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23 20:00
기억에 꽤 오래오래 남을 정도로 애절한 사랑 이야기, 영화 뭐 있으셨습니까?
애절한 이야기가 아니라도 마음에 깊게 남는 감흥이 있다면 그냥 보람차고 흐뭇한 사랑 이야기, 웃긴 이야기라도 좋습니다.
애초에 제가 떠올려 보려고 한 것은 영화나 TV물인데, 꼭 그게 아니라도
만화나 소설도 괜찮습니다.
제 경우에 몇 가지 꼽아 보라면,
1.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텔레비전에서 해 줄 때 아무 기대도 없이 그냥 채널 돌리다가 잠깐 멈췄는데,
흑백영화라서 별로 눈에도 안 뜨였는데,
어째 보다보니 조금 더 보고 또 계속 더 보게 되다가
끝까지 빠져서 보고는 감동의 폭풍에 휘말렸던 영화였습니다.
이후에는 연말마다 한 번쯤은 반복해서 보는 영화입니다.
어째 여러 사람들 사이에서는 "뜨거운 것이 좋아"보다 약간 덜 쳐주는 느낌인데,
저는 이 영화가 빌리 와일더 최고 걸작, 잭 레몬 최고 걸작, 셜리 맥클레인 최고 걸작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카사블랑카
애절한 사랑 이야기 걸작하면 맨날 언급되는 영화인데,
이 영화도 처음에는 그 느와르 범죄물 같은 느낌에 재밌게 봤는데,
볼 수록 느낌이 달라지는 영화였습니다.
어릴 때 봤을 때는 잉그릿드 버그만이 험프리 보가트를 정말로 사랑했는데,
국가와 민족과 가정의 의무를 위해서 떠나간다는 식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애초에 잉그릿드 버그만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고,
전쟁통의 어긋난 우연으로 잠깐 험프리 보가트와 이어졌다가 다시 떠나가는 것이고,
말을 안해도 험프리 보가트도 그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이 영화 결말 같은 결말이 나온다고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3. 봄날은 간다
이 영화 포스터 나오고 홍보 하는 거 보고는
그냥 그저 그런 멜로물 내지는 "8월의 크리스마스" 아류작이겠거니,
하고 전혀 조금도 기대하지 않고 오히려 안볼 영화로 생각했는데,
어쩌다 본 이후로 완전히 기대가 바뀌어 정말 재밌게 봤고,
이후 여러 번 볼 때마다, 여러 가지로 생각하게 하고, 상상도 해보고,
인물들의 행동과 대사를 이리저리 비판도 해 보는 등등 마음 속에
확확 새겨져 여러번 반복해 보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4. 현기증
처음에 봤을 때는 반전이 강한 스릴러 영화로 보고,
반전에만 경악을 하면서 놀라서 봤습니다만.
우연히 두 번째 봤을때부터 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야말로 근본적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애착을 기막히게 다룬 영화인 듯 합니다.
5. Friends 에피소드 중에서 105 The One with the East German Laundry Detergent
자기 손으로 빨래를 해 본 적이 없던 레이첼이 로스와 함께 빨래 하는 내용이 들어 가 있는
시트콤 에피소드인데,
인물 개성을 잘 드러내면서 장면장면에 순간순간 코미디가 많고
그러면서 배우들 연기도 좋고, 사랑하는 감정이 저절로 새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한 내용도 좋아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들 중 하나 입니다.
등등입니다.
요즘 것들이 좀체 잘 안떠오르는 듯 느낌이기도 한데,
또 뭐 있을까요?
2015.04.23 20:06
2015.04.23 20:12
노라 에프론 영화가 대부분 흐뭇했어요.
+ [미드나잇 인 파리] + [비포선라이즈, 선셋] + [파이트클럽]
2015.04.23 20:19
지금 대략 정신이 멍하긴 합니다만.. 몇개 꼽자면 노팅힐하고 공포의 외인구단(만화), 파리 5구의 여인(생뚱맞게..)이 떠오르네요.
2015.04.23 20:32
순수의 시대. 시간이 다 지난 뒤 자신을 향해 돌아서는 백작 부인의 모습을 머리속으로 보는 아처의 얼굴이 아직도 생각나요
해리가 셀리를 만났을 때.
화양연화. If there's an extra ticket... would you go with me?
