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9 12:34
보통은 혁명사 얘기를 하면 혁명의 대명사 '프랑스 혁명' 얘기를 하는데, 진기쌤은 특이하게도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명예혁명 얘기를 하네요. 사실 요즘 학자들은 청교도 혁명이니 명예혁명이니 이런 말은 잘 하지 않습니다. 둘을 일단 묶어서 '영국내전'이라고 하죠. 의외로 잘 안 알려졌는데, 영국 내전 시에 죽은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지금 영국이 입헌군주국이다 보니 마치 별로 유혈극 없이 민주국가를 이룬 것 같지만 사실 이것도 신화죠. 청교도 혁명 때 죽은 사람이 무려 30만인데 말입니다. 왕도 처형했고. 명예혁명 때도 잉글랜드 지역만 조용했지 스코틀랜드 지역에서는 무력 분쟁이 끊이질 않았죠. 미드 <왕좌의 게임>의 그 악명 높은 '피의 결혼식'도 이 시절 스코틀랜드에서 있었던 한 사건을 모델로 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좀 재밌는 점은 이명박근혜 정부를 영국의 스튜어트 왕조에 비교한다는 거였습니다. 더 정확히는 제임스 1세를 이명박에, 크롬웰 사후 복권했다가 명예혁명으로 폐위된 찰스 2세를 박근혜에 말이죠.
좀 끼워맞춘다 싶은게 없는건 아니지만....많이 유사해 보이긴 하네요. ㅎㅎ 이런 비교는 정말 생각도 안해봤는데...
명예혁명 터지기 전에 말썽 일으킨 신하들도 만만찮고...ㅎㅎ
최선생 강의 중에 가장 인상깊은 말은, '드디어 내가 맘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거였죠.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제가 아는 분은 강연 중에 '세월호 이야기'를 정말 하고 싶었었는데, 눈치 보느라 못해서 정말 괴로웠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어디 그 뿐인가요. 학교에서도 세월호 얘기하지 말라고 교육부에서 지시 내려왔었다는 얘기 들으니 원...;;)
최선생이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 모든 분들께, 촛불 집회에 나가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린다는 말 할 때 진짜 동감의 박수를 쳤습니다. 사실 모두 그 분들 덕이죠. 정권 눈치 보면서 할 얘기도 못하고...온갖 ㅂㅅ같은 짓이란 짓은 다하면서 나라 망치는 꼬락서니를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었으니....
이 맹렬한 추위에도 계속 밖에서 촛불 드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 드립니다.(아니 아직은 평화 시위로 정부를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 진심으로 기쁩니다.)
사실 최선생만이 아니라 저 역시도 이번의 촛불정국이 많은 기회를 주고 있죠. 사실 이런 시기가 아니면 어디 가서 '혁명사' 얘길 하겠습니까...혁명정부 세워서 공포정치로 반혁명분자들 마구 처형하고 리용이나 마르세이유, 툴롱 그리고 방데같은 반란지역에서 수 천명씩 혹은 수 십만씩 학살한 얘기들을 어디 가서 할 수 있겠습니까...하지만 혁명사를 제대로 보려면 이 얘기가 진짜거든요. 민주 국가가 어디 그냥 세워지지 않는다는 건 다 아는 얘기죠. 그리고 그런 민주 국가 - 자유와 평등 그리고 연대 - 의 수립에 모두가 찬성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 다 아는 얘깁니다. 그랬을 때 그 반대자들은 어떻게 처리하면서 혁명사업을 이끌었는지 살펴보는게 진짜 혁명사를 돌아보는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얘기를 할 기회가 정말 없었는데, 이런 시국이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게 되는 계기를 주는 듯 합니다. 솔직히 매주 이 얘기 하면서도 감탄하는 중...(이 불편한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니 말입니다! 확실히 역사라는 건 맥락이 중요한듯 합니다. 현실에서 무엇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 역사에 절대 관심이 가지 않겠죠.)
결론적으로, 혁명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바로 이것이죠. 상황이 그렇게 최악으로 치달을 때까지 버티지 말라는 겁니다. 국민의 분노를 계속 방치하다간 진짜 끝을 봐야하는 상황까지도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어찌됐든 내전이든 혁명이든 사회를 바꾸었는데, 제때 바꾸지 못한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는...나치 정권과 스탈린 체제라는 최악의 사태가 왔죠.
그런데, 남의 나라 역사여서 어느 정도는 거리두기가 가능하기 때문일지도...공포정치나 방데반란같은 사건이 만일 한국사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얘기하는게 쉽지 않았을 겁니다.(실제로 제게 그렇게 말씀하신 분도 계시구요.)
