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20 22:29
여러 가지 이유로 그간 이번 사태(?)에 관해서 말을 아끼고 있었습니다만,
기술적인 부분 때문에 건설적인 에너지가 낭비되고 있는 점이 안타까워 부끄러운 글월을 띄웁니다.
많은 분들이(어찌보면 거의 대부분) 현 상황을 사단법인의 '정관'쯤 되는 '자치법규'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하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러다보니 의결정족수 이야기도 나오고 개정요건 설정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고
심지어는 기존 게시판규정보다 구속력이 강할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네요.
그런데 말이죠,
듀나게시판은 애초에 '이용자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단체'가 아닙니다.
그저 듀나님 개인 홈페이지에 곁다리로 붙어있는 게시판일 뿐이에요.
이런점에서, 포털사이트 카페나 상업성 있는 사이트 자유게시판 등등과도 성격이 많이 다릅니다.
포털사이트 카페는 좀 더 단체유사성이 크고,
(경우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 민사법상 당사자 능력이 인정되는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상업성있는 사이트의 경우에는 커뮤니티 자체가 홈페이지 운영에 직-간접적인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트래픽 많은 사이트는 광고 단가가 높습니다)
운영자는 커뮤니티 구성원의 요구를 함부로 무시할 수 없지요.
나름 규모가 있는 커뮤니티치고는 상당히 특징적인 경우입니다만, 비유를 하자면,
자기 집 마당 한켠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그마한 평상을 놓아둔 것과 마찬가지라는거죠.
그렇기때문에,
어느날 갑자기 주인장이 대문을 닫아걸고
"오늘부터 손님 안받어. 니들 다 나가"
라고 선언하면 그냥 다 집에 가야 합니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듀게의 회원들은 듀게의 운영규칙을 만들거나 강제할 수 있는 어떠한 권한도 없습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논의나 투표들은 직접적인 강제력을 가질 수도 없는것입니다.
이 집의 주인인 듀나님의 승인이 있어야 해요. 집행할 사람도 당연히 듀나님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구요.
이 점에서, 유효하게 성립하면 그 자체로 규범력이 인정되어 구성원에게 직접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사단법인의 정관과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즉, 지금 진행되고 있는 투표는, 정관이나 자치규범이 아니라, 오히려 '이용약관 개선의견'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의결정족수 따위 필요 없는 겁니다.
애초에 주인장의 직권발동을 촉구하는 의미밖에 없는 투표에 그렇게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거든요.
어떠한 절차를 거쳐 만들어진 규칙이라도 (혹여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서도) 듀나님이 "나는 싫은데"라고 하면 아무 소용 없는 겁니다.
저는 듀나님이 공식적으로 밝힌 "규칙을 만들어 와라"라는 말의 의미를,
회원들에게 규칙제정권을 위임한 것이 아니라,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어떻게 하자는 건지 니들이 정해와. 그럼 그대로 해주께"
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2015.06.20 22:33
2015.06.20 22:36
붙을 수 있죠. 실제로 붙고 있구요.
그러나 그게 하등의 영양가 없는 거라는 말입니다.
그 시간에 규제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논의하는게 훨씬 건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015.06.20 22:39
'우리끼리 어떻게 정해야 할까'도 클리어못하는데 그 다음 단계인 '규제를 할까/말까'를 결정하고 또 다음 단계인 '규제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를 결정할수 있을거 같진 않은데요. 아마 매 단계마다 불필요한 논쟁이 벌어질겁니다. 실제로 벌어지고 있고.
2015.06.20 22:41
벌어지겠죠.
제가 안타까워 하는 점도 바로 그 지점입니다.
2015.06.20 22:47
'의결정족수'를 정할수 있게 되면(진짜 정할수 있냐는 차치하고) 최소한 매 단계마다 그 기준을 적용해 투표를 붙일때 반론이 없을거라는 예상은 가능하죠. 그러니 '의결정족수'를 정하거나 그에 준하는 기준을 잡는게 중요하다고 주장하는걸 무의미하다고 보진 않네요.
2015.06.20 22:52
현실적으로 무의미합니다.
왜냐면 현 상황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의결정족수란 있을 수 없으니까요.
2015.06.20 22:55
그렇게 따지면 현 상황에서 '규제의 내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논의하는것도 무의미하죠.
모두가 동의하는 규제란 있을리 없으니까.
2015.06.20 22:59
그렇지는 않습니다.
규제의 내용은 모두가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논의된 내용 중 쓸만한 걸 듀나님이 채택해 주면 되는거니까요.
즉, 과연 투표로서 성립한 것이 맞는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2015.06.20 23:09
듀나님은 그냥 답을 요구했지만 적어도 객관식 문제정도는 받아주실거라 믿는다는거군요.
뭐 그러면 좋겠지만 그거야말로 우리가 절대 알수없는 부분 아닌가요.
그렇게 해도 된다고 듀나님이 말씀하시면 지금껏 논쟁하고 투표하고 했던 사람들만 바보되는거지만 뭐 그거라도 되면 좋겠네요.
2015.06.20 22:45
저도 하신 말씀에 100$ 동의하는데 정족수도 없는 투표를 불안/못마땅해하시는 분들이 계속 보이길래 아래 글을 써 봤습니다. 남의 집에 초대도 안 받고 들어와 노는 입장으로 스스로를 느끼는지라 권리고 뭐고간에 나가라면 언제건 방석 두드려놓고 나가려고 신발 반쯤 걸치고 있는 사람입니다만...;ㅅ;
2015.06.20 22:50
저도 그동안 말은 아끼고 있었지만,
사실 이번 사태(?)를 초기부터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었습니다.
