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토대로 쓴 글입니다. 반대 사례가 있다거나 하면 대환영입니다 :D





친구들이 저에 대해 좀 신기해 하는 건, 제가 동양인 친구들이 별로 없다는 거에요. 대충 머릿속으로 세 보니 진짜 친구라고 할 만한 사람들은 셋 정도 되는 거 같네요. 왜냐고 물어보면 전 "안 찾아다니니까" 라고 답해요.


매디슨엔 동양인 유학생이 숫자만 보면 꽤 많아요. 정확한 통계는 지금 못 찾겠지만 전체 유학생이 4500명 안팎이고 그 중 중국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제일 많을 거에요, 아마. 근데 전 그 친구들을 볼 때마다 뭐랄까, 오지랖 섞인 안타까움이 좀 드는데, 도대체 왜 유학을 와서까지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붙어다니냐는 거죠. 물론 케바케고, 영어가 잘 안 된다거나 하면 우리나라 사람 한둘을 친하게 둬서 도움을 받는 것도 현명한 선택이죠. 하지만 외국 나와서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몰려다니고 (그 와중에 영어가 제대로 늘 리는 없고) 하는 게 좀 아깝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유학 가시는 분들, 특히 그 나라 말 배우려고 가시는 분들께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그러지 마세요. 한국인과 아예 연을 끊으라는 게 아니에요. 한국 사람'만' 찾아다니면서 모든 걸 해결하지 말라는 거죠. 뇌라는 건 단순해서, 자신에게 필요로 하지 않는 건 잘 배우려고 하지 않고, 필요하다고 느껴지는 건 그냥 지가 알아서 저장을 해 두는 장기에요. LA나 시카고 한인타운에 눌러 살면 몇십 년이 가도 영어 안 늘어요. 늘 필요가 없거든요.


일례로 사촌이 하나 있어요. 얘는 미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에 있다가 저보다 한참 전부터, 대충 초등학교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는데 저번에 가족들끼리 외식하러 갔다가 좀 멍 때리는 상황이, 자랑인지 모르겠는데 얘 영어가 저는 고사하고 제 동생이랑 비교해도 별반 나을 게 없는 거에요. 원인은 그 전에 들어 알고 있었죠. 얘는 LA에 살았는데,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LA 한인타운은 그냥 한국이에요. 우리나라 사람이랑만 친구하고 교류하니 영어건 뭐건 진전이 없는 거에요. 뭐 얘야 시민권자고 유학 온 게 아니니 별 문제는 없긴 하죠. 


반대로 전 미국 올 때 일부러 한국인 별로 없는 동네를 찾아 왔어요. 결과는 꽤 성공적이었다고 봐요. 자랑 좀 하자면, 친구들은 제가 2000년대 후반에 미국 왔다고 말해주면 시민권자라고 해도 믿겠다고 놀라곤 해요. 주변에 친구 먹을 한국인이 없으니 좋든 싫든 영어를 배우게 되는 거죠.


동양인 친구가 없다보니 간혹 듣는 질문은 "혹시 니가 살짝 인종차별을 해서...?"가 있는데, 이건 다시 통계로 돌아가면 오해가 풀려요. 유학생 4500명은 많은 숫자 같긴 하지만 문제는 전체 학생 수가 3~4만명에 육박한다는 거죠. 비율적으로 열 명 중 두 명이 안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는 선에서 비미국인 친구 두셋은 (친구가 많지 않아서) 꽤 정상적인 숫자라는 겁니다. 더군다나 다른 동양인 학생들이 위에 쓴 것처럼 자기들끼리만 몰려다니면 낯선 사람한테 말 잘 안 거는 저 같은 사람은 더더욱 친해질 길이 적어지고요.


유학의 목적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요. 영어를 더 잘하고 싶어서, 외국 나가 공부하면서 경험을 쌓고 싶어서, 인맥을 넓히고 싶어서 등등. 하지만 그 중 어떤 걸 노리든지 자기 나라 사람들이랑만 붙어다녀서 얻을 수 있는 건 아무리 봐도 없는 거 같네요. 휴가를 목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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