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7.26 21:14
기분 좋아서 오래 전에 썼던 '요리에 대하여' 이후 즐거운 기분으로 바낭성 글을 써 봅니다.
시간이 자유롭지 않아 요즘에는 강습 수영은 못하고 그나마 점심 시간을 이용해 자유수영만(시간이 없을 땐 한 시간, 여유가 있을 땐 두 시간) 하는데 한 보름 전 쯤 그 친구를 처음 보았죠.
몇 번 이야기 나누고서 갓 군대를 제대한 친구란 걸 알았는데 자유형만 어설프게 하더군요. 배영과 평영도 아주 기초적인 동작 정도.
그런데 한 두 바퀴만 돌고도 숨 가빠 하길래 호흡법 팁(꽤 오래 하신 분도 이 호흡법을 모르시는 분이 많더군요.)을 알려주었죠. 그러고 나서 하는 걸 보니 제법 곧잘 따라 하더군요.
그리고 하루 뒤 슬쩍 팔의 각도를 교정해 주었어요. 이 역시 굳어진 분들은 금방 못 고치는데 이 친구는 완벽하진 않아도 내가 알려준 대로 하려고 하고 스스로 노력하는 티가 역력하더군요.
그래서 그 다음에는 평영을 알려주었죠. (사실 위급한 상황에서 가장 유용한 것이 평영. 그래서 수영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중간에 포기하기 말고 접영까지는 아니더라도 평영까지는 꼭 배우라고 말해주곤 하죠.) 어쨌든 평영도 제법 잘 따라하고 금방 캐치하더군요.
평영이 좀 된 뒤, 그럼 다음에 보면 접영 알려줄까? 하니 헛.. 하는 표정으로 접영은 전혀 한 번도 안해봤고 아는 바도 없다고 자신 없어 하더군요. 하지만 전 이 친구라면 접영도 금방 할 수 있을거라는 걸 짐작했죠.
그 후로 하루 이틀 바빠서 못 봤는데 이 번주 초에 다시 봤죠. 그런데 나는 시간이 없어 오 분 내로 금방 나가야 할 참이고 그 친구는 조금 늦게 왔고.. 그래서 일단 잠영 웨이브만 알려주고 시범 보여주고, 그 친구가 한 두 번 하는 거 보니 어설프긴 해도 일단 가능성이 보이더군요.
그 다음 날 만났는데 역시 나는 한 시간 한 참이고 그 친구는 뒤늦게 왔고. 그래서 이번에도 그 친구 잠영 웨이브 체크 한 뒤, 한 팔 접영 알려줬죠. 아직 감을 못잡아 쭉 뻗어 넘거야 할 팔을 자유형 팔 내 젓듯 하긴 했지만 역시 시간이 없어 그것만 지적해 주고 연습해 보라고 하곤 나왔죠.
이틀 지나 오늘 만났는데 토요일이라 사람이 많더군요. 난감했지만 어쨌든 가장 사람 적은 곳을 골라 한 팔 접영과 양팔 번갈아 접영을 연습 시키고 십 분 휴식. 다시 연습. 양팔 번갈아 웨이브하다가 양팔 모두 뻗는 걸 시도했죠. 그런데 하더라구요...!
아직 웨이브가 완벽하고 부드럽진 않아 힘으로 깡으로 하는 면이 있긴 해도 단 오 분 강습 두 번과 오늘 강습 세 번 만에 양팔 접영을 하다니... !
물론 그 친구 운동신경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전 그 친구가 내 이야기를 듣는 방식과 수용하는 방식이 기특하더군요. (이것이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핵심입니다.) 그 친구는 내가 설명하고 시범을 보일 때 바로 바로 수용하고 따라 해 봅니다. 제가 그렇게 시키기도 했지만 어쨌든 어색함을 떨치고 되든 안 되든 바로 따라해 봅니다. 그것이 핵심입니다.
저도 처음 수영 배울 때 강사가 시범 보여주는 동작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보면서 바로 바로 따라했거든요. 눈으로 보기만 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것(대부분의 사람들이 멍하니 서서 그렇게 보기만 하고 고개 끄덕끄덕 하지만 그렇게 해선 바로바로 캐치를 못하거든요.) 과 몸으로 직접 따라해 보는 것은 아주 큰 차이가 있어요. 말하는 내용의 핵심을 바로 몸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리고 두 번이든 세 번이든 레인을 돌면서 그것을 내 몸에 익히죠. 그런데 의외로 한 두 번 해보고 안되면 바로 자기 이전 스타일로 돌아가는 분들이 많아요. 아주 많아요. 이런 분들은 교정도, 발전도 없거나, 있어도 아주 느립니다....
