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메갈 공식에 분노하시는 메갈리아 지지자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게 저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일베에 대한 미러링으로 메갈리아의 혐오 발언이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 요새야 인터넷에 만연한 미소지니 분위기를 지적하기 위해 미러링한다는 걸로 얘기가 바뀐 듯도 합니다만.

[일부 남성(일베)의 전체 여성에 대한 혐오/비하발언]의 미러링이 [일부 여성(메갈리아)의 전체 남성에 대한 혐오/비하발언]이 되는 것 까지야 백 보 양보해서 맞는 일이라고 가정하면, 겉보기로 완전히 같은 행동을 한 것이죠. 그럼 앞의 일베는 어떤 취급을 받았나요? 대부분의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오프라인에서도 스스로 일베임을 밝히기만 하는 것으로도 큰 불이익을 당했습니다. 왜 메갈리아에 대한 반응은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여성인권의 증진이라는 고귀한 목표를 위해 손과 입을 더럽힌 인권전사들이기 때문입니까? 아주 전형적인 '의도는 좋았다'는 식의 변명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이런 류의 변명을 접한 적 있죠. 수많은 개저씨들의 성추행에 대한 변명들, '딸 같은 마음에' 그랬다는 둥의 이야기들요. 자, 그들을 단죄할 때 우리가 그들의 의도에 주목하고 그들의 죗값을 덜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나요? 아니었을겁니다. 누군가의 행동과 발언에 대해 의도를 아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오직 그 자신만이 알 수 있지요. 그래서 결국 법과 사회라는 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죠. 그리고 그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이, 메갈리아는 일베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동일한 미러링의 맥락에서, 사람들은 지금 일베의 미러링에 대해서 일베에 보였던 반응을 미러링하고 있을 뿐인거죠.  미러링이 지금과 같이 광범위해지기 전에-아마 저도 이 게시판에서 그걸로 논쟁한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수많은 사람들이 [전체 남성에 대한 혐오/비하발언]은 온당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일부 여성(메갈리아)의 일부 남성(일베)에 대한 혐오/비하발언]을 했더라면, 일반적인 반응도 지금과 달랐을겁니다. 그러나 메갈리아를 위시한 집단들은 그런 의견을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이라고 조롱하면서 거부했지요. [일베의 미러링]의 결과로, [일베에 대한 반응의 미러링]을 겪고 있을 뿐입니다. 아직도 이런 '미러링'이 옳다고 느끼신다면, 더 자부심을 느낄 일이죠. 메갈리아의 미러링이 아주 성공적이라는 얘기니까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7393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915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5888
126390 미디어도서관에 간 루디빈 사니에 new catgotmy 2024.06.05 34
126389 프레임드 #817 [1] new Lunagazer 2024.06.05 21
126388 민희진 대 하이브를 둘러싼 어떤 반응들이 지겹네요 [2] new Sonny 2024.06.05 144
126387 Snowd4y & Drake - Wah Gwan Delilah new daviddain 2024.06.05 30
126386 담적병이라고 아시나요? new 첫눈 2024.06.05 123
126385 에일리언 로물루스 메인 예고편 new 상수 2024.06.05 82
126384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5] new 조성용 2024.06.05 215
126383 어도어vs하이브 1차전을 보며 [2] update 메피스토 2024.06.04 387
126382 (태국) 치앙마이에 일년반 정도 살아본 소감 [1] soboo 2024.06.04 341
126381 나는 지난 이 사건을 보고, 남들이 보지 못한 관점에서 생각하기에, 이렇게 판단하니까 굳이 적어서 여러분의 반응을 기대합니다, 반박시 맞음 상수 2024.06.04 259
126380 프레임드 #816 [4] update Lunagazer 2024.06.04 65
126379 일 참 잘하는 민희진 vs 돈 밖에 모르는 무능하고 음흉한 겜저씨들 [1] soboo 2024.06.04 435
126378 개그콘서트의 옛날 코너들 Sonny 2024.06.04 156
126377 여성 미혼율 4년대졸 > 전문대졸 > 고졸…“상승혼 지향이 원인” [5] 왜냐하면 2024.06.04 384
126376 음바페,"꿈이 이루어졌다" [1] daviddain 2024.06.04 100
126375 민희진 법원 결정문을 보고 [16] catgotmy 2024.06.04 501
126374 [넷플릭스바낭] 고대 프랜차이즈 부활의 붐은 오는가! '고질라 마이너스 원'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4.06.04 280
126373 뉴진스와 "민"심 [10] Sonny 2024.06.03 548
126372 고질라 마이너스 원 재밌네요 (스포) [2] heiki 2024.06.03 179
126371 듀나 데뷔 30주년 기념 포럼 "시간을 거슬러 온 듀나" - 7/21(일) 개최 [7] heiki 2024.06.03 34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