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8 14:22
오래간만에 듀게에 왔는데 밥 먹는 문제로 재미있는 이야기가 오가고 있길래 한 번 생각을 해봤습니다.
참고로 저는 밥 많이 먹는 여자고 나름 페미니스트이며
나름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동참하려고 노력하며
식당집 딸 출신으로 여자들이 평균적으로 밥을 많이 남기지만 그렇지 않은 여자들도 많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별을 기준으로 음식량을 조절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면과 불합리한 면이 다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는 성별 구분 없이 정량 배분하고 더 많거나 더 적은 양을 원하는 사람이 따로 말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여러 의견 중에서 평균적으로 여자가 더 적게 먹기 때문에 더 적게 줘도 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밥을 더 달라고 했을 때 돈을 더 받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밥을 덜 줘도 되는 근거는 음식 쓰레기 처리 및 기타 비용의 절감이었고요.
저는 이 전제나 근거가 모두 경제적 합리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전형적이어서) 흥미롭더라구요.
sns에서 논쟁거리가 된 경우조차 밥을 더 주면서 돈을 더 받지는 않았으니 전제는 이미 성립되었다는 걸 글쓴 본인도 알고 있고
음식 쓰레기 절감이라는 대의도 나무랄 데 없으니 결론은 당연히 뭐가 문제냐?가 되는 거겠죠.
뭐가 문제냐면 수많은 댓글들에서 구구절절 나온 불편감과 불합리함이 문제인데
그 문제는 왜인지 비합리적인 부분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식당 주인 개인의 매너 문제이며 웃는 낯으로 당당히 밥 좀 더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개인의 심성 문제가 됩니다.
매너 없는 식당 주인이 세상에 너무 많고 밥 더 달라고 했을 때 느끼는 스트레스가 크다고 하면
이번에는 그걸 나보고 어쩌라고?가 되는 거죠.
왜냐하면 이건 합리성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니까요.
합리성의 문제는 '공적으로 다루어야 할' 문제지만
식당 주인 개인의 품성과 섬세한 여자 손님의 스트레스는 '안됐지만 개인이 감수하거나 처리해야할' 문제가 되는 거죠.
설령 그 개인의 수가 많고 개인의 경험이 보편적이라고 하더라도요.
말그대로 밥그릇 문제를 놓고 합리적인 부분과 비합리적인 부분이 섞여 있는데
어떻게 합리적인 부분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비합리적인 부분을 최대한 해결할 것이냐가 아니라
합리적인 부분만 쏙 빼서 전제이자 근거로 취하고 비합리적인 부분은 아예 문제가 아니라고 치부해버리니
여자들은 많은 경우에 자신이 느끼는 불편함이 '문제'인지 이걸 문제라고 느끼는 내가 문제인지
문제제기 단위부터 불편함을 느끼게 됩니다.
모든 여자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많은 여자들이 음식량을 다르게 주는 것에 불편.불쾌감을 느낍니다.
혹은 불편.불쾌감을 느낀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이 왜 문제가 아닌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이 문제는 문제로 보일 수 없겠죠.
2015.11.28 14:42
2015.11.28 14:55
2015.11.28 15:32
2015.11.28 15:39
2015.11.28 15:33
2015.11.28 15:33
2015.11.28 15:32
2015.11.28 14:50
2015.11.28 14:55
2015.11.28 15:00
미리 다대기 얹어 놓은 순대국을 보면 화나요. 원치 않는 참견이나 친절은 다 그런거죠. "내가 알아서 한다고!"가 목구멍에서 간질거려요.
2015.11.28 15:25
2015.11.28 16:04
정량을 배분해도 적게 원한다고 말하기가 쉽지않아요. 말하는것 자체가 부담이니까요.
정량 배분하고 알아서 하게 두거나, 아니면 아예 양을 줄여서 배분하고 더 달라고 말하게 하거나, 아니면 뷔페 식으로 가거나
어찌됐든 양을 다르게 주는건 차별이죠. 그건 이런 생각이 깔려있어요.
너는 여자니까 밥을 적게 먹을거고, 밥을 남기는 경우가 많을 거다. 그러니까 적게줌. 그런일이야 없겠지만 동양인이라고 밥을 적게주는거랑 비슷합니다.
여자가 더 적게 먹는 경향이 있는거야 사실이겠고, 그럼 방식을 바꿀 법을 생각해야지 편의적으로 해결하는건 차별에 불과하겠죠.
2015.11.28 17:15
효율성을 위해서 차이를 통해 시장차별을 해내는건 수없이 많습니다
전형적인만큼 당연히 산재해 있어요.
우리는 그걸 전부 차별이라 하지 않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구요.
차이를 이용한 효율성의 추구인거죠.