2015.04.23 20:40
제가 멜로 중 제일 좋아하는 영화, 첨밀밀이요. 주인공도 좋았지만 두 사람 사랑의 방해꾼이라 할 수 있는 조폭도 좋았습니다. 등에 미키마우스 새겨서 나타났을 때요.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여러 번 이야기 되는 장면이지만 화양연화 앙코르와트 장면도 뭐라 따로 할 말이 없고요.
사토라레의 고백->거절도 좋았어요.
헌화가도 참 애절하지 않습니까? 지위와 나이가 가로막은 노인의 그 절절한 짝사랑이요. 젊은 사내종이었다거나 노인이 왕이었다면 이야기가 달랐겠지요.
2015.04.23 20:47
질문에 적합한 것들은 제 청소년기에 강한 인상으로 남은 영화나 소설이기도 하네요.
소설쪽으로는 '폭풍의 언덕'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그리고 최인호의 '겨울나그네'.
영화로는 심지어 시집을 구입하게도 만들었던 '초원의 빛'과 '애수' 그리고 ' 닥터지바고' '자이언트'.
만화로는 히까리의 선택을 앞둔 두 사내아이의 대결씬과 이어지는 장면들에서 정말 마음이 아렸던 기억의 'H2'
2015.04.23 20:51
2015.04.23 20:57
2015.04.23 21:11
천녀유혼
왕조현,장국영 버프가 장난아닌 영화.
2015.04.23 21:54
저는 사랑의 블랙홀과 문스트럭, 유콜잇 러브를 매번 보고 또 보고.. 아마 대사는 대강 외운 거 같아요.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도 좋죠. 어느 날 밤에 생긴 일도 생각나네요. ㅎㅎ
2015.04.23 22:08
브로크백 마운틴이요. 볼 때는 좋은 줄 몰랐는데 두고두고 가슴저린 장면들이 생각나요.
2015.04.23 23:17
저두요.
자켓을 끌어안고 우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2015.04.23 22:15
2015.04.23 22:58
Somewhere in Time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가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졌던 남자가 현재로 돌아온 후 그녀를 그리워하며 말라죽습니다. 공간적 거리는 날아가든 기어가든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텐데 시간적 거리는 도무지 어쩔 수가 없죠. 다가갈 수 없는 거리에 있는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는 그녀에게 다시 돌아가길 꿈꾸며 자신의 시간을 멈추었습니다.
Death in Venice 아름다운 소년을 사랑한 예술가가 그 소년 때문에 베니스를 떠나지 못하다가 열병에 걸려 죽습니다. 동성의 남자를, 그것도 십대의 소년을 사랑하는 남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 살 길을 찾기보다 그저 바라만 보다가 몸과 마음에 열이 올라 죽는 걸 택하죠.
2015.04.23 23:18
국화꽃향기
통속적이긴 하지만 두 주연배우때문에 너무 절절했어요. 고인이 되신 장진영씨때문에 아무래도 더 그렇구요.
2015.04.23 23:34
2015.04.23 23:45
가장 최근작은 <로얄어페어>. 왕비와 슈트룬제도 그렇지만 왕과 슈트룬제의 관계도 울컥하게 만들어요. 여러모로 때와 장소를 잘못 만나 엮여들은 사람들. <프린지> 2시즌인가, 하얀 튤립 에피소드에서 결국 제 시간에 도착한 로보캅이 부랴부랴 차에 타서 부인을 바라보는 얼굴도 기억에 콱 박혀있음.
2015.04.23 23:48
2015.04.24 01:07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마지막에 남주가 길가다가 우는장면이요. 뭔가 먹먹한듯한, 분명 남주가 왜 우는지는 알겠는데 글로써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런 감정말이죠.
2015.04.24 05:31
용의자 X의 헌신
2015.04.24 07:54
2015.04.24 09:59
전 어톤먼트에서 세실리아-로비 커플요. 볼 때마다 아오 브라이오니 이 망할 라ㅓ미ㅏㅓㅈㄷㄱ랴맟ㅠㅠㅠㅠㅠ 심정이죠. 뭐 제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있지만 두 배우 케미도 좋았다고 생각해요.
2015.04.24 10:34
대만 영화 <영원한 여름 盛夏光年>, 더불어 성석제의 단편 <첫사랑>을 꼽겠습니다.
2015.04.24 11:25
소피아 로렌의 <해바라기> 요.
2015.04.24 16:04
<가장 따뜻한 색 블루>요.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는 그 순간보다는 오히려 영화를 본 이후에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최종병기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