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09 09:35
이 질문이 요즘 절 괴롭힙니다.
달필이 아니니 그냥 횡설수설 제 생각을 늘어놓아 보자면
1. 제 첫사랑이자 가장 절친하고 가까웠던 친구에게 버림 받았을 때 제 안의 '삶의 의미'가 큰 소리를 내며 허물어지는 건물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그 뒤로 회복이 안되고 있어요. 심지어 다른 여자를 사귀거나 관심을 갖게 된 이후에도 마찬가지. 그만큼 그녀는 제 삶의 모든 것에 영향을 주었고 모든 것을 앗아갔습니다...
2. 일단 살아있으니까 산다...제 친구에게 삶의 의미를 물었을 때 받은 대답이에요. 우문현답? 저도 그냥 사니까 사는 거지요. 하지만 특별한 의미 없이 사는 삶이란 무척이나 괴로운 것이어서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은 고되고 힘들고 대인관계에서도 트러블의 연속...외로움까지...가끔 맛있는 거 먹을 때마다 위로는 되지만...
3. 사실 제가 지금 살아있는 가장 큰 이유는 절 (이혼하셨을지언정) 사랑해주시는 부모님과 할머니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외의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겠지요. 양대산맥입니다. 이 둘 때문이라도 아마 제가 제 의지로 목숨 끊을 일은 없겠지요.
4. 사실 누군가와 나누는 삶...(사회복지사라거나)을 통해 삶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제 아둔한 머리로는 공부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였던 제 전여자친구가 엄청난 멀티테스킹으로 수많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아 이건 내 길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제한되우 있어서 지금 하고 있는 호텔일에 적응할 수 있다면 그냥 이 업계에 뼈를 묻으려구요...3개월이 지나도록 기초적으로 혼나 선배들을 질리게 하고는 있지만요...봉사활동이라도 시작해보고 싶은데 의지만 앞서있는데다 근무시간이 애매해서...
5. 얼마전에 또 하나의 친구에게서 버림받았는데 이번엔 내용이 좀 달라요.
이 친구도 저만큼이나 삶을 힘겨워하는 친군데...모든게 지쳤다고 끝내고 싶다는
자살암시를 핬어요. 전 그 친구를 막고자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다 해주고 어떨게든
살아가야 한다고 말해주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근거가 참 빈약하더라구요...
깊은 내면에서는 저도 그와 비슷한 생각하고 있는데 제가 무슨 위로를 할 수 있을까...
그 친구가 제게 앞으로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
죽지 않을거란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 아직 연락 안 하고 있는데...이러다
제 친구가 죽으면 어떡하죠? 사실 그렇게 친하진 않지만...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 같아요...
2016.01.09 09:58
2016.01.09 10:00
2016.01.09 10:18
'좀 더 남아서 발전하고 싶다는 미련'이 얼마나 소중한 의지입니까. 님 글의 이 부분에서 빛이 나요. 힘 내세요.
2016.01.09 10:57
2016.01.09 11:03
2016.01.09 11:28
세상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 사랑스러운 것들, 재미있는 것들을 조금씩 발견해 나갈 수 있다면
죽고 싶은 생각은 별로 안 들 것 같아요.
저는 가을 겨울엔 인터넷으로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보는데 요즘 우리나라 주니어 여자 선수들
너무 잘하더군요. 진보양이라는 중국 선수는 4회전 러츠 연결 점프를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고요.
주니어 경기는 유튜브에서 매번 생방송해 줘요. https://www.youtube.com/user/ISUJGP2011
피겨 스케이팅은 아름답기도 하고 아슬아슬 손에 땀이 나는 흥미진진한 스포츠죠.
얼마 후면 호주 오픈 테니스가 열려요. 요즘 우리나라 10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더군요.
정현 선수가 프로테니스협회(ATP)에서 주는 '올해의 가장 발전한 선수상'을 받았어요.
http://www.atpworldtour.com/en/news/chung-receives-2015-atp-most-improved-award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 20위권 정도에만 진입해서 활약하면 테니스가 더 재밌어질 것 같아요.
스스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재밌게 볼 수 있는 스포츠 종목이 두어 개 있으면 피가 끓어오르고
사는 게 심심하지 않아요. ^^
오늘은 하늘이 참 파랗고 날씨가 좋네요. 오후에 공원에 산책 나가서 설치되어 있는 운동기구들로
복근 운동 좀 해주고 예쁘게 치장하고 나온 강아지들 구경도 하면서 햇볕 좀 쬐려고 해요.
밤에는 EBS에서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를 방송하더군요. 저에게 최초로 쭈글쭈글 주름투성이
할아버지에 대한 로망을 심어준 멋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볼 생각에 두근두근이에요. ^^
(뭐 이런 소소한 재미들로 사는 거죠. ^^)
2016.01.09 13:52
전 원래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고 대부분은 불행하다가 아주 가끔씩 행복을 맛볼 수 있는 것이구나, 라는 걸 받아들인 이후로 좀 편안해 졌습니다. 어릴 땐 행복하지 못하면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최소한 행복하지 못한게 괴롭지는 않더라구요.
2016.01.09 14:52
일단, 젊은익명님 글 속의 이 부분을 반박하고 싶은데요. '달필이 아니니' 라는 말씀...글 속의 표현 중에 즉각적으로 와닿으면서도
표현으로서도 훌륭하다 싶은 부분이 거듭 눈에 띄는걸요.
제 안의 '삶의 의미'가 큰 소리를 내며 허물어지는 건물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어요. <-특히 이 부분...왜 이렇게 공감이 되는지요. 어떤 느낌인지도 알 것 같구요.
저도 얼마 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일을 겪어봤기에...물론 종류는 다르지만요.
하지만 특별한 의미 없이 사는 삶이란 무척이나 괴로운 것이어서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부분 역시도요...
왜 내가 살아야 하나, 심지어 저는 책임져야 하는, 또 저를 사랑해주고 제가 사랑하는 아이가 있음에도 말이죠, 저런 생각을
바로 며칠 전 하게 되는 일이 있었거든요.
제가 뭔가 이렇다 해드릴 말은 없지만, 많이 공감한다는 말씀 드리고 싶었구요. 그래도 호텔 업무에 조금씩이라도 적응해 가시면서 마음 붙이려는 모습이
보기 좋고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저도 다소 비슷한 데가 있는 직종에서 일하고 있지만,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계속해서 들거든요. 하지만 저
나름대로 또 이곳에서 일을 해야 할 이유가 몇 있기에, 일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에요.
그리고 5. 이 부분에 대해서 님이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없으신 걸로 보여요. 님은 현재로선 그분께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신 걸로 보여서요.
2016.01.09 15:46
아직 젊어서 그래요. 정신 차려요! 인생은 어차피 고통이에요. 꽃놀이가 아니라고요.
하루하루 그냥 살다보면 살아지는 거죠. 최대한 할수 있는 걸 찾아서 해요.
그러다 보면 그토록 원하는 죽는날이 올테니. 오지 말라고 해도 옵니다!
2016.01.09 18:34
친구가 전혀 없는 사람도 살아갈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가 친구를 새로 찾듯이 친구를 새로 만드시는 것도 중요한 요소일 듯 하고요.
적성에 맞는 지금 일 열심히 하세요.
진짜 죽을 마음이 있게 되면 아무런 말도 않하게 되겠죠.
상태가 그렇게 나빠지는 경우도 있으니 가끔 보살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