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3.27 10:37
취향의 우열에 대해서 두가지 의견이 있을 겁니다.
1. 취향의 우열이란 있다.
2. 취향의 우열이란 없고,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전 1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느정도 나은게 있을테고, 못한게 있겠죠.
그리고, 이건 꽤 광범위한 생각입니다. 각자 자신의 기준이 있고, 우열을 가르고 있을테니까요.
단지 아무데서나 싸우고 싶지 않을뿐
a. 채팅을 하다가 소설 이야기가 나와서 이청준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마자 어떤 사람이 절 내려다보면서 "이청준? 별로 대단한 작가는 아니지. 세계관만 어느정도 있을뿐"
그럼 니가 생각하는 대단한 작가는 뭔데? "최인훈"
전 최인훈의 작품을 문학교과서에서 광장으로 접한게 전부인데, 별로 맘에 드는 소설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언쟁을 하다가, 그 사람은 평론이란 것에 꽤 신경을 쓴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 소설의 평론에 대해선 거의 신경을 안쓰거든요. 평론을 읊고, 권위있는 말에 기대서 저를 공격하는걸 보고
"난 그냥 내가 접해서 좋으면 좋은거다."라고 하니 텔레토비처럼 문화를 대한다고 비웃더군요.
b. 한번은 디씨에서 제가 2000년대 한국 순문학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라이트노벨이 좋다는 이야기를 꺼냈는데
곧바로 한국 순문학 > 라이트노벨이라는 반박을 받았습니다.
그게 마치 절대적인 사실이라는 것처럼요. 물론 디씨고 제가 먼저 시작한 일입니다만
(아마 그때 제가 한유주를 비아냥 거렸던것 같습니다.)
c. 미드 히어로즈가 재밌다는 이야기를 채팅방에서 꺼냈는데
곧바로 비웃으면서 그딴 미드 허접하다고, 로스트가 낫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기준이 맞는지 아닌지는 떠나서 취향의 우열을 다룰때
자신의 취향을 우위로 두고 내려다볼때, 전 그 엘리트주의적인 시선을 싫어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시선은 있어요. 저도 기준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분류하니까요.
하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내고 남을 내려다보는건 스스로 불쾌한 일입니다.
게다가 취향의 우열에선 미묘한 지점들이 있습니다.
장르적이거나 서브컬쳐에 대한 순수예술쪽에서의 마뜩찮은 시선 같은 것들 말이죠.
저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쓰레기같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제가 좋아하는 것은, 제가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지 않는한 좋아할겁니다.
단순히 많은 사람들이 그게 별로라고 하면서, "객관적인" 근거를 들이대도 말이죠.
제 기준이야 가장 근원적인건 직접 보고, 좋은지 아닌지 느껴지는거니까요.
취향의 우열이란걸 다투는게 괜찮은건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겠죠.
제가 아는 가장 치열한 장소는 루리웹일것 같습니다.
"뽕빨 미연시는 취향으로 인정할 수 없다. 퇴출시켜야 한다."
"GTA5로 일반 시민 죽이고 낄낄대는거나 멈추고 말해라."
"취존하시죠."
2015.03.27 10:44
2015.03.27 11:42
폭력적인 논쟁은 꽤 자주 일어나는 편이죠. 의외로 재밌기도 하고, 생산적인 면이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가끔은 뭐하는건가 싶기도 하니다.
2015.03.27 11:32
취향과 좋은/옳은 작품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만 봐도 내 취향은 블록버스터 액션, 혹은 남성적이지만, 명작이라고 부를 수 있고 좋아서 감동이 와서 다시봐도 미소짓게 되어 가지고 싶은 작품들은 흑백 고전들속에 널려 있다고 말 할 수 있거든요.
2015.03.27 11:44
전 다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섞여 있어요. 섞인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015.03.27 11:35
2015.03.27 11:49
게임이 평론적인 면에서 제 기능을 못하는 부분 때문에 그 반응으로 나온것 같기도 하고, 아마도 pc게이머는 전부터 좀 엘리트주의적인 면이 있던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시각은 분명 긍정적인 영향이 있기도 하지만, 교조적인 수준이 되기도 하죠. 예전에 듀게에서 존 포드가 역대 최고의 감독이라면서 한바탕 소리치고 가신 분이 생각납니다.
2015.03.27 11:43
우열은 단순한 논리에 속하기도 하죠.
2015.03.27 11:49
단순하고 누구나 갖기 쉬운 태도죠.
2015.03.27 11:44
우열이 '진짜로' 있는지는 잠깐 유보해 두고, 접근하기 어려운 것과 쉬운 것이 있는 것은 맞죠.
오랜 시간을 두고 일부러 배우고 익혀야 듣는 귀가 생기는 음악,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 단어가 자주 나오면서 주제마저 형이상학적인 소설. 이런 것들에 '더 나음'도 아니고 심지어 '맞음'이라는 평을 해놓고 다른 것들에는 '못함'도 아닌 '틀림' 딱지를 붙이는 것 같아요.
이런 교양속물성이 꽤 친근하고 찔리는 구석마저 있는데요, 이런 게 옳다고 꽤 오래 교육받으며 자랐음에도 요새는 의심이 들어요.
