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2.2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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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비평가라면 답은 쉽다. 배우가 아무리 형편없는 인간이라고 해도 일단 그를 잊고 오로지 연기만을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완벽한 객관성을 관객들이나 동료들에게 강요할 수 있을까? 그런 객관성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그건 아무런 선입견도 없고 정보도 없는 백지 상태의 투명한 관객을 대입하지 않으면 그냥 무의미하다. 양자역학 사고실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배우의 존재가 그렇게 객관적일 수 있긴 할까. 캐릭터와 본체를 분리하는 건 여전히 필요한 자세지만, 우린 그러는 동안에도 조금 더 큰 그림 속에서 그들을 보아야 하는 게 아닐까.
덴젤 워싱턴의 배우조합상 수상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예측은 다시 어려워졌다. 이건 좀 안심되는 일이기도 하다. 올해 골든 글로브 시상식의 가장 끔찍한 에피소드는 <룸>에서 성폭력 희생자를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브리 라슨이 케이시 애플렉을 남우주연상 수상자라고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그 민망한 순간을 담은 캡처 사진이 인터넷을 떠돈다. 이 그림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되풀이 된다면 그게 시상식을 보는 수억의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게 될까. 우리가 굳이 그 그림을 또 볼 필요가 있을까.
(기사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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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상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브리 라슨이 케이시 애플렉을 수상자로 호명하는 순간이라니...
뭔가 거대한 농담 같습니다.
2017.02.22 11:17
2017.02.22 11:33
로만 폴란스키 정도를 제외하고는 다들 적어도 두 세대 전의 영화/영화인들이고 그때와 지금과는 사회 전반의 가치관이 사뭇 달라졌을텐데,
(그리고 대다수는 저 인물들이 상을 받았었는지 여부도, 사생활이 어떠했는지도 모를텐데)
'이러이러한 사람들도 다 상 받았었는데, 케이시 애플렉에게만 부들거리는 이유가 뭐냐'고 물으시는거라면 별로 할 말이 없네요.
저요? 저는 아직 해당 영화를 보질 못해서 그의 연기를 평할 형편은 되지 않고
타면 탔나보다, 못 타면 못 탔나보다, 별 감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본문에 언급한 골든 글로브 시상식 장면은 곱씹을수록 아이러니해서 정말 고약한 농담 같습니다.
2017.02.22 12:28
김민희의 수상에 관련한 여러 반응과 위 글을 비교해 보니 여러모로 흥미로운 점이 많군요. 호불호의 영역은 가늠하기가 참..........
2017.02.22 14:16
개인의 불륜과 성추행을 비교할 수 있나요.
2017.02.22 14:47
불륜도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임에는 틀림없으니까요. 이곳만 해도 예전에 개인의 불륜 관련해서 어떤 반응이었는지를 생각해보면 쩝.
2017.02.22 21:51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이라도 범죄행위와 비교하는건 타당하지 않죠.
2017.02.22 22:23
하긴 성범죄와 비교하는건 어불성설이긴 하죠. 그래도 폴란스키같은 인간도 옹오하는 사람이 있는거 보면 커리어가 대단하긴 대한한가봅니다.
2017.02.24 02:25
김민희와의 비교는 되는 경우가 있고 안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예를 들어 듀나님은 몇개월전 트위터에 아예 "김민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냐"라는 식으로까지 썼었거든요.
(그래서 욕도 많이 먹었고.)
이런 입장인 사람에겐 김민희 비교를 들이댈 수 없겠죠. 한 배우는 잘못을 안했고, 한 배우는 잘못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니까.
근데 간통죄가 폐지되었다 뿐이지 불륜은 실질적으로 범죄다, 범죄행위나 다름없다.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되는 짓이다.
하지만 배우와 사생활은 구분해야 하므로 김민희의 수상을 환영한다. 고 말하던 사람들이
케이시 에플렉에게는 상주지 마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편파적이라고 비웃음을 당해도 싸죠.
2017.02.24 07:45
2017.02.22 12:38
2017.02.22 15:37
케이시 에플렉 성추행 사건을 이 글에서 처음 접하고 검색해봤더니, 세상에.. 맷 데이먼도 침묵하나봐요. 왕실망.
브리 라슨이 똥 씹은 얼굴로 트로피 던져버리고 가는 장면도 압권이군요. 아카데미 시상식도 엄청 싸..한 분위기가 될 듯 합니다.
2017.02.24 01:45
영화도 연기도 대단하긴 하더군요.
볼때도 좋았지만 보고 나서 줄거리 다시 읽어보는데 막 영화장면 생각나면서 더 감동이.
그런 거대한 농담같은 장면을 직접 보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더 상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고요.
2017.02.25 08:39
케이시 애플렉 The Assassination of Jesse James by the Coward Robert Ford에서부터 연기가 너무 좋아 주목하는 배우였는데... 이런 일이 있었군요.
듀나씨의 글과는 상관 없이, 인성 개차반인 조운 크로포드, 프랭크 시나트라, 엘리아 카잔, 로만 폴란스키도 아카데미 수상을 이미 한 마당에 케이시 애플렉만큼은 죽어도 안된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