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09 11:25
차이고 두 달이 되어가네요. 뭐 그럭저럭 멘탈 수습하고 살고 있었는데 어제 후배 전화를 받았어요. 그 애한테 연락이 왔다고요. 결혼기념일 축하한다고 그리고 뭐 얘기하는데... 남친이랑 무지 좋다더군요. 두달사이에 30번이나
만났다고... 남자쪽에서 결혼이야기 나오고 너무 잘맞고 행복하다고 신나서 그러더래요. 그 이야길 전해주면서 선배도 다 잊고 잘 살라고요. 좀 많이 충격 받았어요. 믿기지가 않아서 농담인줄 알았어요. 아니 뭐.... 저처럼 우중충
하게 지낼거라고는 생각 안했지만 저럴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1,2년을 본 것도 아니고 12년을 한 사람을 봤는데 패턴이란게 있죠. 사람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으니까요. 저를 포함해서 누굴 사귈때도 한참 오래걸리고 자기를
아주 조금씩 보여주는 그런 애였는데 저랑 잘 만나고 있다가 알게 된 지 얼마 안된 누군가를 덜컥 사귀더니 이렇게 잘 지낸다니 멘탈이 완전 박살났어요. '우리의 종말이 또 눈앞에 보여서 좋아하는 사람을 떠나서 모르는 사람에게
로 도망간다'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었는데 그냥 너와 헤어지기 위해 나한테 휘말린거다' 라는 말들. 내가 너무 믿은거였나.... 정말 저러다가 덜컥 결혼한다고 해도 이제 놀랍지 않을거 같네요. 정말 누군가를 오래 알고 옆에서
지켜보고 많은 걸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거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까진 애틋하고 안타까운 감정이 들었고 뭐 화도나고 이랬다 저랬다 했지만 배신당했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 그래도 뭐 다행이라면 이젠
더 충격받고 상처받을 일은 없을거 같다는 거. 잘 믿기지 않지만 현실이 이런걸 알았으니까요.
2015.06.09 11:28
2015.06.09 11:32
2015.06.09 11:33
평생을 같이 살아도, 상대방은 나한테 보여준 범위의 패턴만 반복해서 보여줍니다. 그 패턴이 상대방의 전부라고 생각한 나의 착각이죠.
2015.06.09 11:37
전 몇달 정말 불꽃처럼 연애하다 한달 안본 사이 상대가 변심했던 기억이 세번 있습니다. 처음 겪었을 땐 정말 상처가 컸어요. 그 기억이 없었으면 제 인생은 정말 달랐을 것 같을 만큼요. 두번째도 꽤 컸습니다. 한 일년 방황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첫번째 기억 때문에 억지로 참고 미친 듯이 몇달 일에 열중습니다. 세번째는요?
아, 지겹다. 맘대로 해라라는 말이 입에서 터져 나오더군요.
그래서 지금은? 내 짝이 아니었나베, 부디 행복하게 살아라. 그래야 욕도 맘 편히 할테니. 이렇습니다. 다행히 그 여자들 모두 잘 살고 있습니다. 욕은 안합니다. 오랜 시간 지나니 그것도 귀찮더군요.
2015.06.09 11:43
몇 년 일찍 겪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2015.06.09 11:45
오래 사귀다 보면 그 사람이 나한테 보여주는 어떤 면만 잘 알게 되죠. 좁고 깊고 게다가 나의 영향권에서 만들어지는 일이라 전체 윤곽은 오히려 잘 안 보여요. 가끔 친구 카스만 봐도 저게 누구더라 싶던걸요.
나쁜 일 못 내다보듯 좋은 일 역시 모릅니다. 기운 내세요.
2015.06.09 11:53
잠깐 좋은 것도 한때에요 원래 모든 연인들이 시작은 불꽃입니다.
불꽃이 사라진 뒤가 중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2015.06.09 11:58
2015.06.09 13:41
헤어진 사람 잘 사니까 선배도 잘 살라고요 하,
종말이 눈앞에 보여..참 말 같지도 않지만 상당히 좋네요.
남은 아는 만큼만 알 수 있죠,알고 모른다는걸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네요.
2015.06.09 13:58
2015.06.09 17:38
아 정말 이성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2015.06.09 19:13
2015.06.09 19:26
그렇죠. 흔한일이죠. 저도 잘 압니다. 저한테 일어났던 일들 어느 날 날벼락 같은 뒷통수나 이거나 흔하디 흔한 일이에요. 단지 '안 그럴 거 같은' 사람이 그래서 놀라는 것 뿐이죠. (제 착각일 지라도요)
오랜 만난 애인과 헤어지고 바로 다음 관계에서 순식간에 깊이 들어가는 일은 아주 흔한 일입니다.
오죽하면 결혼식장에서 걸어나오는 사람을 직접 보게 되어야 비로소 누구랑 결혼하는지 알게 된다고 하나요.
이게 믿기 힘든 남녀의 케미스트리인 거죠.
그 여자분은 케미 있는 분을 드디어 만난 거고 행복할 권리가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