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페이지'님의 글 

http://www.djuna.kr/xe/board/13077606 내 주변엔 그런 사람 아무도 없는데

관련글입니다.

처음에 댓글로 썼다가 너무 길어지고 혹시 해당글을 쓴분이 생각한 부채감과 맥락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따로 포스팅합니다.


부채감을 제 세대는 부채의식이라고 불렀습니다.


부채감(부채의식)은 시대별로 그 대상을 조금씩 달리해왔었죠.

모든 사람들이 (시대적)부채감을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특별하게 많은 부채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질곡의 시대를 바꾸려는 가장 날카로운 송곳이 되었었구요. 


1970년대는 전태일, 1980년대는 광주였고 이 두 가지 부채감은 각각 80년대 후반과 90년대 후반까지 이어졌었고. 그리고 2009년 이후에 노무현이라는 부채감이 있었군요.  이런 부채감은 시대상황을 반영하는 상징성 있었고 굉장히 구체적이면서도 명확한 목표를 송곳들에게 제시했던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일베류들이 광주와 노무현에 대해 비열하고 끈질기고 악랄하게 이 두 상징에 대하여 비아냥과 조롱을 했던 이유이기도 했었던거 같습니다.

위 세가지 부채감은 소수의 송곳들 뿐만 아니라 많은 수의 대중의 마음을 움직여왔던 부채감이었고 송곳들이 대중적 지지를 발판으로 시대를 바꾸어 나가는데 큰 힘이 되어왔죠.



여성과 성적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혐오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그것을 전복시키기 위한 사람들이 갖게되는 부채감은 무엇일까요? 위에 언급한 두 가지 상징적인 부채감처럼 송곳들이 모이고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흡인력을 갖고 있는 거대한 상징적인 부채감은 없는거 같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소수의 송곳들이 다수의 대중들에게 기대거나 힘을 받기 어렵고 외롭고 고난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최근의 가장 큰 사건은 아마도 강남역 여혐살해사건이지 않을까 싶군요.  그 어떤 사회적 문제, 운동과 전혀 공유하는 맥락이 없이 여성문제 단독으로 전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사건이고 보기 드믈게 비조직 여성대중이 개별적으로 공감하고 참여하고 발언했던 유례없는 사건이었던거 같고 일부 사람들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어이없게도 많은 남성들이 아주 조금 싹이 자라던 부채감을 짙밟고 조롱하고 비아냥대기 시작했죠. 명망있는 남성정치인들 몇몇이 아주 조그만 부채감을 표해도 개떼처럼 몰려가 항의를 하던 끔찍한 장면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강남역 포스트잇을 존치하도록 지시한 박원순서울시장이 그들에 의해 공공의 적이 되버리기도 했구요.


일베류들이 광주와 노무현에 대한 부채감을 희석시키거나 똥칠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한 그것과 똑같이

한남충들은 여성에 대한 부채감을 희석시키기 위해 오늘도 가열찬 노오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부채감들이 불편해서 부정하려고 발버둥을 치는건데 왜 불편해할까요?

일베류들이 광주와 노무현에 대한 부채감을 불편해 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있는 송곳들이 원하는 세상이 불편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은 그런 시대적 아픔에 공감을 못하기 때문이고 공감을 못하는것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고 싶어서 입니다.

한남충들이 여성들의 아픔에 대한 부채감을 불편해 하는 이유는 그에 대한 부채감을 갖고 있는 송곳들이 원하는 세상이 불편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은 그런 여성의 아픔에 공감을 못하기 때문이고 공감을 못하는것에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고 싶어서 입니다.

인면수심이고 스스로 개돼지가 되려고 발버둥치는거죠.


일베류나 한남충들이 서식하는 남초사이트들이나 다를게 없다고 말할 수 있는건 바로 그런 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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