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5.19 23:12
일종의 사회적인 정신병증이라고까지 누가 그러던데....
이번 사건에 왜 그렇게 많은 젊은 여성들이 충격을 받고 분노를 하는지 부터 공감이 안되니
헛소리가 난무하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가지 오래된 일화 하나
제 측근이 대학생이던 시절 서울로 올라와 4년간 내내 학교 인근 주택가에서 자취를 했었는데
늘 가방 안에 볼펜을 들고 다닌다고 하더군요. 아니 학생이 가방 안에 볼펜을 들고 다니는게 뭐?
필기구가 아닌 호신용으로 갖고 다닌다는 소리였어요.
그래서 집으로 걸어가는 골목에 들어서면 가방 안에 손을 넣고 볼펜을 꼭 쥔 채 집까지 걸어갔다는거죠.
제가 남성으로서 여성의 삶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그 무엇을 망치로 두들겨 맞듯이 알게되었던 첫 계기였죠.
아....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상적이며 구체적인 공포와 항상 마주하고 있다는 거였구나
그리고 참으로 지랄맞은 것은 그 폭력의 주체(가해자)가 그 폭력이 발생하기 직전까지 예상할 수 있는 변별성은 '남성'이라는 단서 하나 뿐이라는 것두요.
그런데 이번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한적한 주택가 골목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의 번화가였어요.
1. 수 많은 여성들이 그 곳을 지나치게 되는 그런 장소였다는게 여성들이 일상적으로 짐을 지고 살아가는 공포를 더 크게 자극하기 충분한 것이었고
(누구나 여성이었면 사냥감이 될 수도 있었다니 얼마나 끔찍합니까)
2. 한편 서울에서도 유동인구가 엄청난 강남역 지역이었다는 것이 자연스럽고 빠르게 수 많은 사람들의 추모의사가 행동으로 보여지게 되는 배경이었기도 합니다.
어찌보면 이미 이런 유사한 살인사건 상해사건이 비일비재한데 유독 이번 사건의 파장이 커진건
장소가 주는 특성과 살인용의자의 발언이 공개된 것이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에 언급한 여성 일반이 느끼고 있던 어떤 문제들 공포...이런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장소가 어디건 살인용의자가 무슨 말을 했건
지금처럼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을거에요.
그래서 결국은 문제는 나타난 현상을 받치고 있는 여성들이 느끼고 있는 아니 실체적으로 분명히 당하고 있는 이 사회의 폭력성이라는 겁니다.
물론 여성들도 연령에 따라 자라온 환경이나 경험에 따라 개개인마다 차이는 있을거에요.
그러나 서두에 언급한 측근의 '호신용 볼펜'처럼 당하고 난 뒤에 갖게 되는 공포가 아니라 언제든지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번 사건이 딱히 여혐현상의 발현이라고 정의 내리기는 어렵다고 보지만 여혐현상과 연관지어 프로파간다는 만들어내는 여성분들을 비난하기 보다는
이해하고 싶고 차라리 그 분들이 어설픈 변명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사회적으로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이번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치안행정적 대처방안은 별도로 전문가들이 나서서 강구를 해야겠지만
전 그 살인용의자가 내 뱉은 발언에 대해선 많은 사람들이 곱씹어 볼만한 것이 있다고 생각해요.
"여자들이 나를 무시해서....죽였다"
이 말에는 다른것들은 몰라도 여자들이 자기를 무시하는건 참을 수 없었다. 죽여야할 만큼 싫었다는것이고
여자들은 자기를 무시할 건덕지도 없는 것들이라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다고 봅니다.
여혐? 어렵지 않아요. 이런게 바로 여혐입니다.
니들이 뭔데 나를 무시해? 그 니들이 여성이었다는거죠.
그리고 도대체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느꼈던 동기나 구체적인 사례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자신을 조롱하고 업신여겼을까요?
아마도 그런 일은 없었을겁니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자기 맘대로 자기 좋은대로 자신을 대하지 않은것을 무시라고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인식은 사실 사이코패스들만 하는게 아닙니다.
남성 패거리들의 일반적인 하위문화에서 종종 보아오던 낯 익은 것들입니다. 딱히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구요.
남성인 제가 강남역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미안한 감정을 느끼며
한편 이 사건을 계기로 다소 과격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동의는 못해도 이해는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일종의 공감입니다.
그리고 제가 이런 공감을 갖게 되는건 어찌보면 오래전 측근의 '호신용 볼펜'에 관한 일화가 계기가 되어
제가 노력하지 않으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갖고 주의를 두게 되며 현재에 이른거 같고
그래서 그 측근에게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2016.05.20 00:10
2016.05.20 00:34
댓글 내용을 보면서 독해가 안되는 통에 답변을 미루고 그냥 이 사안에 대해서 더 이야기 해보기로 했어요.
사실 모든 질문에는 답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님 질문의 요지 자체가 전 파악이 안되요. 아마도 질문하신 분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좀 더 가다듬는 시간이 필요할거 같기도 하구요.
2016.05.20 00:50
여자들 분노를 공감하고 이해하자면서요.
근데 그 분노가 여자 vs 남자의 구도를 만들려고 하는 경향성을 띄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남자들이 어이없어 하는 지점은 이 지점 아닙니까?)
그런 경향성을 보이는 분노도 그냥 "에효 불쌍한 사람들..." 하면서 이해하면 되는거냐고요.
심지어 그런 분노를 보이는 사람들조차 저런식으로 이해받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단 말이죠.
2016.05.20 01:11
별로 무의미한 질문같아요. 즉 답이 있다고 해도 별로 영양가 없는 답밖에 나올 수 없는 그런 질문이라는 뜻
먼저 되묻고 싶은것은 피해여성에 대하여 그리고 그 피해여성에 자신들에게 일상화되어 있는 어떤 공포에 대하여 정말 이해하고 공감은 하느냐는 겁니다.