인기강사들은 이런 쇼맨쉽도 좀 있어야 하나 보군요...ㅎㅎ 개콘 찍으시나...ㅎㅎ
2017.01.19 15:28
2017.01.19 18:02
2017.01.19 17:36
2017.01.19 18:11
그래서 소련이 망한거죠. 스탈린은 유대인 말살에 개인숭배에 게다가 최악은 나치 독일과 협력해서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일대에 제국주의 침략을 감행했죠. 그러다 독일에게 뒤통수 맞고 그 끔찍한 '독소전'이라는 인류 최대의 전쟁을 치르고…게다가 소련 체제가 뭐 제대로 된 사회주의 국가입니까? 그건 그냥 국가 독점 자본주의지. 비밀경찰 만들어서 비판자들 없애기…러시아 인과 동유럽 인민을 상대로 이런 범죄를 저질렀는데…스탈린이야 말로 러시아 혁명 자체를 파괴한 장본인인데 뭘 혁명에 반대한 자를 열씨미 숙청해요…제대로 좀 알고나 얘기하시길…
2017.01.19 18:35
2017.01.19 18:39
그 비판자들이 어떤 자들인지는 알기나 합니까? ㅎㅎ 혁명 기간 내내 아씨냐 주가 조작에, 외국 정부와 내통하고 뇌물 받아 먹고, 몰수된 교회자산 해처먹은 부정부패 모리배들인데. 인민들은 밀가루 투기만 해도 처형당하는데, 이들이 같은 혁명동지라 해서 그럼 봐줘야 할까요?
2017.01.19 18:51
2017.01.19 19:00
혁명동지들은 물론 소수고 대부분은 밀가루 투기와 아씨냐 투기같은 경제사범들이 주류였죠. 그리고 왕실 가족이나 귀족들 불쌍하다고 하는 사람들…그런데 지금 님이 수준 어쩌구 할 처지나 됩니까?ㅎㅎ 여기 한국에서 경제사범들 저시절처럼 처벌하면 죽을 사람들 천지구먼ㅎㅎ
2017.01.19 19:04
누가 보면 혁명가만 1만 7천명 처형한줄 알겠네…공포정치 비판 혐의로 죽은 사람은 소수에 불과해요. 그런데 그 소수의 비판자 혁명가들이라는게 대부분은 경제 사범이었지. 혁명가들 수준? 웃기고 있네…그래 어떤 위정자가 경제범죄로 동지들까지 목을 벨 수 있을까? 같이 안해처먹고 처벌한게 되게 우스워 보이나 보네? 이런 식으로 교묘히 왜곡질 하지 맙시다.
2017.01.19 19:29
공안위원회와 혁명재판소에 의한 정적 제거는 유언비어이고 위대한 공화국 화폐 아씨냐 투기범과 최고가격제를 어긴 무시무시한 경제범들만 처형했군요. 공포정치가 아니라 요순시대라 불러야 할듯...
셔츠 절도범 에베르도 크게 보면 경제사범이라 퉁칩시다.
2017.01.19 20:01
그거 유언비어 맞습니다. 주로 영미쪽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겁니다. 뭐 이 사람들 말 들어보면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까지 대혁명 때문이라고 하던데 그런 수준 보면 뻔한거죠. 주로 당통파가 처형될 때 이건 정적제거 아니냐는 비판이 많았었는데, 20세기 초에 알베르 마티에나 소블같은 학자들의 방대한 사료 조사로 모두 사실로 드러났어요. 혁명가들이 처형된 진짜 이유가 정적 제거가 아니라 진짜 경제범죄가 이유였다는게 드러난건 당시 프랑스 학계에서도 충격이었어요. 덕분에 원로 사학자 하나가 죽은 사건도 있었고.
에베르의 처형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설명한 바 있는데, 아직도 그 찌라시에서 본 얘기나 하고 있군요. 에베르는 오늘날 공산주의자의 원형으로 자본가를 모두 없애는 무산가의 혁명을 하자고 무장 봉기를 계획하다가 사전에 발각되어 처형됐죠. 사민주의자 로베스피에르로서는 혁명의 한 축인 자본가들이 혁명에 등을 돌릴까 에베르 파 숙청은 필요한 것이었지만 민중들이 동요할까봐 진짜 이유를 숨겨야했죠. 이 얘기도 이미 했었는데, 못 알아처먹는건지 못알아듣는척 하는건지…참 한심하네요. 대혁명에 대해 좀 제대로 알고 싶으면 학자들이 쓴 제대로 된 자료나 보고 얘기합시다. 어디서 순 인터넷에서 줏어듣는 거 갖고 계속 똑같은 소리네 ㅎㅎ
2017.01.19 20:08
요순시대? 주식 투기하고 식량 투기하고 박근혜 불쌍하다고 말만해도 사형에 처해지는게 요순 시대입니까?ㅎㅎ 정말 웃기고 있네…나라가 정말 이 지경으로까지 떨어져서 정말 국민들이 칼을 빼들기 전에(촛불집회에서 학생들이 혁명정부 만들자는 얘기까지 하던데…) 좀 제대로 해보자고 한 얘긴데, 너님 귓구멍에는 이렇게밖에 안들리나요? 진짜 답없는 인간일세 ㅎㅎ
2017.01.19 18:27
요즘 대혁명을 다룬 영미권 다큐나 자료 좀 보다 보면 정말 웃기지도 않더군요. 프랑스 혁명을 무슨 공포의 학살 행위로 선전하느라 정말 바쁘더란 말이죠.