2015.03.27 11:56
그렇죠. 즐기는 단계까지 가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이라거나. 즐기기 어렵다는게 좋은 것으로 인정받으려면 어렵다는 것과 좋은 것 사이에 연관이 확실해야 할겁니다. 닌자 가이덴이 마리오보다 어렵다고 더 좋은 게임인건 아니지만, 편의성을 너무 강조해서 뭔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게임의 경우는 약간 다른거겠죠.
학문이라면 더 어렵고 높은 수준이 있겠고, 스포츠라면 통계가 적용되지만, 문화상품이라는건 약간 까다로운것 같습니다. 기준이 단일하지도 않구요.
2015.03.27 12:09
2015.03.27 12:14
그 커트라인은 아마도 비평가 같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겠죠. 공식적으로 예술의 인정이라는건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니까요.
2015.03.27 12:24
2015.03.27 12:05
2015.03.27 12:16
문제는 괜찮은 작품이 있는 장르인데도 하나로 묶어서 버리는 일이겠죠.
2015.03.27 12:47
2015.03.27 12:49
우월한 작품이나 더 우월한 장르가 있다는 건 누구나 받아들이겠지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의 취향은 상대적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개인의 취향이란게 특정할 수 없는
작품이나 장르에 대한 호불호의 총체일텐데
그걸 좋고 나쁘다고 얘기하는 건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에 대해 판단하는 지적 수준의 높고 낮음은 있으나
조잡한 아마추어 작품의 성근 부분을 더 좋아할 수도 있는게 개인의 취향이죠.
프로야구가 모든 면에서 고교야구보다 우월하지만
프로야구를 좋아하는 취향이 고교야구를 좋아하는 취향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도 뽕빨 미연시물 같은 건 좀 퇴출되길 바랍니다. ㅋㅋㅋ
2015.03.27 14:14
그러고보면 NBA보다 NCAA가 더 인기있다고 들은것 같습니다. 모든 경기는 아니지만요.
사실 취향이 나쁘다는건 이야기되지는 않아도 사람 평가의 기준으로 쓰이죠. 악세사리 같은 개념으로요.
2015.03.27 12:56
양극단이라 보여지는 것들을 몇 가지 들어 볼까요? 고전음악과 뽕짝, 고전 문학과 귀여니, 예술영화와 한국산 조폭물, 비틀즈와 씨앤블루, 오뜨 퀴진과 정크푸드.. 사실상 이런 것들을 직접적으로 비교할 필요가 없겠지만, 절로 비교가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예로부터 인정해 오는 어떠한 가치판단의 기준이라는 건 존재한다고 봐야겠죠.
2015.03.27 13:57
2015.03.27 14:22
브람스와 이박사, 춘향전과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
가치 판단의 기준이야 있죠. 그 과정에서 알지도 못하는걸 편견으로 매도하거나, 타인의 취향을 내려다보는 행동이 불편하다는 얘기였어요.
2015.03.27 14:21
2015.03.27 14:36
무례함 면에서는 b의 경우는 없지요. 무례한건 오히려 제쪽이었는데요.
취향의 우열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재즈를 들으니까 힙합을 듣는 너보다 나의 취향이 위다. 클래식을 들으니까 아이돌 음악을 듣는 너보다 위다. 여러가지 애매한 반대항이 있습니다. 우열설정 자체가 나쁘다기보다 우열설정의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경우의 예가 많은거겠죠.
전 그 자체도 피하려는 편이지만요. 아예 피하는건 아니고 즐기기도 하지만요. 사실 취향이라는 이름으로 매일 누가 더 낫다고 투닥거리는게 인터넷입니다. 오히려 오프라인에선 예의상 적은 편이죠.
2015.03.27 16:08
그냥 저는 이 댓글에 완전히 동의하는 편이고 하고 싶은 말입니다.
2015.03.27 16:27
상당부분 제가 링크한 <취향의 폭력>을 읽으면 제가 제기한 문제제기가 우열문제와는 좀 다르다는 것을........../ (일반인 얘기로 한정하셧지만 이걸 그냥 떼고 볼 수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글에서도 등장하지만) 미술계, 문학지, 영화계을 비롯한 많은 비평과 평론가들은 그 나름의 작품에 대한 판단과 기준을 가지고 그것을 논하고 논쟁합니다. 또 예술 분야에 오랜 시간을 투자한 대중들도 나름의 판단을 하고 있겠죠. 또 이 사이트의 주인장 듀나 조차 오랫동안 그런 일을 해오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것이 영화의 설득력과 가치를 만드느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고 있고 우리는 거기에 나름 영향을 받으며 판단을 하고 있죠. 또 그것은 한 개인 평론가의 것이라기 보다 제법 오랫동안 "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떠들어온 인간들의 문화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그것이 단지 한 개개인의 판단이 아닌 한 집단의 문화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은 어려운 문제죠. 공부해야 하는 문제이고 굉장히 사회학적이기도 합니다. 어떤 작품이 낫다 라고 하는 것이 어떤 절대적 미적 기준이 있는 것이나, 한 개인의 미적 판단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합의된 결과 라는 관점이요. (부르디외 라는 양반이 열심히 하셨습니다...) 그런 문화가 개개인들에게 교육이든 공부이든 간에 스며들어가 아주 당연시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취존이라는 말로 그런 미적 판단과 논쟁 조차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이게 진짜 무례한 것일 수 있죠. 중요한 것은 a가 b보다 낫다 는 어떤 판단이 아니라 그런 판단을 가능하게 만드는 미적 기준과 법이구요. 그 기준과 법을 존중해야 할 때도 있지만, 그 기준과 법을 설명하면서 그것이 옳은가에 관해서는 논쟁할 수 있겠습니다. catgotmy님은 그것을 단지 우열을 가르는 엘리트주의라고 하신다면 할 말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님이 경험하신 것은 우열논리가 아니라 그냥 무례함 아닌가요? 참고로 저는 AOA를 정말 좋아합니다. 솔직히 비틀즈에 여자 멤버는 없잖아요.