그것이 전제되어 있다면 귀하의 질문은 부질 없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남성vs여성 프레임은 이번 사안에 매우 부차적인 헤프닝거리도 못되는 담론으로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남을겁니다. 일시적으로 분출되는 (공감)분노의 여러가지 현상중에 하나일 뿐이죠. 이런 지엽적인 프레임을 더욱 더 부각 시키는건 래디컬한 일부 여성운동그룹들이 아니라 도리어 이번 사안의 핵심인 여성혐오현상 자체에 대한 핀트를 맞추기를 꺼려하는 이상한 사람들인거 같군요.
2016.05.20 01:32
저의 고백을 요구하시네요.
말하자면
저는 이성친구들이 적은 편은 아니고,
본문의 볼펜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이야기들을 여러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
제가 실제로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공포에 대하여 얼마나 공감하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다소 여성취향의 남성이고, 여동생과 아주 친밀한 사이이며, 어린시절 1년 이상 만났던 여자 아이에게 "쥐뿔도 없는 너의 유일한 장점은 공감능력이야"
라는 말을 들었던 경험에 비추면 평균보단 공감하는 편이겠죠.
암튼 저도
남성 vs 여성 프레임이 스쳐가는 헤프닝이 되길 바라는데
남성 커뮤니티(엠팍같은) 를 보면 그게 아닌것 같단 말이죠.
여기만해도 그렇잖아요. 여성의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전에 걍 서로 헛소리만 하게 되는 놀라운 상황.
그 원인이 분명 공감을 잘 못하는 남자들 탓도 있겠지만 남자 vs 여자 프레임을 만들어내는 여성들에게도 있는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프레임을 비난하는 것이 공감하지 못하는 존재로 이해 될 필요는 없는 거구요.
암튼 님 말대로 서로 좀 무의미한 대화가 되네요. 그리고 아마 그 이유는 저의 질문 때문이 아닌것 같군요.
2016.05.20 02:17
아뇨 님 질문 때문이에요.
님은 남 vs 여 프레임이 유의미한가ㅡ정당한가? 에 대한 답을 이미 갖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질문하기 보단 차라리 님의 주장을 명료하게 하면 될 뿐입니다.
전 그런 구도가 결국 아무런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며 나아가 인류가 존재하는하는 한 그런 대립구도로는 쥐뿔도 뭐 하나 만들어 낼 수 없는 발상이고 그렇기 때문에 헤프닝으로 치부하는 것이고 논의를 재생산할 가치조차 없는 문제라고 생각하는거에요.
왜 그 문제에 그리 관심을 갖고 신경을 쓰는건지 의아하다는거죠
2016.05.20 02:50
그 가치조차 없는 문제를 이용하는 인간들 덕분에
적어도 인터넷 상에서 만큼은 제대로된 이야기가 이루어지질 못하고 있으니
신경 쓰는거죠.
그 가치 없는 문제를 가치 없다 말하는 사람들조차 공감능력의 부족으로 치환 시켜 버리니 제가 댓글을 단거구요.
게다가
님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과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 때문에 공감능력에 대한 신앙고백밖에 시킬께 없는거구요.
암튼 알겠습니다.
2016.05.20 03:16
가치가 없다 생각하면 논의를 재생산하려고 하지 말아야죠. 무대응이 최고라는 소리, 별로 중요하지도 크지도 않은 문제에 왜 그리 집착을 하는건지 이해가 안간다는 소리
2016.05.20 06:28
...
도대체 그럼 님이 본문에 쓴 과격한 주장의 수준이 뭔지 알수가 없군요.
글에서는 공감을 통해서 과격한 주장도 이해할수 있어야 한다면서요?
이제는 무시하라니
그렇다면
그 과격한 주장은 의견 표출과 남혐 사이 어디쯤 있는 그런 것인가 보군요.
2016.05.20 11:38
님에게 다시 묻고 싶어요. 남혐이라고 당신들이 지칭하는 그런 주장들에게 집착을 하는 이유가 뭡니까?
2016.05.20 00:30
2016.05.20 07:58
개인적으로 여자로써 너무 공감되고 감사하기까지한(?) 글입니다.
이 글을 보니 이번 사건에 대한 문유석 판사 글이 생각나네요.
약자에 대한 공격, 혐오 본능의 발현에 대해서는 다소 과도할 정도의 분노, 경고, 사회적 압력이 필요하다. 약자의 고통에 공감하고 함께 분노하는 연대의식은 약육강식의 본능을 억제하는 최소한의 구속복인 것이다. 그것보다 약자의 분노의 과도함, 비합리성에 대해 투덜거리는 것을 우선하는 이들은 인간들의 야수적 본능(그리고 문명의 허약함)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거나, 무지하다.
2016.05.20 08:01
아.. 그리고 저도 처음에는 추모... 이런건 좀 과하다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제가 완전히 그 분들의 행동에 동참하고 싶을 정도의 공감을 하고 있는 건 아닌데..
오히려 조롱하고 비난하는 남자들의 반응을 보자니 울컥하더라고요.
2016.05.20 15:35
제 댓글에 댓글을 두개나 달아 민망하지만, 아래 소부님 게시글을 읽지 못했습니다 ㅎㅎ
이미 문유석님 글을 퍼오셨네요..-_-; 혼자 민망에서 또 댓글 달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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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한국에서 여자로 살기 참..힘들죠. 오죽하면 남혐까지.. 좀 바껴야 할텐데..
이러면 되는거죠?
(아래 댓글에 답변 좀 달아 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