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13 15:30
어머니께서 붓글씨를 쓰시는데 먹물이 잔뜩 묻은 붓을 싱크대에서 빨고 계신 모습을 자주 봅니다.
멀쩡한 목욕탕 놔두고 왜 거기서 붓을 빨고 계시냐고 먹물이 몸에 해로우면 어떻게 하냐고
제가 투덜투덜했더니 목욕탕에서 빨면 세면대나 타일이 까매져서 싫다고 싱크대에서 빠는 게 편하다고
먹물이 몸에 해롭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계십니다.
사실 먹물이 몸에 해롭다는 저의 주장은 먹물 색깔이 시커멓다는 것에 기반하고 있고 ^^
먹물이 몸에 해롭지 않다는 어머니의 주장은 아무 것에도 기반하고 있지 않으므로
현재 쌍방이 한 치의 양보 없이 그냥 그러하다고 주장하며 버티고 있는 상황입니다.
잠시 이성을 되찾고 제 주장을 뒷받침해줄 자료를 찾아 '먹물은 몸에 해로운가', '먹물의 독성' 등의
검색어로 인터넷을 헤매고 있으나 '오징어 먹물', '맹독성 문어 주의' 뭐 이런 글이나 나오고 있는 형편이라
먹물의 성분에 조예가 깊으신 듀게분들의 한 말씀이 몹시 필요합니다.
제가 어머니께 붓을 싱크대에서 빨지 않도록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를 제시해 주시면
정말 신나는 일요일이 될 것 같은데요. 혹시 아시는 분 계신가요?
연로하신 어머니의 몸과 마음이 편하도록 그냥 먹물 좀 먹고 살아도 괜찮은 걸까요?
(제가 어느 날 듀게에 보이지 않으면 먹물 중독 때문일지도...)
2015.12.13 17:14
2015.12.13 17:32
2015.12.13 17:50
아까는 가족의 건강보다 세면대나 욕실 타일이 소중하냐고 불끈불끈했는데...
그냥 이렇게 먹물과 친하게 지내야 하나요요요요...
2015.12.13 17:49
2015.12.13 17:58
헉, 듀게에 이렇게 어머니 편이 많을 줄이야. orz
싱크대는 신성하게 보존되어야 한다는 제 고정관념이 깨어지고 있어요요요요...
2015.12.13 18:27
글 읽으면서도 계속 오징어 먹물 생각했더니 그게 아니었군요. 이로울 거야 없겠지만 해롭다는 생각도 해본 적은 없군요.
2015.12.13 19:36
오징어 먹물은 건강에 좋은가 봐요. 항암 및 항균 작용이 있다는 글이 있었어요.
붓글씨 쓰는 먹물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 몹시 궁금한데 그렇다고 제가 마셔볼 수도 없고...
혹시 먹물 마시고 병원에 간 사람이 있었나 먹물+병원으로 검색해 봐도 그런 사고는 없어서 실망 ^^
2015.12.13 18:32
저희 아버지도 수묵화 그리는 분인데, 왠지 작업에 열중하실 때 보면 얼굴에도 먹칠이 되어 있고 붓을 빨기라도 하는 건지 가끔 혀도 까매질 때가 있더라고요.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든 가까이 되도록 정정하십니다... 한두방울 튀어봤자 봄에 중국황사 마시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만... 위생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요.
먹 원료에 관해서는 요 기사를 참고하세요. 결론은 등유, 중유 등 화공제품의 카본(그을음)과 젤라틴이라네요. http://bit.ly/Xl5aoE
2015.12.13 19:48
50년째 먹을 만들고 계시는 분이 건강에 아무 문제 없으시다니 일단 좀 안심이 되긴 하네요.
저희 어머니는 먹을 갈지 않고 아예 먹물을 사서 글씨를 쓰시더라고요. 그래도 성분은 비슷하겠죠.
(기사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옛날에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먹물로 문신을 했을 것 같은데 그건 괜찮았을까 갑자기 궁금하기도 하고...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데 문의하면 별 걸 다 물어본다고 퇴짜맞겠죠.
2015.12.13 19:02
민간요법으로 어디에 먹물을 먹는다는 그런 기억이 있을거 같은데 아닌거 같군요.