2015.03.27 16:57
취존이라는 이름으로 미적 판단과 논쟁을 거부하는 것은 무례한게 아닙니다. 그게 특정분야를 다루는 전문가가 자기 분야에 대한 미적 판단과 논쟁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면요. 일반인에게는 그런 의무가 없습니다. 타인이 논쟁을 하자고 했을때 거부하는건 무례와는 무관한 일입니다.
단지 미적 판단을 하면서 역으로 교조적인 경우, 자신의 판단이 맞다면서 엘리트주의적인 편견의 예도 많습니다. 그 부분을 지적하고 싶었던거고, 예시의 b의 경우는 무례함이 아닙니다. b의 경우 무례는 제가 저질렀죠.
2015.03.27 17:04
애초에 자신의 미적 판단을 설명없이 강요한다면 무례같습니다. 최소한 그런 설명에 귀기울일 수 있겠죠. 우리가 평론가 글을 읽듯이. 근데 요즘은 취향이야 좋아해 라는 말로 어떤 설명이나 논의조차 무의미해지는 게 슬프다는 거랄까..요....
2015.03.27 19:37
취향의 우열은 없죠. 미학적 관점에서의 미의 우열은 있고요. 괴테의 문학이 공지영의 문학보다 아름답고, 뛰어나지요.
하지만 괴테를 좋아하는 사람이 공지영을 좋아하는 사람보다 우월한건 아니지요.
사람들은 자꾸 자신의 아래에 누군가를 두려하는데, 먼 과거엔 계급사회가 그랬고, 근대엔 경제력이 그랬다면, 요즘은 취향가지고 그래요.
더 우월한 작품을 즐기는 것이 더 우월한 인간이라고 느끼는거죠. 자연스레 남의 취향은 짓밟아요.
소위 힙질이라고 불리는 이 행위는 아마도 인간 본성인가봅니다. 어디 문학, 영화에서만 이런가요?
위에 댓글에서도 지적하셨듯이 이런 행위는 서브컬쳐에서도 활발히 일어나요.
게임도 그렇고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도 이젠 코드의 우열이 존재해요.
황당한건 이제는 의식주같은 인간의 기본행위에서도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있다는겁니다.
먹스타그램만 봐도 답나오죠. 그래도 이전까지는 문화소비에 한정됐었는데 이제는 하다하다 못해 먹는 음식가지고도 힙질을 해대니까요.
2015.03.27 20:06
아마 말씀하신 문제의식을 발전 시킨 것이 맑스의 계급사회 문법을 더 발전시킨, 몇십년 전 부르디외의 저서 "구별짓기"입니다. 뭐 여기서 그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계급사회의 작동방식이 단지 이제는 자본의 소유자가 아니라 그 자본에 걸맞는 상징체제를 가지냐 안가지냐 에 따라 (상징 자본이라고 하죠) 그것을 구별지으려고 하는 행위 말이죠. 굉장히 사회학적인 이슈 같습니다. 더굳나나 어떤 작품의 미적 기준이라고 하는 것도 한 작품에 내장된 내재적 가치라기보다 사회적 합의에 의한 결과라는 점도. (팝아트 아티스트들이 정확히 조롱하던) 대중문화나 소수문화에서 그런 구별짓기 라고 하는 것이 지나친 우열논쟁 인지 아니면 무엇이 더 좋은 작품이고 음악인가에 대한 합의인지는 아마 흥미로우면서도 더이상 쉽게 하기 어렵다는 슬픈.......왜 저는 이 얘기를 할 때마다 마침표를 길게 쓰며 글을 마무리하는지...
2015.03.28 00:38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취향이란것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것이기 때문에 무엇인가와 비교되어서 판단해야만 답이나오는 "우열"과는 애초에 엮일 수 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기준이 있어야 우열을 가늠할텐데 이 기준 자체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 때문에 우열관계가 정립된다 하다라고 그 우열관계는 기준을 세운 사람한테만 성립될뿐 다른사람의 기준에 의한 우열과는 비교가 불가능한것이겠지요.
물론 여기에 곁들여서 다른 사람의 기준을 틀리다/다르다 라고한다면 또하나의 복잡한 이야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