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0 05:11
20일이 하지 입니다. 여기서는요.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좀 이상한게 그 전날이 더 커요. 하지전날, 크리스마스전날 이 날들이 더 큰 날들입니다. 스웨덴에서 하지는 우리나라 추석같은 기분이에요. 크리스마스 다음으로 큰 명절.
전 사실 하지날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는 스웨덴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술마시는 명절이거든요. 교통사고, 알콜과 관련된 사고가 제일 많은 날이고, 하지는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과 보내는 날인데... 여러 이유로 몇년 동안 즐기지 못한 명절이었어요.
이번 하지는 선물이랑 보내나 했는데 소피아 가족이 초대를 해서 드디어! 하지를 하지 답게 보냈습니다.
거기다가 참 스웨덴 하지답게 비가 주룩주룩. 아예 일찌감치 포기하고 집안에서 밥을 먹었지요. (원래 날씨가 나쁨에도 불구하고 정원에서 밥먹을려고 노력하는 게 스웨덴 사람들의 하지 모양입니다.)
이혼하고 나서 어떤 의미에서는 제 사교적 생활은 훨씬 나아졌습니다. 친구들도 저를 초대하고 저도 편하게 제 친구들을 초대하니까요.
그런데 갈수록 혼자라는 게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편이 없어서 혼자인게 아니라 가족이 없어서 혼자인거요. 외국도 아니라 스웨덴 내에서 좀 떨어진곳으로 이사간 친구가 다시 부모님 계신 이 도시로 이사올 생각이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가족가까이 살아야 해 라고 하더군요. 아마 지금 이 나이에서의 결정이었다면 혼자 이렇게 스웨덴에 오진 않았겠죠.
....
며칠전에 길을 걷고 있는데 뜸금없이 선물이가 ' 엄마 케익은 밥이 아니야' 라고 말을 하더군요. '응 케익은 밥이 아니야,' 라고 답한뒤에 카테고리 연습하라던 말이 생각나서 '미트볼은?' 이라고 물으니까 아이가' 미트볼은 밥이야' 라고 답을 합니다. '그럼 파스타는?' '파스타는 밥이야'. 이러고 걸어가다가 '그럼 아이스크림은? '이라고 제가 묻습니다. 선물이는 과자니 사탕이니 이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아이스크림은 너무 좋아해요. ' 엄마, 아이스크름은 밥이 아니야' 라고 말하는 아이 대답에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순간 아이가 덧붙입니다.' 아이스크림은 간식이야'
사실 아이가 쓴 단어는 mellanmål 스웨덴에서 점심과 저녁 사이에 샌드위치나 요커트 혹은 과일을 먹는 시간입니다. 유치원에서는 늘 2시 30분쯤 멜란몰을 줍니다. 아이가 이렇게 답할 때는 매일 매일 먹어도 되는 음식이란 말이에요, 어찌나 웃기던지.
선물이는 은근히 웃겨요
2015.06.20 05:55
2015.06.20 15:04
스웨덴 여름은 아주 좋거나 (대충 30도 까지 올라가고 끈적거림도 없고 ) 아니면 비가 주룩주룩.
몇년전에 정말 한달 내내 비가 오는 여름이 있었어요. 그때 전화해서 울었던 기억.
이렇게 비가 내리 오는데는 온난화 영향이 있다고 하더군요. 비구름이 예전에는 움직였는 데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어째 올해 여름에도 비가 주룩주룩일거 같아서 걱정이에요
2015.06.20 06:19
저도 빙그레 웃었습니다. ^___^
선물이도 매일 먹는 아이스크름(ㅋ) 제 6세 아들아이도 어찌나 좋아하는지.. 제 아이에게도 멜란몰이 맞습니다.
혼자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스웨덴에 계신거네요.
2015.06.20 15:05
네 맞아요 그런데 어른 가족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믿을 수 있고 아이를 부탁할 수 있고 그런 어른 가족....
2015.06.20 06:58
아 정말 귀여워요. 선물이도 멜란몰도. 저도 아기가 생기고 나니 선물이란 단어가 얼마나 와닿는지 몰라요. 제 아기는 아직 어려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본 적이 없지만 뱃속에 있을 때 제가 컵케익, 젤라또, 아이스크림 등등 단 것들을 꽤 자주 먹어서 아마도 좋아하지 않을까 해요 ㅎㅎ 가끔씩 아이키아 가면 제가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서인지는 몰라도 가구들 이름이 예쁘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데 멜란몰이란 단어는 발음도 그렇고 정말 마음에 쏙 드네요. Happy 하지!:D
2015.06.20 15:08
멜란몰은 mellan (사이)와 mål (식사) 가 결합해진 단어입니다. 말 그대로 두 식사 시간 사이에 먹는 것. 하하. 아이가 말이 늘으니까 어떻게 생각하는 지 알게 되어서 기쁘고 (또 가끔 슬프고 ) 합니다.
2015.06.20 18:12
이 글을 읽고, 급 달달한 것이 땡겨 찾아 들고 왔습니다. 이미 만땅인 배에.. 읔..
2015.06.21 21:52
멜란몰.. 이렇게 이쁜 단어도 있는데!- IKEA 가구들 이름이 거친 메탈 밴드 이름을 연상시킨다고 하는 요 게임이 생각나서요 http://ikeaordeath.com/
제 경우엔.. 아직까지는 혼자임을 마음껏 즐기고 있습니다. 이혼 후에 사교적으로 나아졌다는 말씀엔 완전 공감하구요.
삶의 모든 것을 제가 결정하고 제가 원하는 방식으로 해나갈 수 있어서, 쓸데없는 일로 언성높여 언쟁하며 삶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습니다.
스웨덴 하지 답게 비가 주룩주룩.. 하셔서 웃었어요. 그래도 여름 날씨는 환상적이라 매일매일 창밖만 봐도 설레이며 꽃향기를 즐기고 있어요.
스웨덴도 보통 여름은 매우 아름답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