일례로 툴롱에서 반혁명분자 2천명 처형하는거 보여주면서 얼마나 끔찍한가 강조하는데, 그 2천명이 영국과 내통한 협력자라는 사실은 쏙 빼놓는단 말이죠. 지네 영국에게 협력을 요청한 프랑스 인들이 그렇게 죽어 나가니까 되게 불쌍했나 봅니다. 일례로 일본에서 일제 강점기 다큐 만들면서 친일파 옹호하는 내용을 넣으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군요. ㅎㅎ
방데도 마찬가지죠. 이건 한국으로 치면 친일파 숙청과 같은 겁니다. 방데와 리용, 마르세이유 그리고 툴롱까지 대혁명 기간 주로 반혁명 분자들은 해외의 적과 내통했어요. 바다밖의 영국 아니면 피레네 산맥 넘어 스페인 아니면 라인강 너머 오스트리아, 독일, 러시아까지. 이들에게 끊임없이 군사요청을 해댔고 덕분에 프랑스는 혁명 기간 내내(최진기 선생 표현을 빌리면) 1: 17로 싸워야 했고.
학자들은 대혁명 때부터 서양의 근대 민족주의가 확립됐다고 하죠. 바로 이 얘깁니다. 외세와 내통한 왕당파 반혁명분자들 숙청하면서 이 기간에 '민족반역자'라는 개념이 생긴거죠. 국가의 주권이 소수의 귀족과 그들을 대표하는 왕에게 있다는 왕권신수설이 시민혁명으로 파괴되면서 국민에게 나라의 주인된 권리가 있다는 국민주권이, 이런 폭력 행위들을 통해서 확립되기 시작한 겁니다. 이후 이런 민족감정은 나폴레옹 전쟁을 치르면서 전 유럽으로 퍼지게 된 것이고. 훗날 나치 부역자들을 대규모 숙청한 것도 그 전통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겁니다.
2017.01.19 18:50
2017.01.19 21:32
혁명 정부가 그 끔찍한 소문을 진짜로 믿고 왕비를 처형하진 않았습니다. 그건 분명하죠.
하지만 1793년 10월 14~15일의 그 재판에서 '왕비와 오스트리아의 군사적 내통'이 확인되었나요?
만약 그게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다면 혁명 정부는 당연히 그 사실을 제1의 처형 사유로 내세웠었겠죠.
혁명 정부 자신도 그 시점에서 그러한 내통 혐의를 확인하지 못한 채 '바로 다음날' 처형한 것인데
이런 식의 일처리에서 혁명 정부를 긍정해줄 요소가 있는지 모르겠군요.
2017.01.19 22:00
2017.01.19 22:07
2017.01.19 22:09
이 글은 전에 읽어봤습니다. 당시에도 재미있게 읽었었죠.
다시 읽어봐도 혁명 정부가 그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고 사형에 처한 것은 사실이네요.
의견 고맙습니다.
2017.01.19 22:35
2017.01.19 22:18
물론 왕비에 대한 기소는 에베르라는 혁명가가 근친상간 혐의로 혁명재판소에 왕비를 고발하면서 시작됩니다만 재판 진행 중 증거 불충분으로 이 건은 기각되었습니다.
이후 심리는 전쟁중인 오스트리아에 군사 요청을 하는 편지를 보냈는지에 집중되죠. 당시 혁명정부는 탕플 감옥의 간수들이 다수 왕당파로 전향하여 왕비를 물심양면으로 돕고 있다는 사실을 포착하고 이 사실에 많은 충격을 받은 상황이었는데,(왜냐하면 그 간수들은 바스티유 습격이나 튈르리 궁 습격에도 참여한 혁명정신 투철한 사람들로 선발되었었는데, 몇 달간 왕비 일가와 지내다가 그만 왕당파로 전향을…) 결국은 이 때문에 물증없이 정황 증거만으로 왕비를 처형하기로 한겁니다. 그녀야 말로 살아있는 왕당파 제조기라는 것이 드러났거든요. 중세 이래로 유럽 중부를 통치한 합스부르크 황녀, 프랑스의 왕비라는 귀부인이 그 존재만으로도 위험하다는 불편한 사실을 깨닫게 된거죠.
2017.01.21 04:26
2017.01.21 16:35
2017.01.21 16:40
이제 반세기를 이어온 한국 사회 정치의 시스템도 방향을 틀 듯 합니다.
더불어 sns의 여성 문제는 정말 제대로 작동한 사회변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