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06 02:23
[쉬 울프]는 아르헨티나에서 온 연쇄살인마 영화입니다. 일반적인 이 장르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살인마가 여성이라는 것인데,
사실 여성연쇄살인마도 그렇게 드문 편은 아니죠. 장르영화 세계에서는 더 많고요. 하여간 이 영화의 주인공 쉬 울프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지하철 안에서 남자들을 유혹해 그들과 섹스를 한 뒤 독살합니다. 왜 그러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그런 살인에
중독된 것일 수도 있고, 남성 혐오자일 수도 있고. 영화는 끝까지 이 인물에 대해 분명한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조금 특이한 건 다른 연령대인 세 명의 배우가 쉬 울프를 연기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 때문에 전 영화를 보면서 고민을
했습니다. 이게 변신 능력이 있는 초능력자를 다룬 판타지인가, 아니면 이 세 사람은 다중 인격의 상징적 표현인가? 영화가
진행되는 걸 지켜보니 후자인 것 같더군요. 이런 묘사는 여러 해석의 가능성을 낳지만 그 중 어느 것도 분명한 드라마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단지 여러 형태와 방향의 폭력이 떠돌 뿐이죠.
영화의 중심은 쉬 울프의 연쇄 살인이라는 폭력입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쉬 울프가 만나는 남자들 역시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가학적인 인물들입니다. 적어도 섹스하는 동안은요. 영화에서 쉬 울프의 살인은 종종 이런 폭력에
대한 복수거나 응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쉬 울프 역시 희생자들과 똑같은 존재라는 의미일 수도 있죠. 원래부터 섹스라는
행위에 그런 종류의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번엔 여자를 희생자로만 놓지 않겠다는
뜻이겠죠.
호감이 가는 사람들은 단 한 명도 안 나오는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쉬 울프는 흥미로운 관찰대상이지만 감정이입을
하기엔 좀 끔찍한 존재죠. 그렇다고 희생자나 그 뒤를 추적하는 경찰이 더 나은 것도 아닙니다. 특히 중간에 갑자기
등장하는 형사는 이 영화에서 가장 불쾌한 인물이라 그가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노릇을 하려고 할 때는 섹스와 살인장면이
나올 때보다 더 불쾌했지요. 나중에 로맨스를 넣기 위해 상대역 역할을 하는 캐릭터를 하나 넣긴 하는데,
이 인물 역시 그렇게 매력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서 영화의 결말이 다소 공허하게 느껴지더군요. 결말을 위한 결말이랄까.
하여간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를 분석하는 것보다는 논리를 적당히 무시하고 쌓은 이미지의 흐름이 만들어내는 폭력성의
의미를 연구하는 게 더 생산적인 영화라고 하겠습니다.
(14/08/06)
★★☆
기타등등
흑백이지만 몇몇 장면엔 붉은 색이 효과를 주기 위해 사용됩니다.
감독: Tamae Garateguy, 출연: Luján Ariza, César Bordón, Hernán Bustos, Edgardo Castro, Germán Da Silva, Miguel Forza de Paul, Javier De Pietro, 다른 제목: She Wolf
IMDb http://www.imdb.com/title/tt280638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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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에 암늑대라는 la loba라는 표현이 있음에도 굳이 Mujer lobo를 제목으로 쓴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