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일을 겪고 마음이 산란하고 찜찜한데, 어디에도 묻고 털어놓을 데 없어 

듀게에 글을 올려봅니다.


화요일, 그 전주에 앓았던 독감의 후유증으로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파트타임 일마저 조퇴하고

귀가길, 아이 어린이집 옆의 공원 겸 놀이터에 잠시 앉아 쉬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하원하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어서 기다렸다가 함께 데리고 가려고 했거든요.

그러던 중 친정엄마와 아이 하원에 대해서 통화를 나누기도 했고요. 어린이집 어쩌구 하는 통화 내용이 

아마 옆사람에게도 들렸을 법합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아주머니가 저한테 말을 걸더라구요. 연배는 40대 초중반 정도.

아이가 여기 근처 어린이집 다니냐고, 자기는 여기 살고 자기 동생도 최근에 아이 데리고 여기 근처 이사왔는데

어린이집 선택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는 말을 하면서 이 동네 어린이집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질문 내용이나 태도가 수상할 데 없고 그냥 '동네 아주머니들끼리 서로 할 만한 ' 대화여서

제 사생활을 너무 노출시키지 않는 정도 내에서 아는 건 답해 드렸습니다. (한 가지, 아이 이름을 물어보는 데는 답해 주었습니다.)

그 아주머니는 제가 너무 아파 보인다고 자기 아는 근처 내과가 링거를 잘 놔준다고 소개를 하기도 하고

토요일날 조금 떨어진 큰 공원에서 열리는 축제에 놀러 오라며(봉사단체에서 하는 축제인 듯했습니다)권하기도 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저는 아주머니가 봉사단체 같은 데서 일하며 주변인들에게도 작은 참여를 권하는 오지랖 넓은 동네 아주머니, 정도로만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되어서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왔는데,

저한테 말 시키던 그 아주머니와 일행 아주머니(두 사람이 얼굴이 많이 닮았습니다)가 

아직도 공원에 계시더라구요.

워낙 동네 사랑방같은 곳이라 그 아주머니들이 더 있다고 이상하게 생각할 그런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는 철모르고 공원 놀이터에서 뛰놀려 들었고, 

아주머니들은 아이에게 말을 시키기도 하고 칭찬을 하기도 하면서 한동안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 때, 처음 저에게 말을 시킨 그 아주머니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옷을 보내려고 하는데

작아진 아이 옷 없냐고 묻더라고요.

마침 계절이 바뀌면서 아이 옷 정리중이라, 옷 남는 게 좀 나올 것 같다고, 연락드리겠다고 하면서

그 아주머니의 연락처를 받았습니다.




금요일인 오늘. 시간도 한가하고, 몸도 많이 나아서

아이 어린이집 하원시키러 가는 길 자질구레한 동네 일도 처리하면서

그 아주머니에게 아이 옷도 전달하자 싶었습니다.(여기서 후회가 되네요 아휴)

문자로 아이 옷 드리겠다고 하자, 좋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아이 하원시간 조금 못미쳐 저번 그 공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약속시간 공원에 갔는데 아주머니가 아직 도착을 안했더라구요.

바로 옆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리고(여기서 또 후회...아일 데리고나오지 말았어야 했는데 ㅠㅠ)

다시 공원에 왔더니, 아주머니가 와 계셨습니다.그 일행 아주머니도 함께요.



아이는 활발하게 뛰놀기도 하고 뭐가 자기 맘대로 안 되어 울기도 해서,

저는 그 뒤를 쫓아다니며 틈틈이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좋았는데, 아이와 함께 놀이기구를 타던 '일행'아주머니가

"아무개(아이이름)야, 아줌마 사진 좀 찍어줘, 아줌마 사진 찍어줘"하면서 핸드폰을 내미는데


여기서 신경이 탁 곤두서더군요.


"우리 애기는 아직 핸드폰 잘 못 다뤄요(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라고 말하며

아이와 핸드폰 사이를 살짝 막아섰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번엔 첫번 아주머니가 "아무개야 아줌마 사진 봐라"하면서 자기 핸드폰을 꺼내들고

풍경 아래 자신의 모습을 찍은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아이는 별 관심 없이 다른 쪽으로 가려 들었습니다.

아주머니는 "별 관심이 없구나"하고 웃으려 들었는데,

다른 아주머니-'일행'아주머니가 "아무개야 같이 사진 찍자(고 했던가, 아무개 사진 찍어줄게라고 했던가 불확실하지만

확실한 건 아이의 사진을 찍으려 들었습니다)"고 또 핸드폰을 꺼내드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티가 덜 나게 막으려고 했는데, 이때에는 정말 안되겠다 싶어서 

"애기는 사진 안 찍어요"하고 적극적으로 아이와 핸드폰 사이를 막아섰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에 아이더러 집에 가자고, 갈 데 있다고 늦으면 안된다고 했지만, 아이가 제 속사정을 알 리 없었습니다. 더 놀겠다며 징징거렸지요.

그러면서 저 편으로 휙 도망가기도 했고요. 저는 아이를 잡으러 뛰어갔습니다.

이러는 사이에,만약 제가 걱정하는대로 그 분들이 수상한 사람들이라면, 혹시라도 아주머니들이 아이 사진을 몰래 찍었을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겠네요.


아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멀리서 아주머니들에게 "안녕히 가시라"고 인사를 했더니,

아주머니들도 다음에 또 만나자고 하면서 공원을 떠났습니다.

저도 어쨌든 아이를 데리고 공원을 나오는데,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찜찜하더라구요.

생각해 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아주머니들에게


1.내 얼굴, 아이 얼굴

2.아이 이름

3.아이 어린이집(만약 아주머니들이 아이 가방을 유심하게 보았다면, 작게 써놓은 아이 반 이름까지 알 수도 있습니다)

4.내 전화번호


를 알려준 셈이 되는 것이더군요. 

게다가  대체 아이의 사진을 왜 찍으려고 드는 건지, 정말 이해할 수 없고 기분이 나빴습니다.

단순히 아이 사진을 제 3자가 찍으려 든다고 이러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예전에 듀게에도 아이 사진을 조금 올렸던 적 있고,

제 인터넷 개인공간에도 올리기도 했습니다. 전에 다른 유원지에 갔을 때 조형물 앞에서 놀고 있던 아이를 보고

아이와 조형물이 잘 어울린다며 사진을 찍어간 아주머니도 있었습니다. 그런 분이 사진 찍겠다고 할 때는 흔쾌히 허했습니다.

찜찜한 느낌이 전혀 없었고, 상식적인 상황이었달까요.

지금 이 상황은 뭔가 비상식적입니다. 아까 그 상황에서 갑자기 두 아주머니 다 핸드폰을 꺼내들며

들이대는 건 정말 생뚱맞은 타이밍이었어요. 그래서 찜찜한 것 같아요.



혹시 이런 사례들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 있나요?

그리고 제가 앞으로 어떻게 조심하거나 대처하면 좋을까요? 혹은 제가 너무 과민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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