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2016.02.13 18:08

Kaffesaurus 조회 수:2376

Fika (커피타임)에 부서 교직원 실 (부엌과 다이닝 룸이 결합되어 있는 곳)에서 커피를 내리고, 동료들과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려는 순간, 마침 우리 부서 큰 미팅룸에서 미팅을 가졌던 행정부 사람들 중, 내가 속한 대학 인사 담당인 A가 내게 다가와 '당신 고용(employment) 3월부터 말이에요, 이번 달 안에 해결되요. 17일이 인사부 미팅인데 거기서 (공시적) 싸인만 하면 되니까 미리 다 준비해 놨어요' 라고 앞도 뒤도 설명하지 않고 말했다. 한 4,5 초간 이게 지금 무슨 말인가 했다가, '어 정규직전환이요? 그거 다 끝났어요?' 라고 했더니 '네, 외부 검토자 심사가 다 끝났다고, (스웨덴에서는 대학내 교직원 채원, 혹은 진급때는 외부 전문가가 모든 메리트들을 검사해야 한다. 한참 걸린다) 실제로는 다 끝난거에요. 17일에 싸인만 하면 되요.' 라고 말해주었다.

이제 한국식으로는 부교수 종신직이다. 드디어!!!


박사까지 합하면 2002 년 부터 일한 직장이다. 박사가 끝난 뒤 post doc, 연구원을 했다. 이런 직은 75 % 연구가 보장되는 유리한 직이지만 대신 우리 식으로 말하면 계약직이다.  15년 12월이 말이 었던 나의 연구직은, 그동안 강의와 석사과정 학과장일이 늘어나서 한학기도 75%를 연구에 사용할 수 가 없었다. 지난 가을 부교수 전화되기를 신청하고, 직의 분야를 바꾸는 것 때문에 약간 문제가 있었고, 그럼에도 위의 이유로 2년전에 이미 부서장으로 부터 16년 9월 까지 내 연구직이 연장가능하다는 말때문에  별 걱정은 안하고 있었던 나. 그런데 지난 크리스마스때 만난 A는 이떄도 다짜고짜 '난 당신의 교용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에요' 라고 말해서 나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아마 그때 그렇게 말한것이 미안해서 인지, 이번에 우리 부서장한테도 알리지 않고 나를 보자마자 말해주었다. 


종신직이다. 우리 부서 사람들 중 아무도 내가 종신직이 되는 것에 걱정한 사람들은 없다. 나한테는 큰 일이다. 외국에서, 가족없이, 가장으로 사는 나한테는 큰일이다. 정말 마음이 한결 편하다 (라고 말하지만, 어제도 스트레스 많이 받을 때 꾸는 꿈을 꾸었음).


지금까지 해낼수 있게 하신 분과, 함께 해준 친구들한테 감사한다. 


.....

3주나 타이완에서 일하고 오더니 2주만에 이번에는 놀러 (사촌이 휴가 받아 유럽에 온다고) 그리스에 가는 어린 그에게 나는 어린아이처럼 심통을 부렸다. 누가 보면 웃기었을 텐데 그는 반쯤은 미안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가 어디 있는 지, 그가 보낸 그리스 사진은 내가 익숙한 그런 그리스가 아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면서, 그에게 ' 이 사진들을 보니 당신이 그곳에 가기로 결정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 나도 당신과 함께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경험하길 바래요' 라고 답장을 보낸다. 

그의 회사가 말을 바꾸어서 우리는 지금 림보 상태이다. 3월이 되어야 다시 알 수 있다. 12월 까지만 해도 완전히 이동하라고 하던 회사가 1월이 되니 타이완으로 돌아오라고 한다고, 그가 그리스로 가기전 우리는 아직도 쇼크상태였던 거 같다. 

내일이면 그가 돌아온다. 저녁을 함께할 것이다. 한번도 발렌타인데이를 특별히 보낸 적이 없는 나. 오랫동안 자기한테도 상관없는 날이었다고 살짝 웃으면서 말하던 그. 우리가 어떻게 되던, 우리한테도 올해는 발렌타인데이 라는 것이 있는 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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