
일단 달팽이는 아직도 새끼손톱 반만큼 아주 작습니다.
달팽이를 볼 수 있게 투명 플라스틱 재질로 마련하려고 하는데 어떤 것이 좋을까요? 뚜껑을 닫고 숨구멍은 터줘할 것 같고.
찾아보니 흙을 바닥에 깔아줘야 한다는데, 그게 꼭 필요할까요? 집에 고양이들이 있어서 엎을까 걱정되는데.
그리고 밭에서 사는 토종 달팽이 종류가 엄청나게 거대하게 커지진 않겠죠?
방금 찾다 본 어떤 웹페이지에서는 사람 주먹 반만해진다는데. 어 음. 어쩌다 키우게 된 거지만 그렇게 거대한 달팽이를 키울 자신은 좀 없는데 말이죠.
마지막 궁금증인데 혹시 달팽이 종류가 뭔지 아시는 분 있으신지??
나중에 같은 종류를 한마리 더 구하게 되면(정기적으로 같은 농장에서 야채가 오니까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ㅋㅋ) 짝짓기도 시켜보려고요!! *ㅅ*
2014.04.10 23:02
2014.04.10 23:05
어어 그래요. 그치만 큰 놈도 아니고 새끼손톱 반만한 사이즈에 뭐 얼마나 기생충이 있을 수 있을까요. 그나마도 지금 두배로 커진 게 그만큼이라. 암튼 조심하겠습니다.
어차피 직접 만지는 일은 잘 없어요. 오븐 밑에 기어들어간 거 찾았을 때나 뭐. 보통은 잘 있나 눈으로만 확인하고, 풀잎 위에 올라간 놈을 그대로 집어들어서 옮기죠.
2014.04.11 00:44
2014.04.10 23:05
전 어렸을 때 건강원(?) 같은 곳에서 약용으로 기르는 애들 주먹만한 달팽이가 기르고 싶었어요.(근데 엄마가 안 사줌) 도움 안되는 댓글이라 죄송합니다.
2014.04.10 23:19
키우다 실패한 경험만 있는지라...(..);;;;;
2014.04.10 23:19
2014.04.10 23:24
집에 있는 이십년 왔다갔다 하는 과학앨범이랑 애완동물 기르기를 뒤져보니 달팽이가 갉을 수 없는 재질의 용기에 뚜껑이나 그물을 덮고, 흙은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되 금방 더러워지니까 최소 한달에 한번 갈아주고(아예 흙을 안 넣는 것도 방법이겠죠), 먹이는 야채를 주되 껍데기를 만들 수 있도록 달걀 껍데기나 조개 껍데기를 주라고 하네요.
2014.04.11 01:20
이마트 가시면 장수풍뎅이 or 달팽이용 흙하고 채집통 팔아요. 흙을 3cm 정도 깔아주시고 분무기로 흙 살짝 젖을 정도로 뿌려주세요.
당근, 오이, 애호박, 상추 잘 먹어요. 수분 함유량 많은 채소는 가끔씩만 주세요. 달걀 껍질 달달 갈아서 채소 위에 살살 뿌려주시면 채소 먹을 때 잘 먹습니다.
달팽이 껍데기(패각) 튼튼해진다고 해서 저도 열심히 먹였어요.
똥은 아마 처리하시기 좋게(...) 쌀 거예요. 저는 나무 젓가락으로 치워줬어요.
다른 개체가 오게 돼서 합사 시키게 되면 100% 알을 낳을 거예요. 바닥에 흙만 깔아주셨으면 알아서 잘 낳습니다. 습도 조절만 잘 해주시면 알아서 잘 부화할 거고...
곧 엄마 아빠 달팽이는 기력을 다해 죽을 거고... 이후에 알들이 부화하겠죠.
저는 30개 이상 되는 알들 부화까지는 잘 시켰는데 이후에 막 죽어나가길래 무서워서 얼른 풀밭에 놔줬어요. 이후엔 알아서들 살라고.
2014.04.11 01:34
어 그럼 한마리라 번식을 못 하면 안 죽나요?? 번식을 했기 때문에 죽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씀하셔서.
일단 마트나 다이소 탈탈 털어서 케이지 장만이 급하군요. 흙은 아무 흙이나 된다면 창고에 배양토가 한통 있으니 그거 깔아줘도 될 것 같은데.
2014.04.11 01:44
한 마리만 키울 땐 쌩쌩했는데 나중에 열무 다듬다가 발견한 후발주자(...)가 합류한 후에 짝짓기를 하더니 알 낳은 후 수척해지더만 금방 죽었어요.
제 생각에 자손번식에 기력을 다해서 죽었구나 하는 거죠. ㅜ_ㅜ
케이지는 사실 저도 초반엔 락앤락 통 뚜껑에 달군 젓가락으로 구멍 뚫어주고 키웠어요. ...