저도 접영을 잠영 웨이브 연습, 한 팔 접영. 그리고 번갈아 웨이브하고서 바로 양팔 접영이 됐었어요. 그래서 다른 사람은 왜 안되나 의아할 정도였죠. 그런데 이것이 절대 제가 운동신경이 뛰어나거나 해서가 아닙니다. 몸이 아주 좋은 것도 아닙니다. 그저 길가에 스치는 흔하디 흔한 그런 몸이죠.
전 학창시절에 운동이라곤, 그리고 체육시간이라곤 아주 질색하며 도망다니던 아이였어요. 그래서 나 자신에게 운동신경은 당연히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죠. (운동에 대한 흥미도 취미도 없었죠.) 그 생각을 군에서 처음 시간이 나서 시간 때우기로 배워 본 탁구와, 서른 넘어서 시도 해 본 자전거와, 그리고 바로 수영을 배우면서 깨뜨렸죠. 안 해 봤을 뿐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하면 할 수 있다.. 그 후로 수영은 확실한 제 일상 속의 활력소가 되었죠. 그런데 이 즐겁고 쉬운 수영을.. 왠일인지 주위 사람들에게 팁을 가르쳐 주어도 캐치 못하고, 받아들이지 못하고, 제 고집대로 발전 없는 수영만 계속 하면서 자신은 왜 안되는지 모르겠다는 푸념을 들을 때마다... 조금, 아니 사실 많이 안타까웠죠.
오늘 그 친구가 세 번 만에 접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죠. 얼마나 기특하던지.. 거봐.. 당신들은 못하는게 아니라 내 말을 안받아들이고 못 받아들여서 못하는거야.. 저 생짜 초보가 세 번만에 접영을 하는 걸 보라구!
뭐 모두 각설하고.. 정말 빨리 캐치하고 잘 한다고 칭찬해주니 그 친구는 수줍게 제가 잘 가르쳐주어서 그렇다고 겸손해 했지만 정말이지 그 친구가 내 말의 핵심을 잘 귀담아 듣고 스스로 그걸 따라하고 잘 따라와 주어 가능했던 일이죠. 사실 말이 그렇지, 세 번 만에 그것도 두 번은 한 오 분 정도, 그리고 오늘 한 시간 반 정도..에 접영을 했다면 수영하시는 분들 믿을까요?
마지막으로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는 배영도 이런 저런 팁을 알려주고 끝마쳤죠. 바로 바로 따라와 주고 열심히 하는 친구에게 뭔들 아깝고 뭔들 못 알려주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오후 내내 아주 기분이 좋네요. 날씨가 선선한 탓도 있겠지만!
2014.07.26 21:29
2014.07.26 21:36
왜요.. 취미로 좋아요. 스트레스 해소도 확실히 되고. 전 상황 상 수영을 못할 때는 주중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길이 없어 주말만 되면 서울 밖으로 도망(여행)가곤 했는데 수영을 할 수 있을 때는 그 때 그 때 스트레스가 풀려 한 달에 한 두 번만 여행 할 수 있어도, 혹은 그 이상 여행을 못 가도 그닥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더라구요. 운동 자체가 스트레스를 풀어 주기도 하지만 수영은 물에서 하는 운동이라 그 효과가 더 좋은 듯 합니다.
2014.07.26 23:31
네 하게 되면 꼭
2014.07.26 22:20
최근에 수영을 슬슬 시작한 참인데 이 글을 보니 흥미롭기도 하고, 어느날문득 님의 가르침을 받아보고 싶기도 하네요.
저도 저렇게 잘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되고도 싶고, 어느날문득 님처럼 잘 알려주는 사람이 되고도 싶습니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2014.07.27 13:49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수영 좋아요. 꼭 중간에 포기하지 마시고 즐거운 수영하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기꺼이 알려드리겠지만 저 아니어도 수영 팁 주고 받을 사람이야 많을 겁니다. 어떻게 마음을 여느냐가 중요하겠죠. 기초 단계(네 영법) 지난 뒤에는 코치가 일일이 교정해주거나 하기 힘듭니다. 주위 분들과 서로 이야기하고 폼 보고 관찰하고 분석하면서 하나 하나 배워가시면 누구든 일정 수준에는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한 마디만 더 곁들이자면 더 나은 자세와 완성된 폼을 향한 욕심을 좀 가지시면 좀 더 즐겁게 수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유튜브등의 동영상들도 잘 찾으면 꽤 도움이 되구요.
