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8 13:45
밖에 나가는 길에 잠깐 앉아 씁니다. 저격글인지 뭔진 모르겠네요. 보는 사람이 판단하겠죠.
듀나님은 바보가 아니예요. 이 게시판을 보면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주로 오는지 잘 알고 주로 어떤 종류의 사람들이 큰 목소리를 내는지 잘 알고 그런 사람들끼리 부딪칠 때 아무런 완충재가 없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도는 충분히 예측할 능력이 있습니다. 몇 년이나 봐오며 데이터가 쌓였으니까요. 본인이 하기 싫었다면 대신 관리자 노릇 할 사람을 구하거나 게시판에서 듀나라는 이름을 빼버리거나 아니면 사이트를 없애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냥 안하는거죠. 듀나님이 다시 와서 관리하라고 하는 게 아니라 하기 싫어서 갈 거면 최소한의 인수인계는 해야 하는데 그 약간의 조치조차도 안 하고 간 걸 뭐라고 하는 겁니다. 셋 중 하나죠 이건. 앞일이 예측 안되는 바보거나, 악의가 있거나, 무심한 거죠.
듀나님에게 호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인간이 싸이코라서 이 게시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그걸 구경하기 위해 이 게시판 관리를 포기한 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할 수 있을겁니다. 다만 듀나님에게 호감이 있는 사람들은 듀나님이 그동안 쓴 글들에서 추측되는 태도로 듀나님의 인격을 의심하지 않을 뿐이겠죠. 듀나님이 바보가 아니고 악의가 없다고 치면, 무심한 거죠.
휴.
뭐 저도 돈을 벌기 위한 약간의 수고조차도 하기 싫다고 짜증내곤 하니 듀나님이 하기 싫다고 하는 거까지는 이해가 가요. 그런데 듀나님이 싫으시면 안 해도 된다고, 그동안 노력하셨으니 됐다고 옹호하는 사람들은 좀 아닌 거 같아요. 꼰대처럼 말해 볼까요? 이 세상은 엿같습니다. 이 세상엔 일어나기 싫은 시간에 일어나 가기 싫은 곳에 가서 하루종일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 얼굴을 보며 하루종일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천지삐까리예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퇴근 후에 소요 없는 게시판에 와서 쉬고 싶어하죠. 듀나님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고 살란 게 아니라 정 하기 싫으면 자신이 해놓은 일에 대해 약간의 조치를 취하라는 건데 그게 귀찮으면 뭐 할말이 없네요.
그리고 자꾸 회원들이 민주적인 운영을 요구해서 방향을 튼 거라고 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이 게시판 대부분의 사람은 듀나님의 브랜드를 보고 온 거예요. 듀나님이 듀나님의 기준으로 사이트를 운영해 주길 바라는 게 대다수죠. 어디든 반대표는 있고 종종 그 반대하는 사람들은 길 한복판에서 호루라기를 크게 불어댑니다. 그러면 반대하는 사람의 수가 실제보다 많아 보이기는 하죠. 한데 듀나님이 그걸 판별할 능력이 없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듀나님이 아무것도 안 하는 걸 옹호하는 회원들은 '듀나님이 회원들이 민주적 운영을 요구해서 그랬다'라는 이유를 드셨다는데 정말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그냥 다수의 의견을 무시하고 호루라기를 크게 불어대는 사람들을 핑계 삼고 이용하는 걸로밖엔 안 보여요.
2015.06.18 13:47
2015.06.18 14:23
심정은 이해하는데 그러면 박근혜가 해경 해체하겠다는 말, 자본가가 노동쟁의 골치 아프니 공장 닫겠다는 말하고 뭐가 다를까요??? 개인이 개인을 끊어내는 건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여러 사람의 글과 생각이 담긴 커뮤니티를 단지 골치 아프고 심지어 정신적 지주에게 저격까지 들어오니 닫아야겠다.. 라고 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리를 많이~ 두는 것으로 해결을 보죠? 저는 글을 거의 안 써서 거리를 지나치게 두는 편이지만요. :)
2015.06.18 14:55
2015.06.18 19:00
님과 저는 이해의 포인트가 다른듯 합니다? 제가 거론한 두가지 예와 지금 게시판을 닫자는 이야기의 공통점은 사안의 비극성의 경중에 있는게 아니라, 일단 누가 시작했든 더 기여했든, 여러 사람이 참가한 일의 말소에 대해선 그만한 고민과 책임감이 필요하단 뜻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게시판이라고 하셨는데 그냥 정도의 책임감이라도 있다면 골치 아프니 닫자라는 말은 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블로그 닫는 것과 해경 해체 사이엔 엄청난 간극이 있고 그래서 전자는 쉽게 허용되고 후자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이 게시판의 무게감은 둘 사이 어디메쯤에 있을텐데, 주인장이 닫자고 해서 닫아버리면 그 최소한의 무게감이나 책임감마저 지지 않겠다는 거잖아요. 자기가 쓴 글이 타인에 의해 삭제 말소되는데 그게 단지 엿장수 맘이라고요? 동의하기 어렵네요..
2015.06.18 21:07
2015.06.19 03:19
지금 님과 저 사이와의 대화 주제는 그게 아닙니다. 게시판 폐쇄와 관련한 비유가 어떠냐, 폐쇄가 가능하냐, 두가지일 뿐 그 외 더 넓은 상황을 끌어들이면 이 글은 이도 저도 아니게 됩니다. 지금에 집중하죠.
