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 죽음 참 좋네요..

2016.05.01 23:58

바스터블 조회 수:2771

뜬금없은 옛날 영화 이야기;;;;;


전 이 영화가 별로 땡기지 않았어요. 아주 예전에 샀던 디비디가 있는데..초중반의 지루한 사색들도 견디기 어렵고..그 끈질기고 과잉된 줌잉들도 견디기 어려웠고..어린 소년을 사랑하며 죽게되는 노인이라는 내용도 호기심이 생기지 않았고..

여러모로 마음을 끄는게 없었죠.


그런데 제겐 비스콘티라는 감독에게 알수없는 호기심이 있었단 말이죠. 제대로 본 영화도 없으면서 그냥 그 사람에게 끌리는게 있었어요.

예전에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영화, 폭풍우처럼 바람이 부는 밤거리에서 머리를 미친듯이 휘날리며 여성이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어떤 장면이 굉장히 인상이 깊어서 그랬던것 같기도 하고...(로사인가 뭐시긴가 하는 여자의 빛나는 별인가..뭐였던것 같은데..

검색해도 나오지가 않네요)

모 책에서 제가 좋아했던 공포영화 감독 다리오 아르젠토를 피의 비스콘티라 불린다는 얘기를 듣고 그랬을수도 있어요.


아무튼 그렇게 보지도 않았던 영화, 집에 디비디가 처박혀져 있던 이 영화를 오늘 보게 되었어요.

영상자료원에서 해주더라고요. 누가 보자고 해서 별 생각없이 가서 봤어요. 이 기회 아니면 난 절대 이 영화를 보지 않겠지 하면서..


역시나..집중하기 어려운 초반부..앵글 바꾸기 귀찮아서 저리 남발하나 싶었던 줌잉... 예술에 대한 오그라드는 논쟁들을 보며..아 너무 힘들다..이 영화..허리가 너무 아프다..하면서 막 몸을 뒤틀었거든요. 그 전에 <유스>를 상영했었는데 연달아 영화를 보면서

누적된 피로감도 장난아니라서 그랬을 거에요.


그런데!

베니스 전역에 콜레라가 마치 흑사병처럼 번져 죽음의 그림자가 더해지는 시점에서..이 영화가 눈을 떼기 어렵게 만들더라고요.

소년이나 소녀 등 늙은 예술가가 욕정으로 바라보는 파닥이는 젊음들을 <예술>의 상징성으로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문화작품들은 너무나 많고, 전 그런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데, 죽음의 도시라는 배경으로 그런 화두를 밀어 넣으니 막 

감정들이 번뜩이는거에요!

특히.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들 입을 다물고 아무일 없이 은폐하고 있었던 콜레라가 아예 베니스를 집어 삼킨 후, 늦은 밤 도시 곳곳에서는 전염병을 막기위해 수많은 것들을 태우잖아요. 마치 거리에서 시체를 태우던 중세시대 암흑기 그림들처럼.

패색짙은 그 배경에서, 주인공 구스타프도 점점 죽어가구요. 사랑했던 소년의 가족들에게 전염병의 위험을 알리고, 도시를 떠나는 소년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노인은 살롱에 가서 흰머리를 염색하고, 잿빛이 된 얼굴에 화장을 해서 생기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는데, 오히려 얼굴은 하얗게 뜨고 염색은 녹아내려서 광대처럼 되버리죠.

노인이 죽음의 문턱에서 비참한 민낯을 훤히 드러내고, 역시 뒤늦게 죽음의 도시로 발가벗겨진 밤의 베니스를 배회하다 결국 소년을 잡지 못하고 쓰러지는 그 장면은..아...정말 탁월하다..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탐미의 끝은 언제나 죽음이고, 도시와 인물이 모두 생기를 갈구하다 아름다운 처참함을 맞이하는 이지미들.,


그러고보니 제목도 뭔가 귀여워...인터넷 언어식으로 <베니스에서 주금ㅜ.ㅜ> 이런 느낌...;;;;;;;;

그런데 왜 자꾸 이 영화를 보면서 뜬금없이 헤어조크의 노스페라투가 겹쳤던걸까요; 그냥 배경이 비슷해서 그랬나;;

어쨌든. 영화 좋았어요.ㅜ.ㅜ

근데 영상자료원에서 틀어준 필름 진짜 상태 너무 안좋더라.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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