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1 22:57
이 작품 개봉했을 무렵 <그놈이다>를 보러 극장에 갔을 때, 엘리베이터에 함께 탄 남녀가 영화 이야기를 종알종알 떠들고 있었어요. 낮은 목소리라 대화가 세세하게 들리지는 않았는데, 무슨 영화를 볼까 고민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 남자분이 특종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거나 볼까?" 하자 여자분이 인상을 확 일그러뜨리며 남자 분 팔뚝을 철썩 때리더라구요. 그러면서 한마디.
"그거 주변에서 보지 말라고 다 말려."
저는 좀 놀랐죠. 왜냐하면 특종은 비평가 평이 비교적 좋은 작품으로 알고 있었거든요. 물론 호평에 비하여 관객 수가 도통 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지만, 홍보가 덜 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하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여자분 반응이 유난히도 기억에 남아서 나중에 검색해봤는데 과연 관람객 입소문이 그다지 좋지가 않더라는...
아무튼 그때는 머릿속으로 '?'만 띄웠다가 금세 지나쳐버렸고, 오늘에야 VOD로 결재해서 특종을 봤습니다. 그리고 특종을 보지 말라고 말렸다는 그 여자분 주변사람들을 이해했습니다.
영화 재미있습니다. 플롯도 잘 짰고, 연출도 쫄깃하고, 배우들 연기와 앙상블도 좋습니다. 후반부가 억지스러운 측면이 있긴 해도 이 정도면 잘 만든 장르영화로 보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저한테 '특종 어때?'라고 묻는다면 '괜찮긴 한데, 난 비추야.'라고 말할 것 같아요. 잘 만든 영화라고 무조건 대중들이 좋아해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특종으로 또 한 번 실감했다고나 할까.
특종에는 정을 붙일 만한 캐릭터가 한 명도 없습니다. 주인공 기자는 매력이라고는 쥐뿔도 없고 가까이 하기도 싫을 만큼 민폐 캐릭터예요. 주인공뿐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부산하고 히스테리컬하게 묘사되는데, 이게 정말이지 피로감을 유발합니다. 그나마 코미디 요소가 적절하게 섞여 있었기에 다행이었고, 어찌됐든 이야기의 힘으로 끝까지 잘 달려갑니다만 주인공한테 정이 원체 안 가다보니 나름 해피엔딩도 시원하게 느껴지질 않았어요. 캐릭터를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 의아할 뿐입니다. 우리 주변의 찌질한 소시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과, 우리 주변의 찌질한 소시민을 공감대 있게 묘사하는 것은 다르지 않나요?
잘 만든 영화가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워요. 감독의 연출력은 좋으므로, 차기작을 준비할 때는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 좀더 숙고했으면 합니다.
2015.12.11 23:24
2015.12.12 08:36
저도 아내 부분에서 기함했습니다.
2015.12.11 23:29
2015.12.12 08:41
본문에도 썼듯이 나름 해피엔딩이요. 어쨌거나 살인마가 죽어서 희생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을 테고, 주인공도 먹고살 걱정은 덜었으니...-_-
tempsdepigeon님과 제 감상이 많이 다르진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시민 누구에게나 찌질하고 불편하고 노골적인 부분이 일정 부분 존재하죠. 우리네 삶도 어찌 보면 블랙 코미디고. 특종은 그런 부분을 클로즈업해서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거고, 그 점에서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지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2015.12.12 02:06
.
2015.12.12 08:44
그 장면에서 주인공의 아내는 위험에 빠지려고 작정한 사람처럼 보였어요. 상식적으로 스마트폰으로 경찰부터 불러야 할 텐데... 하기야 그렇게 행동했다면 영화 전개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겠죠. 스마트폰의 발달이 시나리오 작가를 여러모로 고통에 빠트리게 하는 것 같아요.
2015.12.12 14:43
2015.12.12 20:55
2015.12.12 15:09
2015.12.12 21:00
2015.12.12 18:45
소시민?? 블랙코미디 처음 보시는 듯 합니다.
2015.12.12 20:53
제 글이 소시민 캐릭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불평으로 읽히십니까? 그리고 나에 대해 뭘 얼마나 안다고 블랙코미디 처음 보는 듯 운운이세요?
2015.12.14 22:36
2015.12.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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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가네요. 전 중간까지는 정말 재밌게 봤는데 아내와의 서브 플롯이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게 너무 짜증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