효율성을 위해 충분히 감수할만한 부분이라 생각하는데도 그걸 남녀의 문제로 가져와서
성차별로 가져간다는게 어이없는거죠.
이걸 차별로 생각하지 않느다고
개인의 불편함에 둔감하고 생각이 없는 남자로 모는건 화나기까지 하구요.
이 정도를 성차별로 가져간다면 다른 시장차별은 남성차별 혹은 다른 선호를 가진 모든 제각각 집단에 대한 차별로 몰고갈 수 있을 겁니다.
거기에 대해서도 똑같이 분노한다면 저와 생각은 다르더라도 인정은 하겠지만 (효율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 대한 견해 차이로)
딱 여성이 밥한 숟가락 덜 주고 말하면 더 주는 문제만을 떼와서 성차별로 몰고가고 인정하지 않는 집단을 바보처럼 취급하는건
그냥 개인적 분노 표출 혹은 생각의 짧음에 표현 아닙니까?
심지어 같은 이유로 일어나는 차별중에 가장 소소한 축의 문제가 여성차별이라는 핫한 이름을 얻어서 권위를 부여받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네요.
2015.11.28 17:30
효율성을 위해 충분히 '누가' 감수해야 하는데요?
어떻게 내가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걸 남은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나요?
본인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차별이 있다면 스스로 표현하고 항의하세요.
남이 느끼는 부당함에 대해 항의하는데 그걸 '소소하다'고 후려치는 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됩니까?
2015.11.28 17:34
선호가 다른 집단 중에 한 집단이 감수하게 되죠.
그게 싫다 말하세요.
그런식의 시장차별은 옳지 않다 라고.
성차별이라 하지말고.
2015.11.28 17:44
성별을 기준으로 차별을 하는 것이 성차별입니다.
님이 생각하시는 성차별은 어떤 것인가요?
2015.11.28 20:06
2015.11.29 01:36
성별에 의한 차이로 인해
공급자의 효율성을 근거로 다른 대우를 하는것.
차이로 인해 공급자가 수요를 구분하는게
어떻게 성차별 입니까.
성차별은 합리적 근거없이 성별이 여성이나 남성이라는 이유로 다른 대우를 받거나 부당한 취급을 당하는 것 아닙니까?
공급자의 효율적 이윤 증대를 근거로한 수요에대한 차별이 옳으냐 옳지 않으냐의 문제지
이게 어떻게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는 겁니까.
우연히 밥을 평균적으로 적게먹는 쪽이 여자인 것이지.
2015.11.29 07:02
2015.11.28 18:10
shatov 님은 '차별'의 정의에 대해 다르게 사용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도적인 차별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차별또한 차별입니다.
"본래 대등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사회적인 권리를 다수파 집단이나 권력집단이 비합법적으로, 때로는 합법적인 근거로 박탈함으로써 차별이 이루어진다."
특히 성별과 같이 선택할 수 없는 차이로 인해 같은 값을 내고 다른 대접을 받게 되는 경우 명백한 차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함이 시장경제체제에 의해서 교정되길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왜 이 게시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시장경제체제에 압력을 가하는 행위중이라는 생각은 못 하시나요?
이런 목소리가 커지면 당연히 '남녀 밥 양을 다르게 주는 식당'들을 피해가는 경우도 커질 것이고
식당을 운영하는 분들도 신경을 쓰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성이 불합리한 대접을 받기 때문에 남성이 쓰레기다 라고 말하는 거 아닙니다.
단지, 일부 한식당에서 여성이 불합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겁니다.
'둔하고 생각이 없는 남자로 모는 게 화나기까지 한다'라고 하셨는데
저는 님이 앞에서 어떤 댓글을 썼는지 몰라서 왜 둔하고 생각이 없는 남자라고 몰렸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네요.
2015.11.29 01:33
제도적인 차별 거론한적도 사회적인 차별이 차별이 아니라한적도 없습니다
불합리함이 시장경제체제에 의해서 교정되어야 한다?
전 완전히 반대편의 시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2015.11.29 17:43
"그런 식의 시장차별이 싫다고 말씀하세요..."
라고 하셨는데 시장이라는 단어를 보고 제가 넘겨짚었나 봅니다.
전 시장차별이 무슨 뜻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로 (비합리적인 이유로) 다른 대접을 받는건 차별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성차별이 아니라고 주장하시려면 님이 생각하시는 성차별이 무엇인지 먼저 말씀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2015.11.28 23:24
남자만 군대가는 건 성차별이란 소릴 하면 케케묵은 오래된 쉰 떡밥이라고 거들떠도 안보는 곳이 여기 두게인데, 밥 한두 수저가지고 성차별이니 아니니 하는 열띤 성토의 장이 벌어지는 걸 보니 신선하기도 하면서 새삼스럽기도 하고..
듀게엔 아귀가 참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