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이미 참혹합니다. 확인하기 어려운 사실들을 들어 비극을 강조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른바 17일 카톡 혹은 페북 메시지로 생존을 알렸었던 학생의 이야기, 사고에 우리가 모르는 모종의 음모가 숨어있다든가, 부자 동네 아이들이었다면 정부가 이러진 않았을 것이라는 식의 이야기들은 확인하기 어려운 영원히 논란을 거듭할 이야기들일 뿐입니다. 오히려 '진실', 이 사회가 사람들의 안전보다는 돈벌이를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가릴 뿐이죠.

이를테면 지금까지 확인된 진실은 이렇습니다.

규제완화로 노후된 선박을 도입해 사용 중이었다는 것. 이 선박은 제작 당시 설계와 달리 증축돼 안전 위험성이 높았다는 것. 이미 여러 증언에서 밸러스트 탱크가 이상이 있었지만 수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주항에서는 정박 중에 배가 기울기도 했다죠. 안전 점검은 해운사들의 이익단체가 맡은 요식행위였습니다. 당연히 선원들의 안전 훈련도 없었죠. 심지어 선장까지 비정규직이었을 정도로 배를 운행하는 노동자들의 처우는 부당했습니다. 항공기 승무원들의 처우와 비교하면 사고에 대한 대처 수준의 차이는 납득하고도 남을 정도입니다. 이것들만으로도 지금과 같은 참극이 벌어질 개연성은 이미 충분하고도 남아요.

덧붙여 확인된 진실이라면 이나라 우파 지배자들은 정부의 가장 큰 부처 중 하나에 '안전행정부'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실제로 '국민의 안전'에 별 관심 없다는 것입니다. 언론의 지나친 속보 경쟁이 화를 부르기도 했지만, 사고 초기 안이한 대응과 혼선은 그들의 무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애초 우선순위가 달랐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체르노빌 사고 후 소련의 당국자들은 정권의 안위를 위해 정보를 통제했듯이 이번 사고 초기부터 이나라 정부가 보여준 것은 그들이 진정 관심있어 하는 것은 정권의 '안전'임을 보여줬습니다. 실종자 가족 사이에 사복 경찰부터 배치한 기민함이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사고가 언론에 알려지자 마자 서둘러 '전원 구출'과 같은 잘못된 정보를 정부가 공개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이 사고가 정권의 안위에 위협으로 발전하는 걸 막고자 했던 각 부처들의 초조함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언론도 별다르진 않았죠. 사고 초기 주요 언론은 피해자가 받을 보상금액 계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당연히 계산돼야 할 것이지만 그것이 우선이었나  싶네요). 오보를 양산해낸 속보 경쟁은 이들이 사고자들의 구출, 생존 가능성보다는 클릭 장사에 우선이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참혹하고 참혹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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