2015.12.13 20:03
헉, 먹물+민간요법으로 검색해 보니 한불학예사에서 나온 <동의보감(내경편1)>에 이런 구절이 있네요.
코피 나면 어쩌구 어쩌구 해서 먹물을 먹으라고 돼 있는데 이게 정말 그 먹물인지?? O.O
(저는 한자맹이라 원글은 잘 모르겠고... 구글 북스에서 복사해 왔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요즘 먹물은 옛날 천연 재료로 만든 먹물과는 또 다를 것 같고...
2015.12.13 19:33
2015.12.13 20:17
제가 위생 관념이 별로 없는 부모님 슬하에서 자라나 면역력은 참 좋은 것 같아요. ^^
웬만큼 지저분한 건 다 용서해도 먹물은 시커매서 눈에 띄니까 용서할 수 없었는데
먹물의 유해 성분에 대한 댓글이 없으면 그냥 어머니의 승리를 인정하고
앞으로 겸손하게 살아야겠어요. ^^
2015.12.13 20:38
ㅎㅎ저같으면 대신 욕실에서 대야같은데다 빨아드리던지 아니면 가만히 있겠어요.
저는 혼자 사니까 붓을 빤다면 다용도실이나 화장실이겠지만, 어머님은 어머님 집에서 어디서든 붓을 빨 권리가 있는게 아닌가 하는 것이 저의 소견입니다.
2015.12.13 21:00
음... 이건 부모님의 건강과도 관련되는 문제라고 생각해서 효심 지극한 저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지요. ^^
그래도 혼자서는 어머니를 말릴 수 없으니 아버지를 포섭해서 2대 1로 앞으로는 어머니가 싱크대에서
붓을 빨지 못하도록 밀어붙이긴 했는데...
(싱크대에서 붓 빠는 거 괜찮다고 하시다가 자식의 호소에 마음을 바꾸신 아버지, 사랑합니다. ㅠㅠ)
조금만 더 알아보고 어머니 편한 대로 하시라고 할 수밖에...
2015.12.13 21:16
지극한 효심으로 좀 빨아드리세요. ㅎㅎ
2015.12.13 22:03
먹물의 섭취가 인체에 다소 해롭다 한들
더러워진 세면대 다시 하얗게 닦느라 관절 상하시는 것보다는 몸에 좋을 것 같아요.
2015.12.13 22:18
생각해 보니 욕실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붓을 빨면 무릎에 안 좋을 것 같네요.
어머니 몸이 상하는 것보다는 온가족이 그냥 먹물 몇 방울 먹는 게 낫겠어요. ^^
2015.12.13 20:43
싱크대의 스텐인리스 통에서 붓을 빠시는 걸텐데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네요. 어머니께서 주변에 마구 먹물을 튀기면서 식재료와 그릇을 오염시키고 계신가요? 그게 아니라면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도리어 먹물보다 싱크대와 주위에 상주해있는 갖가지 세균이 더 해로울 수도 있습니다.
2015.12.13 21:14
먹물이 싱크대 바닥에 묻어서 흘러나가는데 비록 그 후에 바닥을 깨끗이 닦는다 하더라도
그 위에서 바로 야채 같은 걸 놓고 씻으시는 게 제 눈에는 비위생적으로 보였거든요.
그런데 듀게분들이 다들 괜찮지 않냐고 하시니...
왜 평소에 별로 깔끔하지도 않은 제가 먹물에만 민감한지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요. ^^
2015.12.13 21:00
2015.12.13 21:30
듀게분들이 만장일치로 싱크대에서 붓 빠는 걸 괜찮다고 하시니...
역시 잘 모르겠는 건 다른 분들의 의견을 좀 구해보고 행동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자식의 잔소리에 몰래 몰래 싱크대에 숨어서 붓을 빨고 계셨던 가엾은 어머니께
좀 있다 가서 어깨라도 주물러드려야겠어요. ㅠㅠ
2015.12.13 22:05
그러다 가족들과 함께 먹좀 먹고 쌓여서 몸에서 은은한 묵향이 난다면 그것도 근사할 듯 하고, 음식물만 흐르는 구멍에 숯가루와 같은 탄소성분의 먹물이 싱크대로 흘러들어가면 항균작용이 일어날듯하고 구멍의 음식물 찌꺼기 곰팡이도 덮어버릴것 같은데요. 저라면 그런 느낌입니다.
