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5 10:15
아무래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듀게에 올라오는 회사바낭, 직장바낭에 가장 눈길이 가곤 합니다.
다들 경력이며 마음씀씀이가 저랑은 비교도 안되실 선배님들이 대부분이신 것 같지마는,
사회생활 4년차에 접어들고나선 제법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공감을 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용기가 없어 아직(?) 이직 경험없이, 첫 번째 직장에서 계속 근무 중입니다.
근무조건이 그럭저럭 만족스럽고 나름대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어서
내 이 곳에서 적어도 10년은 근무하리_하는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회사 전체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나면서 정규 인사이동시즌과 별개로 많은 인원들의 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팀에서 막내인 저는 이게 뭔일이여 @.@ 하고 구경하다가,
갑작스러운 본사 발령 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커리어 상 가장 가고 싶어하던 부서로요.
사실 이번 이동 중에는 일부 인원들의 구조조정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저의 발령은 이례적이면서 승진에 가까운 느낌이었습니다.
본사 발탁이냐며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많은 분들이 축하해주셨지만,
약간 뭔가 자꾸 이상하다는 느낌이 드는 게
내 커리어가 내가 원하는 최상의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뭔가 "내가 잘해서"가 아닌 그런 기분이 드는 겁니다.
숨겨진 이야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 팀장님은 저를 별로 좋게 평가하신 적이 없었습니다.
완전히 남초인 직장에서 "여직원"인 저는 "혜택"보다 "책임"을 더 해야한다고 늘 강조하셨고, 늘 뭔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죠.
그런데 저희 중역의 경우에는 저를 비교적 좋게 평가해주셨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늘 그렇듯 중역과 팀장의 사이는 좋지 않았구요.
이번 조직개편 때 사실 저희 팀장님은 팀 내 차장님의 구조조정을 막고자(업무가 저랑 겹치시거든요) 저를 지금의 팀에서 내보내려고 애를 썼다더군요.
그래서 저에게 한마디 상의없이 누구나 기피하는 외딴 사업장의 작은팀의 남는 자리에 저를 보내려고 그 쪽 팀장님과 상의를 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그 사실을 알게된 중역이 중간에 '힘을 써써' 제가 본사에 갈 수 있도록 해 준 겁니다. 그리고 본인은 명예퇴직.
한마디로 마지막 남은 힘으로 저희 팀장을 엿 먹이신 겁니다. 저를 이용해서요. (물론 저를 생각해주신 부분도 있습니다. 감사하게 생각하구요..)
그러니깐요, 저는 사내정치에 이용당한 덕분에 제가 원하는 팀으로 발탁된 것 처럼 포장되어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참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은게 좋은거고, 뭐 결과적으로는 그 차장님도 자리 부지하셨고(그런데 다른 팀으로 발령 나고 정작 요긴 다른 차장님이 오셨음ㅋ)
저도 원하던 자리로 가게 되었으니 이 참 아름다운 결말 아닙니까.
그런데요. 본사가서는 지금처럼 해서는 안될꺼라고 조언인지 비아냥인지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는 팀장의 검붉은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떠나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던 정들었던 지금의 일터가 다시는 돌아오고 싶지 않은 곳이 될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쩐지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새로운 팀에서도 저를 그닥 반기지는 않을거라는 생각이 드니 의욕도 상실되고 그렇습니다 ^^;
2015.09.25 10:19
2015.09.25 10:28
2015.09.25 10:32
지나고 나면 다 별 거 아닌 일이 되더군요. 본사가셔도 충분히 잘 하실 분 같아요.
2015.09.25 10:43
팀장을 계속 볼것도 아니고... 가서 잘하시면 되요. 털어버리세요~
2015.09.25 10:58
드라마틱한 일을 겪으셨네요.
하지만 본사가면 더 드라마틱한 일이 기다리실 수도... 보통 본사근무가 정치의 꽃이라는..
늘 힘내시고 기운 잃지 마세요.
저도 최근 겪었던 영화같던 직장인 바낭을 준비 중입니다.
2015.09.25 11:01
2015.09.25 11:02
직장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사내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점점 알게 되긴 했는데요. 저 자신이 그 아사리판에 뛰어들어서 상사비위 맞추고 내 패거리 만들 사람이 못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하던대로 성실히 일이나 하자는 결론이 나 버렸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내정치 역학에 휘둘리는게 참 그렇겠지만 거기에 연연할 필요는 정말 없어요. 새로 가는 팀에서 좋은 분들 만나시기 바랍니다.
2015.09.25 11:15
주변에서 하는 말 너무 깊이 듣지 마세요. 지금 알고 계신 내용이 진실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그냥 본인이 처한 상황만 생각하세요.
이런저런 상황 엮어서, 그 사람의 의도까지 생각하려고 하면 직장생활 너무 힘들어집니다. ㅎㅎ
2015.09.25 13:03
2015.09.25 14:03
2015.09.25 15:35
축하할 일이니 속으실 필요 없습니다.
가신 자리에서 잘하시면, 본사에서 지금 팀장 엿먹일 기회도 있을 겁니다.
2015.09.25 23:21
주변에서 하는 이야기는 자기네들이 짜맞추는 거죠. 사실 모든일들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운또한 자기 능력이라면서요.
저도 본의 아니게 다른사람의 힘겨루기 같은데 끼인적이 상당히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첫 직장때부터 원치않았는데 모르는 사람이 저를 학연으로 뽑았고 저도 모르게 그분라인으로 간주되서 고달팠는가하면,
두번째 직장에서는 도대체 왜 인지 알수없게 모두가 싫어하는 상사가 저를 칭찬하고 다니는 바람에 고달팠습니다.. 결국 그 끝도 그 영향이 조금있었구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사람이 좀 질립니다 ㅠㅠ
2015.09.28 06:18
다른 건 버티면 해결되는 거고(누구를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은 독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전 중역분에게 선물이라든가 감사전화라든가(꼭 발령 얘기 넣을필요는 없고요), 차라든가 밥이라든가 사드리면 더욱 금상첨화일 것 같아요.
그리고 회사생활하려면 중역분의 회사 얘기도 들어두면 정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 분 얘기가 다 맞지않다는 건 염두에 두시고요.
현재 잘나가는 사람과 잘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에 잘나갔던 사람, 혹은 현재 못나가고 있는 사람과도 잘 사귀어두면 인생이 풍요로와지더군요.
직장바낭, 회사바낭 열심히 읽는 제가 왔습니다. 무슨 드라마 같아요. 위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회사에서 인정도 못받는 차장이 아니고 중역분께 인정받으신 거 아닙니까. 자존심 상해하실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영전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