성별이나 나이 직업 이런거에 관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의견을 개진해서
중-소규모 커뮤니티의 자치규범(적어도 외견상으로는)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본다는 건,
제 개인적으로는 매우 흥미진진한 상황이거든요.
이게 그냥 한바탕 소동으로 끝날지, 어떠한 유의미한 결실을 맺는 해피엔딩이 될런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2015.06.20 23:54
저도, '성별이나 나이 직업 이런거에 관계 없이 모두가 평등하게 의견을 개진해서
중-소규모 커뮤니티의 자치규범(적어도 외견상으로는)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 에 대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5.06.20 22:51
DJUNA 다들 이 게시판이 제 리뷰 사이트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 이 말이 그렇게 이해하기 어렵나요?
아니면 니가 만들었어도 방치한 동안 열심히 드나든건 우리니까 우리도 지분있어 이건가요?
2015.06.20 23:18
지금 게시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투표는 나랏님이 보시기에 얼마나 백성들이 나라를 바꾸고 싶어하는 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임께서 보시기에 만족스러우면 바뀌는 거고 치성이 부족하면 마는 거 겠죠. 굳이 정족수가 있다고 한다면 듀나님 마음속에 있는 거구요.
2015.06.20 23:20
이런 관점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싶었는데... 흑
2015.06.20 23:25
2015.06.20 23:38
"듀게? 거기 망해서 예전처럼 수준 높은 글 없어. 글 리젠 봐라, 사람들 다 떠나서 글도 안 올라와. 사람들 있을때 관리 했어야지 ㅋㅋㅋ"
"뭐?! 듀게 게시물 조회수가 얼만데?! 듀게 역사가 몇년인데! 100명이 말이 되냐! 난 인정 할 수 없어!!"
2015.06.20 23:46
다들 정족수같은 기준을 세울수 없다는거에 동의한다면 애초에 그런 기준도 없는 '투표'는 왜 했을까요. 왜 듀나님은 '투표'를 허락했을까요.
제가 보기엔 듀나님은 어차피 우리들끼리 지지고 볶던 그거야 우리 사정이니 그냥 별 생각없이 컨펌한거 같고(....), 게시판의 많은 분들은 어떻게든 모 유저님 같은 사람들 솎아낼려고 좀 무리해서 밀어붙인거 아닌가 싶거든요 사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솔직히 말해, 어찌어찌해서 규제안이 나와 최종적으로 듀나님이 시행한다해도 '근본도 없는 투표를 거친 규칙'이라는 불씨는 계속 남을겁니다. 분위기를 보면 규제를 하자는 쪽이 대다수인거 같으니 당분간은 큰 잡음없이 지나갈수 있을거 같고, 뭐 그냥 아련한 과거같은게 되어서 추억속으로 사라질 가능성도 충분합니다만, 투표가 투표같지 않은건 사실이잖아요.
지금은 거의 투표고 뭐고 '듀나님 마음에 들면 다 장땡'이라는 식으로 흘러가는데, 뭐 그거야 게시판에선 관리자가 왕이니 당연한거고, 정작 그 관리자가 관리에 별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이런식으로 야매스럽게 봉합되고 넘어가는게 과연 '듀게'스러운가는 의문으은 남네요.
뭐 어쨌든 전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앞으로 진행될 어떤 투표나 의사개진, 결정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제 의사표시는 그렇게 하는걸로 하죠. 모두에게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2015.06.21 00:04
님이 바라는대로 의결정족수를 먼저 정해서 진행한다 치고, 그러면 우선 의결정족수는 무슨 기준으로 정할까요?
어느 특정 개인이 독단적으로 정하거나 소수의 회원이 합의하여 의결정족수를 정하면 지금 민주주의적 절차를 들어 의결정족수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만족할 리는 당연히 없으니 토의를 거친다고 해도 결국 최종 결정은 여기에 대해 투표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에 대한 의결정족수는 무엇으로 정하나요? 역시 투표로 정하나요? 뭐 그렇다고 치고...
그러면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의 의결정족수는 무엇으로 정할까요? 역시 투표로?
그러면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에 대한 의결정족수를 정하는 투표의 의결정족수는요?
2015.06.21 00:16
네, 다 좋아요, 그럼 대안을 제시하세요. 반대만 하지 마시고요. 많은 회원들 사이에서 이대로는 안된다는 합의가 있기 때문에 투표까지 이끌어왔는데 투표가 맘에 안들면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시지요. 아니면 투표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의견을 가진 회원들을 투표 찬성하는 회원수만큼 모아오시든가요. 이런 게 '듀게'스럽지 않다는 인상비평은 아무런 도움이 안됩니다.
2015.06.21 00:20
제가 보기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듀게니까 가능한 상황같아요. 다른 게시판이었음 그냥 강퇴로 끝났을 겁니다. 사단법인 이야기 까지 나오는거 보면서 아 진짜 듀게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하다는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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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에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는 사람이 듀나님이었으면 애시당초에 엄격한 요건으로 시작했겠죠.
근데 그렇게 하지 않고 얼렁뚱땅 "사람 귀찮게 하지 말고 어떻게 하자는 건지 니들이 정해와. 그럼 그대로 해주께" 라고 하니까 사람들끼리 '우리끼리 어떻게 정해야 할까'로 논쟁이 붙는거 아니겠습니까. 정족수로 논쟁이 당연히 붙을만한거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