2015.12.13 22:36
저는 깔끔한 듀게 여성분들이 몽땅 제 편일 줄 알았는데 충격이에요. ㅠㅠ (먹물 한 잔 원샷하고 싶군요.)
역시 다른 분들의 생각은 제 짐작과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사실 제 자신이 왜 특별한 근거 없이 먹물을
몸에 해롭다고 굳게 믿고 있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근거 없이 제가 굳게 믿고 있는 게 또 뭐가 있을지...
2015.12.13 22:28
2015.12.13 22:52
먹물에 대한 궁금증이 점점 더 커져서 한 방울 맛을 볼까 하는 생각이 꿈틀꿈틀이에요. ^^
이런 걸 생체 실험이라고 하는 거겠죠??
(용기 있는 듀게분 누가 저 대신 과학을 위해 한 몸 바쳐주신다면...)
2015.12.13 23:12
뭐 이미 찬반 토론은 결론난 듯 하고..
옛날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본 장면이 떠오르네요.
푸이 어린시절에 푸이의 친척아이랑 푸이가 놀다가 푸이 친척이 푸이에게 너 황제 아니라고 마구 놀리니까 푸이가 화가 나서 옆에 대기해있는 늙은 대신에게 먹물을 먹으라고 시키죠.
대신은 잠시 망설이다 벼루에 담긴 먹물을 꿀꺽꿀꺽 다 마시더군요. 그 분이 어떻게 되었는지 기억은 안나고요. 적어도 돌아가셨다는 암시는 없었어요.
2015.12.13 23:59
제가 또 주체할 수 없는 호기심으로 방금 <마지막 황제>를 찾아보지 않았겠어요? ^^
32분에 빅풋한테 먹물을 마시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꿀꺽꿀꺽 잘 마시더군요.
그런데 더 이상은 안 보여주네요. 궁금해요.
2015.12.14 03:21
싱크대에 먹물이 닿는 게 싫은 분이 어째 욕실의 세면대나 욕조에 먹물이 닿는 건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만약 먹물이 해로운 물질이라면 얼굴이나 몸의 피부에 스며들지도 모르는데요 ^^;
2015.12.14 09:40
세면대에서 세수하거나 손을 씻을 때는 마개를 막지 않고 그냥 흘러가는 물에 씻기 때문에
싱크대보다는 낫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 싱크대 바닥은 야채 같은 거 씻을 때 바닥에
닿으니까 뭔가 (안 보이게) 묻어있던 게 옮겨질 것 같은 느낌?? ^^
욕실 바닥은 슬리퍼 신고 다니니까 괜찮을 것 같았고요. 먹물이 독극물처럼 해로울 것 같진
않지만 시커매서 뭔가 몸에 해로운/더러운(?) 성분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렇다면 어머니가 붓글씨 쓰는 것도 말렸어야 할 것 같은데 그건 아니니
팔뚝이나 손에 막 먹물 묻히고 다니시는데 말이죠. ^^
먹물을 몸에 묻히는 건 괜찮은데 음식에 닿는 것은 안 된다는 느낌으로 최종요약된다면
저는 음식을 무척 신성시하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이...
그런데 또 저는 세균한텐 몹시 관대하단 말이죠. ^^
싱크대에서 걸레 빠는 것, 먹물 묻은 붓 빠는 것 정도가 저에겐 금기인 것 같아요.
2015.12.14 20:42
어제부터 계속 듀게에서 얘기하다보니 먹물 까짓 거 싱크대에 쏟아부으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해요. ^^
어머니께는 어젯밤에 먹물이 몸에 해롭다는 증거를 못 찾았으니 그런 게 나타날 때까지는 신경쓰지 말고
싱크대에서 마음껏 붓 빨아서 쓰시라고 말씀드렸어요.
앞으로 부모님과 티걱태걱하는 일이 생기면 듀게에 조언을 구해야겠네요.
제가 귀가 얇아서 듀게분들이 다들 별일 아니라고 하시니 몇 번 귀가 팔락팔락하다가 세뇌되었어요. ^^
Timber Timbre - Hot Dreams Timber Timbre - Bring Me Simple 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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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대에서 흘러나가던 까만 먹물을 생각하며 노래 한 곡~
Timber Timbre - Black Wa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