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4 15:13
아직 팔팔합니다만, 가끔 죽기 직전 '내 인생의 주마등'을 꼽으라면 주요 후보로 꼽힐만한 몇 장면을 추리곤 합니다.
사실 이거 추리는 작업이 꽤 재미있어서 남편이나 남동생처럼 가까운 사람들과 자주 하거든요...흐흐
오늘은 듀게 분들과.
1. 엄마가 우산 갖고 온 날
어렸을 적 엄마아부지는 두분 다 일을 하셨기에 하교길에 갑자기 비가 오면 전 비 맞고 학원엘 갔습니다.
국민학교 입구에서 엄마들이 우산 갖고 기다리고 있는거 보면 그게 그렇게 부러웠어요.
그런데 어느날! 짠! 기대도 안 했는데 엄마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다른 엄마들과 함께 서 계신 겁니다!
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하고 너무나 기쁘기도 해서 막 엄마한테 달려가 "뭔 일이여 엄마~(전라도 소녀)" 하고 물었더랬죠.
지금까지도 그때 그 어리둥절하면서 기쁜 기분이 고스란히 떠오르는걸 보면 어린 시절에 가장 기쁜 날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 아이 낳은 날
여차저차 상황이 안 좋아 제왕절개를 했는데, 수술실 들어갈때 엄청 떨리고 무서워서 진짜 애 낳는거고 뭐고 머리속이 새하얘졌어요.
그런데 막상 수술대 위에 누우니 진정제를 어찌나 많이 투여하는지 금새 무덤덤해지더군요.
심지어 담당의가 배를 짼다고 하는데도 안 떨리고(하반신만 마취), "어? 애가 너무 크네. 더 째야겠는데"이런 말이 들려와도 무덤덤...
이 수술이 내 수술인가... 심지어 의학드라마 수술씬보다도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짠! 애기를 꺼내서! 태어난 시각 공표하는데! 눈물이 와락 나더군요. 애기 보여주세요... 막 그러면서 울었어요.
모성은 진정제도 이긴다!
3. 술 처음 마신 날
대학교 OT날이었는데요. 저라는 인간이 개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았더랬죠. 어휴...
여러분 첫 술은 어려운 자리에서 어려운 어르신과 함께 적당량을 마시도록 합시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공지 |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 DJUNA | 2023.04.01 | 28652 |
공지 |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 엔시블 | 2019.12.31 | 47200 |
공지 |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 DJUNA | 2013.01.31 | 357374 |
12 | 오늘 다녀온 김연수 작가 낭독회 이야기 [9] | 봄눈 | 2013.11.22 | 2075 |
11 | [바낭] 상사가 지금 나가시면서.. [19] | 여름숲 | 2014.04.15 | 3637 |
» | 주마등 후보 몇장면 [1] | 롤리롤리오롤리팝 | 2014.06.14 | 875 |
9 | 한겨레, '잊지 않겠습니다' 참 너무 하는군요. [4] | chobo | 2014.07.02 | 4310 |
8 | 베트남의 증오비를 도는 여름 휴가 [2] | 칼리토 | 2014.08.05 | 1458 |
7 | 다이빙 벨 봤어요 [5] | walktall | 2014.11.02 | 2027 |
6 | [바낭] 이 주의 아이돌 잡담 [14] | 로이배티 | 2014.11.16 | 2805 |
5 | 구글 검색의 이스터 에그 [3] | 가끔명화 | 2014.11.18 | 993 |
4 | (기사링크) 박주영 골, 상대 수비수 2명 가볍게 제쳐…"벼락 슈팅 성공" [6] | chobo | 2014.11.25 | 1513 |
3 | 즐거운 일이 없으면 만들면 되지.. 뭐.. [12] | 칼리토 | 2014.12.08 | 2586 |
2 | (기사링크) 박근혜 대통령 "골프 침체돼 있어… 활성화 방안 만들라" [17] | chobo | 2015.02.04 | 3188 |
1 | [게임소식] 슈로대와 아이마스 신작의 한글화가 공식 발표되었습니다. [8] | 떼인돈받아드림 | 2016.02.13 | 839 |
1. 어린이가 구수한 사투리를 사용하는 모습은 항상 빙구 웃음을 참지 못하게 만들더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