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

2015.05.30 02:51

여은성 조회 수:1177


  1.휴...잠자는 시간이 꼬이고 다시 꼬이고 다시 꼬이네요. 


 

 2.가끔씩 어렸을 때 오도카니 앉아서 어른이 되길 기다리던 놀이터에 가보곤 해요. 이젠 돌과 모래대신 푹신한 폴리우레탄이 깔려 있죠.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를 기웃거리는 페도필리아처럼 보이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거든요. 


 어렸을 때 놀이터에 앉아서 느끼던 지루한 기분, 초조한 기분을 다시 느껴 보고 싶지만 그건 잘 안 돼요. 그때는 그 지루함과 초조함이 싫었는데 이제는 지루한 것은 고통이 아닌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다시 그때로 돌아가보고 싶군요. 을씨년스러운 날에 놀이터에 가만히 앉아있다가 바람이 불면 알 수 없는 스산함과 아련함을 느끼곤 했는데 어렸을 때는 그럴 때마다 스스로 처량했던 거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분노하는 감정은 없었어요. 철봉 옆에 있는 고무 타이어 위에 앉아 있다가 비비탄이나 특이한 모양의 조개를 발견할 때마다 주워서 주머니에 넣으면 그런 건 잊어버리곤 했어요. 그럴 때마다 여기에 조개가 있는 건 아마 바닷가에서 이 모래를 퍼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봤어요. 이 모래는 어느 바다에서 실려와서 이곳에 뿌려져 있을까 하려 상상해보려 했죠. 그렇게 바닥에서 주운 지저분한 것들을 주머니에 넣고 돌아가곤 했어요. 


 중학생 때는 가끔 용기를 내서 카페골목에 가보곤 했어요. 용기를 내야 할 만큼 그 거리가 두려웠거든요. 당시에 잘 나가던 그곳과 저는 어울리지 않았죠. 


 

 3.어느날 강북의 어떤 곳에서 술을 마시고 사장에게 고기를 얻어먹게 됐어요. 홍대입구로 가서 산더미불고기 같은 거나 얻어먹겠지 했는데 그날은 웬일인지 강을 가로질러 남쪽으로 가서 무등산에 갔어요. 전 밑반찬이나 해산물 같은 건 절대 안 먹는데 그 사장은 내가 먹기 싫어한다고 말한 건 반드시 먹도록 만들곤 했어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도록 하는 이상한 기술을 써서요. 


 요즘은 그게 누구든 조금이라도 거슬리게 하면 정색하며 짜증내는데 (당시의)그 사장은 도저히 앞에 두고 짜증내거나 정색할 수 없는 두 명중 하나였어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굴도 먹고 명이나물도 먹어야 했어요. 명이나물은 맛있고 굴은 별로라고 하자 굴을 한 번 더 먹도록 만들었어요...휴. 


 저는 장사하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타임라인을 만들곤 해요. 그런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게 되면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타임패러독스가 생기죠. 그리고 그걸 발견하는 순간 저는 그 사람을 보지 않는 거죠. 한데 그 사장은 머리가 좋은 건지, 아니면 사실만 말하는 건지 아무리 과거 얘기를 많이 해도 타임라인에 설정 붕괴가 일어나지 않았어요. 제가 그 사장의 말에서 타임패러독스(다른 말로 허풍)를 발견해 낼 때까지는 그 사장이 우위에 있는 걸로 해주고 싶었어요.


 휴.


 저를 집으로 데려다 주는데 갑자기 사장이 카페골목에 가보고 싶다고 했어요. 그래서 가봤어요. 사장은 카페골목에서 차를 천천히 몰며 여기서 어렸을 적에 옷을 팔았다고 했어요. 계산해보니 당시의 저는 킹오브파이터를 하며 백원에 벌벌 떨 때였죠. 그 사장은 그 당시의 저를 두렵게 만들던 거리의 일부였던 거예요. 


 아이러니하게도 이제는 두려워서가 아닌, 너무 초라해서 가고 싶지 않게 된 카페 골목을 천천히 돌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걱정이 되었어요. 내가 거리를 두려워한 만큼 거리가 나를 두려워하게 만들 수 있는 날이 올까 하고요.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면 결국 비참한 채로 끝인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요 그 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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