2014.04.11 01:50
이왕이면 투명한 채집통이 좋죠. 상태를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쟤 안 커져요. 커져봤자 엄지 손톱보다 쪼~금 더 큰 정도... 커지는 애들은 뭐 금와, 백와 달팽이라고 하더만 일단 쟤는 아니고요.
사람 주먹 반만해진다는 얘들은 아마 금와, 백와 같은 외래종 이야기 같네요.
2014.04.11 02:45
2014.04.11 10:16
저 달팽이는 토종 명주달팽이이고, 위에분 말씀대로 별로 안커집니다. 애완용으로 파는 백와, 금와, 흑와가 커지죠. 식용달팽이 종류니까요.
케이지는 보통 애완달팽이 용이라, 명주달팽이에게는 너무 크죠. 그냥 투명용기나 테이크아웃 커피컵에 공기 통할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주셔도 됩니다. 조심하실건 구멍이 너무 크면 천적인 날파리가 들어갈 수 있으니 너무 크게 뚫지 마시고, 여차하면 스타킹 같은 걸로 구멍을 덮어주시는게 좋습니다. 특히 여름에, 달팽이가 아직 어릴때 날파리는 죽음입니다.
케이지 안에는 흙을 깔아주시면 되는데, 코코피트라는 달팽이, 애완곤충 전용 흙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일반흙을 사용하시면 흙속에 있는 미생물이나 유충이 있기때문에 전자레인지에 돌려 살균해주시던가 해야 합니다.
달팽이 사육에 가장 중요한건 온도와 습도입니다. 온도는 20~30도 정도를 유지해주고, 직사광선을 피해 그늘지게 해주는게 좋습니다. 습도는 흙이 항상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수시로 분무기로 물을 뿌려주시면 됩니다.
먹이는 채소종류 주시면 됩니다. 상추, 애호박, 오이, 양배추, 시금치, 당근, 감자 같은거 잘먹고요, 수박껍질이나 과일껍질도 잘 먹습니다. 두부도 잘 먹습니다. 양파나 무 같은 자극성있는 채소는 주시면 안되고, 먹이가 물러지기 전에 신선한 걸로 바꿔주시면 됩니다. 먹이에 삶은달걀 껍질을 속껍질 제거하고 곱게 갈아서 뿌려주시면 패각이 튼튼하게 자라는데 도움이 됩니다.
먹고 나면 똥을 싸는데, 먹은 것에 따라 똥색깔이 달라집니다. 상추 먹으면 초록똥을 싸고, 당근 먹으면 주황똥을 쌉니다. ^^;;
달팽이는 자웅동체이고, 두마리가 교미를 하면 두마리 다 알을 낳습니다. 애완달팽이의 경우 6개월 정도 자란 후 교미하면 비비탄 같은 알을 100~200개 정도 낳습니다. 한번 알을 낳고나면 2~3개월 후에 다시 알을 낳고, 평생 5~6번 정도 알을 낳습니다. 알은 다른 케이지에 흙을 깔고 따로 모아두신 후 흙으로 덮어주시면 3~4일 후 부화합니다.
달팽이는 애완동물 중에 가장 손이 덜가고 평화로운 종류입니다.
하지만, 주의하지 않으면 쉽게 죽기도 하기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우선, 알에서 부화한 어린달팽이는 매우 취약합니다. 날파리가 유충을 낳으면 하루아침에 몰살당하기 일쑤입니다. 어느 정도 자라기까지는 정말 언제 무슨이유인지 모르고 죽어나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온도에 민감하기때문에, 겨울에는 동사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따뜻하게 해주는게 중요합니다. 케이지 아래 전기장판을 깔아주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금 충격적인 이야기.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은 않습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크기가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기도 합니다. 크기가 큰 애완달팽이와 작은 명주달팽이를 같은 케이지에 두거나, 큰 성채와 작은 새끼를 같이 키우는 것은 위험합니다. 크기가 비슷한 놈들끼리 케이지를 나누어 키우는 게 좋습니다.
칼슘이 부족하면 다른 달팽이의 껍질을 갉아먹기도 하기때문에, 여러마리를 키울땐 잊지말고 달걀껍질가루를 가끔씩 넣어주시는게 좋습니다.
2014.04.11 12:45
와.. 좋아요 버튼 있으면 누르고 싶네요. 달팽이 키우거나 크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성의가 듬뿍 담긴 댓글 읽고 기분이 좋아졌어요! ^^
2014.04.11 13:39
^^ 감사합니다
2014.04.11 13:41
2014.04.1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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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좀 다른 얘긴데..귀여운 녀석이긴 하지만 만지실 땐 비닐장갑 권하고요, 혹시나 맨손으로 만지신 다음엔 비누로 꼭 씻으세요...엄청난 종류의 기생충들이 거쳐가는 중간숙주라는 글을 읽은 뒤부터는 아는사람 전부에게 조심시킵니다. 귀엽지만 그렇다네요.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