2015.06.18 19:06
원한다면 당장에 폐쇄도 가능하다는 건 기능적으로 가능하다는 뜻이고요. 역학관계에 있어 여러 사람의 글이 담기고 그들이 모여 정체성을 형성한 곳에 대한 폐쇄 여부는 단추 하나 눌러서 없애버리는 것 보단 복잡한 게 당연한 거 아닐까요? 최소한의 여론이라도 수렴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사람이 하고 싶은 걸 자기 멋대로 다 못하는 건 여러 사람 안에서의 권리를 조정해서 생각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잖아요.
2015.06.18 21:10
2015.06.19 03:24
부부사이에서 마음이 떠나더라도 이혼과 재산 분할이란 복잡한 문제까지 해결해야 책임이 말소되는 거죠. 마음 떠났다고 책임도 없어지면 카톡으로 이별 문자 보내는 무례함은 더 이상 무개념이 아니게 될 걸요? 물론 들어보니 듀나님이 게시판 관리를 할 생각이 없다고 지속적으로 어필하셨다니 저간 사정을 모르는 저로서는 말하기가 망설여지지만 일반적으로 맘 떠났으니 책임 묻지 말자는 너무 관대하신게 아닌가 싶어서요.
2015.06.18 14:11
+1
2015.06.18 14:17
공감합니다.
2015.06.18 14:19
2015.06.18 19:11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데 윗 댓글에선 폐쇄가 쉽다고 하시니 어느 쪽이신지... 그리고 본 글의 핵심은 최소한의 책임감이라도 가져주세요 라는 뜻이지 인수인계나 폐쇄가 본심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궁예지만요.)
2015.06.18 20:54
2015.06.19 03:24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좋았을 뻔 했습니다.
2015.06.19 03:36
윗 댓글에선 이건 그냥 게시판일 뿐이다.. 라고 하셔놓고 이 댓글에선 듀게의 큰 특징이 덩치가 굉장하다.. 즉 무게감이 남다르다.. 라고 하시니.. 순간적으로 대응하실 생각에 기준이 명확치 않으시단 인상을 주십니다.
2015.06.18 14:22
그럼 적극적으로 무슨 조치를 취해줘야 할까요? 그것도 아닌 것이 본인이 이미 마음이 떠났다는데 무슨 조취를 바란답니까? 결론은 우리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밖에요. 그리고 여튼 몇몇 분들이 나서서 일을 하시니 투표를 하든 규칙을 정하든 하시겠죠. 저는 이게 최선이라고 봅니다.
2015.06.18 19:17
일일이 댓글 달아서 외람되긴 하지만 조취 아니고 조치요. (소근)
2015.06.18 20:56
2015.06.18 15:16
무심한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듀나님이 그동안 아무것도 안한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듀나님은 수년전부터 게시판 운영에 관심이 없으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늬앙스의 뜻을 비춰왔습니다.
하지만, 많은 회원들은 듀나님이 계속 운영해주길 바랬죠. 저라도 내가 하기 싫은 일을 자꾸 맡기려고 들면 짜증이 날것 같습니다.
2015.06.18 19:22
그럼 이름을 바꾸는게 합당할 듯요? 본 글을 쓰신 분 말씀처럼, 듀나의 ~~이란 명칭은 듀나가 책임진다는 뉘앙스를 풍깁니다. 직함과 업무 내용은 어긋나지 않을 수록 좋은듯요. 수년 전에 일은 딸이 저지르고 수습은 아버지가 하는 부녀를 만난 적이 있는데 이런 분담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결과를 낳더라고요.
2015.06.18 20:59
2015.06.19 03:28
어차피 듀나님은 현재 게시판을 맡지 않고 계시다고 본문에 언급된 거 같은데.. 제 오해인가요? 그리고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하지 않는 관리를 현재 누군가가 하고 있기 때문에 게시판이 굴러가잖아요. 그 분들을 염두에 두고 이름을 다시 정하면 되죠. 이는 이름을 빌려준 듀나님의 짐을 덜어드린다는 차원도 될 듯 합니다. 듀나,라는 이름이 갖는 영향력이 있는 한, 자기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는 게시판이 자기 이름을 달고 있으면 아무래도 내내 신경쓰이시겠죠.. 문제는 명성이죠. 듀나라는 이름으로 손쉽게 찾아오는 손님들이 끊길 것. 그리고 그 이름 아래 갖게 된 정체성과 역사 등등. 그건 얘기를 해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처럼요.
2015.06.19 23:12
빅캣님에게 사과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는 기독교 신자인데, 빅캣님의 논지가 약간 어수룩하다고 느낀 순간, 논리로 이기는 것에 대해 상당한 기쁨을 느꼈습니다. 동시에 님의 논리가 답답하다고 느끼기도 했고요. (실제로 누가 더 우위에 있었건 전 그렇게 생각했단 뜻입니다.)
그런데 이 일이 마음에 걸려서 성경을 피고 읽으니 이런 부분이 나왔습니다. 시편 139편 23, 24절
하나님이여 나를 살피사 내 마음을 아시며 나를 시험하사 내 뜻을 아옵소서 내게 무슨 악한 행위가 있나 보시고 나를 영원한 길로 인도하소서
이에 대한 설명은 죄의 고백으로서, 지은 죄가 생각날 때는 고백하고, 생각나지 않을 때는 깨닫게 해달라고 기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죄 고백을 꺼려하고 변명이나 은폐를 시도하는 것은 교만 때문이라십니다.
글마다 쫓아다니며 이렇다 저렇다 따진 것은 사안의 무게에 비해 과한 대응이었습니다. 제 마음에도 걸리고요. 주님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듯 합니다. 제 투박한 고백이 상황을 더 민망하게 만들수도 있겠지만 하여간... 읽으실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제 마음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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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런글들을 읽다보면...결국 게시판을 닫는게 결국 아쉬움은 있으되 문제 없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듀나님은 분명 그러실것 같고..저에게도 결국은 그럴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