2014.07.27 06:34
2014.07.27 13:51
맞아요. 그런데 저는 춤에는 잼병이라 웨이브가 안 될 줄 알았는데 이건 또 되더라구요. 안되는 분들은... 역시 빨리 포기하거나 정확한 웨이브를 신경 안쓰기 때문이 아닐까요. 체형이 안되어 힘든 분들도 있을 듯 하지만 또 보면 제법 중년 이상의 무거운 체형을 가진 아주머니가 아주 부드럽고 유연하게 접영 하시는 분도 있더라구요.
2014.07.27 08:26
2014.07.27 13:52
특정한 팁을 드린 건 아닌데 제 글 자체를 중요한 팁으로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2014.07.27 09:53
2014.07.27 13:54
네 강사가 말할 때 그리고 시범을 보일때 바로 바로 따라해 보시는 것이 도움이 되더군요. 즐수영하세요! 아 그리고 강습 전후에도 꼭 혼자서 익혀야 할 것들 해보시구요. 늦게 들어가고 끝나면 바로 나오고.. 하는 분들은 확실히 늦습니다. 무엇이든 예습 복습!
2014.07.27 10:12
2014.07.27 13:58
각 영법 별로 포인트가 뭔지 다시 점검해 보시면 어떨까요. 어떤 영법이 안되면 굳이 그걸 꼭 해야 할 이유는 없겠죠. 본인이 할 수 있는 영법으로 즐겁게 수영하면 족하다고도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 자신이 할 줄 아는 영법만 계속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전 되든 안되든 네 가지 영법을 모두 고루 했어요. 자유형 평영을 한다고 해도 배영과 접영도 꼭 한 두레인쯤 매번 같이 해줬죠. 네 가지 영법 중 잘 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배분해 네 가지 영법 모두 매일 연습해 보는 걸 추천합니다.
2014.07.27 11:32
제발 그 자유형 호흡법 팁이란 것을 알려주세요!!
3주 차 꼬꼬마인데요, 무호흡으로 발차기만으로는 꽤 멀리 가는데 호흡과 함께 팔만 휘저으면 그 반도 못가서 너무 고민이에요.
사설 수영장 다니는데 주말에 호기롭게 구민체육센터 자유수영 초보레인 뛰어 들었다가 주눅 들어서 서있기만 했더니 한 할머니가 보다 못해 코칭해주시던... 그래도 안됐어요 ㅠㅠ
고개 돌려서 숨만 쉬려고 하면 코로 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하죠? 흑흑
2014.07.27 14:07
직접 만나 알려주면 2-3분 이면 될 일이지만 글로 구구절절이 설명해선 전달되기 힘들것 같습니다. 정말 간단히만 말하면 물 속에서 무조건 코로 공기방울을 내뿜으며 복식호흡을 해야 하고 고개 돌려 물 밖에서 입으로 '파'할 땐 금붕어처럼 살짝만 입을 벌려줘도 숨은 충분히 들어가거든요. 핵심은 물 속에서 호흡을 남기지 말고 다 코로 내뿜어야 합니다. 샤워기 밑에서 물줄기 맞으며 코로 내쉬기만 하고 입은 벙긋 살짝 벌렸다 바로 닫아버리는 연습을 해보세요. 음이 아니라 훔...으로 표현하자면 훔.... 파.훔.... 파. 훔....파.하는것을 반복해 보세요. 지금 컴퓨터 앞에 앉은 자세로도 연습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게 정말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다시 정리하면 물 속에서 숨을 거의 다 코로 내 뱉어야 하고, 물 밖에선 의식적으로 숨을 들이마시려 하지 말고 입만 살짝 벌려주고, 다시 물 속에서 바로 코로 내 뱉고.. 해야 합니다. 이 내뱉는 시간을 조금식 늘려가면 보다 여유 있게 슬라이딩 할 수 있고 호흡이 여유 있으니 다른 동작들을 생각하면서 할 수 있게 됩니다. ...
'고개 돌려서 숨만 쉬려고 하면 코로 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하죠..' 라고 하셨는데 물 속에서 코로 숨을 다 내뱉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수영장에서 선 채로(바닥에 발을 딛고 선 채로) 물 속으로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면서 코로 숨 내뿜고 올라와서 입 벌리고 바로 다시 들어가 코로 숨 내뿜고.. 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강습시 몇 레인 돌고서 쉴 때도 가만히 서서 쉬지 말고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코로 숨쉬는 연습을 계속 하시구요. 아주 습관이 되어 내 몸에 익혀져야 자연스럽게 수영 호흡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뭐 그리고.. 처음엔 당연히 숨가쁘고 물도 먹고 합니다. 그걸 두려워 마시고 계속 하다보면 어느 순간 숨이 트이게 되는 순간이 옵니다. 즐겁게 열심히 수영 배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